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장표 청와대 경제수석(오른쪽)과 김영록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왼쪽) (사진: 연합뉴스 제공)
홍장표 청와대 경제수석(오른쪽)과 김영록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왼쪽) (사진: 연합뉴스 제공)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에 이어 이번엔 홍장표 경제수석이 나섰다. 홍 수석은 이번 최저임금 인상을 대표로 '소득주도성장론'의 이론적 근거를 마련한 학자이다.

19일 홍 수석과 김영록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서울 신당동 주변에 현장점검을 나섰다. 급격한 최저임금의 인상에 따른 정부의 지원책을 홍보하기 위한 시간이기도 했고,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챙겨라"는 지시에 따른 현장 행보이기도 했다.

● A씨와의 대화 中, "농식품부가 젊은이들이 쌀밥을 먹도록 만들겠다", "파트타이머를 좀 쓰시라”

이날 홍 수석과 김 장관은 6년간 한식당을 운영했다는 A씨와 대화를 나눴다. 첫 대화부터 홍 수석의 석연치 않은 답변이 시작됐다. A씨는 "이렇게 조그만 식당은 최저임금 인상이 너무 힘들다"라고 하자 홍 수석은 마치 지원금이 세금이 아니라 자신의 주머니에서 나오는 선심인 마냥 "그래서 저희가 매월 13만원씩 일자리 안정자금을 드리려고 한다"고 대답했다.

이어 A씨는 “요즘 젊은이들이 쌀밥을 선호하지 않아 식당에 오질 않는다”는 말에 김 장관은 “농식품부가 젊은이들이 쌀밥을 먹도록 만들겠다”고 답했다. 이러한 김 장관의 발언은 이제는 식생활도 정부가 사실상 강요하게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키우고 있다. 당장 쌀밥을 먹으라고 강제한다 보긴 힘들겠지만 정책적으로 쌀밥의 인기를 높이기 위해 또 무슨 해괴한 짓을 할지 모른다는 우려는 기우가 아닐 수도 있다는 시선이다.

홍 수석과 김 장관은 자신들의 테이블에 차려진 파전을 집는 와중에도 A씨의 하소연은 이어졌다.

"제가 아침 9시에 나와서 새벽 1~2시까지 계속 일해요. 사람을 더 쓰고 싶지만 너무 어렵네요.”

그러자 홍 수석의 돌아온 대답은 A씨의 얼굴을 굳게 만들 만했다. 

"파트타이머(시간제 근로자)를 좀 쓰시죠.”

"사람을 더 쓰고 싶어도 어렵다"는 말에 식당 한 번 운영해보지 않은 홍 수석의 "파트타이머 좀 쓰세요"라는 말은 어떻게 들렸을지 모르겠다. 이 같은 답변에 대해 인사동 한 식당 주인집 사장은 "카메라가 있었으니 주인집 아저씨가 욕은 하지 않은 것"이라고 심정을 대변했다.

이어 A씨와 홍 수석, 김 장관의 대화는 이어졌지만 A씨는 굳은 표정으로 대답을 계속 이어가자 머쓱해진 홍 수석은 들고 있던 젓가락을 내려놓고 조용히 식당을 빠져나갔다.

홍 수석과 김 장관에 대한 신당동 식당 주인들의 냉랭한 반응은 이곳뿐만이 아니었다. 

● B씨와의 대화 中, "대통령을 모시고 있는 경제수석이 여기 직접 찾아오지 않았느냐"

고깃집 주인 B씨는 두 사람이 방문해 애로사항을 묻자 “최저임금을 올리는 건 좋은데 너무 올라서 인건비 부담이 커졌다”며 “다음 번부턴 최저임금을 적정선에서 단계적으로 올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한 답변으로 김 장관은 “당장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어렵지만 성장의 모멘텀을 만드는 기회가 될 것”이라며 “그래서 대통령을 모시고 있는 경제수석이 여기 직접 찾아오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B씨는 이에 대해 냉소하며 “아이고, 영광입니다”라고 답했다. 

이 같은 청와대의 행보에 대해 일각에선 사실상 '민생점검'이 아닌 '민생탄압'이라는 말까지 돌고 있다. "파트타이머 좀 쓰시라"는 발언과 "농식품부가 젊은이들이 쌀밥을 먹도록 만들겠다", "대통령을 모시고 있는 경제수석이 여기 직접 찾아오지 않았느냐"와 같은 발언은 민생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생각은 없고 왜 우리가 이렇게 열심힌데 당신들은 안 따라와주냐는 식의 발언으로 들린다는 해석이다.

다른 식당들에서도 “사정이 있어서 근로계약서를 쓰지 않으려는 직원들도 있다는 현실을 감안해달라”, “외국인이 아니면 일할 사람도 없는데 인건비 감당을 도대체 어떻게 하느냐”는 등 불만과 요구사항이 쏟아졌다. 한 식당 주인은 “최저임금 인상이 서민들의 지갑을 열게 해 궁극적으로는 식당 매출 확대로 이어질 것”이라는 김 장관의 설명에 “장관님이 얘기하는 것처럼 세상일이 쉽게 안 된다”고 응수하기도 했다.

● 현장의 따가운 목소리에도 불구, 한국외식업중앙회를 찾아 또 다시 "최저임금 인상은 인간다운 삶을 보장" 

홍 수석은 이날 연일 따가운 목소리를 현장에서 직접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현장점검을 마친 뒤 한국외식업중앙회를 찾아 최저임금 인상의 당위성을 주장하며 “최저임금 인상으로 사람들이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는 임금 수준이 유지되면 가계소득과 소비가 늘고, 이는 골목상권의 매상을 늘리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는 논리를 폈다. 

이에 대해 이병태 카이스트 교수는 "최저임금 인상등을 포함한 소득주도성장론은 학계에서 이미 안된다고 검증이 끝난 이론이다. 이론조차 받아들여지지 않고, 현장에서도 직접 목격하고도 계속 끈질기게 최저임금 인상을 내세우는 모습은 이념적으로 밖에 비춰지지 않는다"라고 비판했다. 또한 "특히 우리나라 같이 해외 수출 의존도가 큰 나라에선 이러한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이 인건비 상승에 따른 가격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며 "작년 그나마 우리의 경제가 좋았던 이유는 수출인데 이마저도 타격을 입을까 심각하게 우려된다"고 말했다.

홍준표 기자 junpyo@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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