"검찰, 走狗 넘어 狂犬" "인민재판에 반동분자 숙청" 비판까지
이재수 前기무사령관에 대한 애도의 물결..."올곧고 강직한 장군" 평 많아
명예를 소중히 여기는 사람을 견딜 수 없게 만든 '사람잡는' 검찰 과잉수사
文정권 출범 후 수사과정 잇단 자살이 과연 우연일까
다시 생각한다...“간신은 碑를 세워 영원히 기억하게 하라”

 

권순활 전무 겸 편집국장
권순활 전무 겸 편집국장

이달 7일 지인의 사무실이 있는 오피스텔 13층에서 몸을 던져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재수 전 국군기무사령관(예비역 육군중장)의 안타까운 죽음을 애도하는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 고인의 시신이 안치된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에는 황교안 전 국무총리, 김관진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김문수 전 경기지사, 김진태 의원 등 조문객들의 행렬이 줄을 잇고 있다. 이례적으로 상당수 일반 시민들이 빈소를 찾아 고인을 추모하는 모습도 자주 눈에 띄었다.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에도 이 전 사령관을 추모하면서 문재인 정권 검찰의 무리한 수사를 비판하는 글이 잇달아 올라왔다.

이 전 사령관과 개인적 인연이 없어 그가 어떤 군인이었는지 잘 모른다. 그러나 망자(亡者)에게 관대한 일반적인 인간의 심성을 감안하더라도 이재수 장군이 세상을 떠난 뒤 나오는 말들을 종합해 보면 상당히 괜찮은 군인이었다는 평가가 압도적으로 많다. 일선 취재기자 시절 국방부를 출입해 군() 사정에 밝고 언론계 선후배들로부터도 신망이 두터운 최맹호 전 동아일보 부사장은 이번 비보(悲報)가 전해진 당일인 7일 저녁 개인 페이스북에 짧지만 의미심장한 글을 9개월만에 올렸다. 최 전 부사장은 이재수 장군. 내가 만난 장군 중 참으로 올곧은 장군이었고 강직한 군인이었다. 허망한 세월이 참 아까운 인간을 떠나게 했다. 명복을 빌어봐야 뭐하나라고 썼다. 옛 중국에서는 "사람에 대한 진정한 평가는 관(棺) 뚜껑을 덮은 뒤 알 수 있다"는 말이 있는데 그런 면에서 이재수 장군은 비록 안타깝고 참담하게 세상을 떠났지만 명예는 지켰다고 볼 수 있다.

고인의 강직한 성품은 8일 공개된 유서를 읽어봐도 어느 정도는 짐작할 수 있다. 이 전 사령관은 유서에서 세월호 사고시 기무사와 기무부대원들은 정말 헌신적으로 최선을 다했다“(사고 후) 5년이 다 돼가는 지금 그때의 일을 사찰로 단죄하다니 정말 안타깝다고 밝혔다. 이어 지금까지 살아오며 한점 부끄러움 없이 살았지만 전역 후 복잡한 정치상황과 얽혀 제대로 된 일을 할 기회를 얻지 못했다면서 지금 모처럼 여러 비즈니스를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즈음에 이런 일이 발생하여 여러 사람에게 미안하다고 했다. 검찰이 청구한 자신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한 판사가 어려운 지경에 빠지지 않기를 바라면서 부하들을 포함한 모두에게 관대한 처분을 검찰에 호소하기도 했다. 그의 평소 소신은 ()은 부하에게, 책임은 나에게였다고 한다.

한평생 올곧게 군인의 길을 걷다가 아직 한창의 나이인 만 60세에 투신자살이라는 극단적 방식으로 세상을 떠난 그를 죽음으로 내몬 것은 무엇일까. 정확한 원인은 당사자만 알겠지만 검찰 수사 과정에서 겪은 모욕감이 명예를 목숨보다 소중히 여기는 정통 군인에게 견딜 수 없는 상처를 줬을 것이라는 것은 짐작할 수 있다. 특히 상급자인 김관진 전 안보실장을 엮어 넣을 수 있는 정보를 내놓으라며 별건수사를 통해 압박하는 검찰의 과잉수사 행태가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말도 나온다. 문무일 검찰총장과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을 정점으로 하는 현 검찰 수뇌부는 입이 백 개라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오죽하면 같은 검사 출신인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와 김진태 의원이 친정인 검찰을 향해 각각 "사냥개인 주구(走狗)를 넘어 미친개인 광견(狂犬) 같다" "말이 적폐수사지 인민재판에 반동분자 숙청"이라며 강도높게 질타했겠는가.

문재인 정권 들어 이른바 적폐청산을 내걸고 진행되는 망나니들의 칼춤은 벌써 여러 희생자를 낳았다. 지난해 11월에는 이명박 정부 시절 국정원 댓글 수사와 관련해 변창훈 서울고검 검사가 투신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변 검사는 특히 수험생 자녀가 있는 집에 검찰 수사관들이 새벽에 들어와 마구잡이로 압수수색을 하는 모습에 큰 충격을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해 10월에는 국정원 내 현안 태스크포스(TF)에서 일했던 정모 변호사가 자살했다. ‘방산 적폐로 찍혀 수사 받던 기업 임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도 발생했지만 정작 그 기업에서 방산 비리는 나오지 않았다. 이쯤 되면 형식은 자살이지만 실제로는 타살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올해 2월 초 필자는 이 칼럼난에 <정권 적폐청산구호에 박수칠 수 없는 이유>라는 제목의 글을 썼다. 그 글에서는 소위 적폐청산을 들먹이는 행정부 고위인사들이나 권력의 입맛에 자발적으로 부역하는 검사와 판사들을 비판하면서 문재인 정권이 집권 후 9개월 이상 소리 높여 외친 적폐 청산의 슬로건도 시간이 지나면 결국 전두환 정권의 정의사회 구현이나 김대중 정권의 2의 건국처럼 공허한 정치구호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최근 잇달아 벌어지고 있는 검찰 수사과정에서의 안타까운 죽음은 적폐청산이 공허한 정치 슬로건을 넘어 급진좌파 독재정권의 사람 잡는 구호로까지 변질됐음을 보여주고 있다. 검찰과 법원은 언제까지 합법을 가정한 정적(政敵) 때려잡기의 하수인이 될 것인가. 이 말도 안 되는 폭압적 정치에 제동을 걸 검사와 판사는 정말 없는 것인가.

요즘 세상 돌아가는 분위기를 보면 우리가 아는 대한민국은 정말 망할지도 모르겠다. 대한민국이란 이름은 남더라도 전혀 딴 나라가 될 수도 있다. 심각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국가적 자멸행진을 언제까지 나몰라하고 방치할 것인가.

나는 지난 2월 칼럼을 다음과 같이 마무리했다. <권력의 코드에 맞춰 최소한의 형평성이나 법원칙도 무시한 무리한 법적용을 남발하면서 3기 좌파정권에서 출세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공직자들의 부끄러운 이름도 한 명 한 명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조선시대 실학자 다산 정약용이 남긴 경구(警句)를 우리 모두 기억했으면 한다. “간신(奸臣)은 비()를 세워 영원히 기억하게 하라.”> 이 미친 바람의 힘이 영원히 이어질 것으로 착각하고 사는 듯한 문재인 정권의 공직자들, 특히 판사와 검사, 경찰 고위직들은 다산의 경고를 곱씹어봤으면 한다.

권순활 전무 겸 편집국장 ksh@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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