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펜앤드마이크 보도後 "北의 포격도발" 언급한 추모글 추가게재
오전 추모글 "그날의 호국영웅들~젊은 영혼들~평화의 수호신" 詩 쓰듯, 카드 2장뿐
네티즌들 "北 공격을 한마디도 안하네?" "대통령 바뀌더니 北방부 돼" "굽실대는 평화?"
작년까지 매년 연평도 포격 게시물에 '도발' '戰死' '北 소행' 적극 설명해온 것과 대조적
'北소행' 명확히 한 게시물 접한 국민들 "왜 당시 참상은 거론 않냐"며 親北정책 비판
오전中 정부요인 없이 해병사령관 주관 8주기 추모식…유족 "평화란 이름으로 희생 잊혀"

국방부가 11월23일 공식 페이스북 계정에 올린 연평도 포격도발 8주기 추모 게시물을 접한 국민들은 '북한의 ㅂ도 없다'며 위화감을 호소하고 있다.

문재인 정권에서 '친북(親北)·반일(反日)' 기조가 두드러지고 있는 국방부가 '북한의 6.25 남침전쟁 이래 첫 민간인 거주구역 공격 만행'으로 발발한 연평도 포격전(戰) 8주기에 '가해자 북한'을 지워버린 추모글을 게재해 논란이 일고 있다.

국방부는 23일 오전 9시쯤 '대한민국 국방부' 페이스북 공식 계정에 "그날의 호국영웅들을 기억합니다"라는 언급으로 시작하는 추모사와 함께 카드뉴스 2장을 게재했다. 그런데 이 게시물에는 '북한'도, '도발'도 언급되지 않았다.

국방부는 "조국수호를 위한 뜨거운 염원을 가슴에 품은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젊은 영혼들이여 그대의 숭고한 희생으로 인하여 우리가 이곳에 편히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조국은 절대 잊지 않을 것이니 부디 저 하늘에서 평화의 수호신이 되어 우리를 굽어보며 편히 쉬소서"라고 적었다. 카드뉴스에는 "그날의 연평도를 지킨 연평부대원들"이라며 "오늘만큼은 서북도서를 수호한 두 명의 호국영웅과 연평부대원들의 희생을 기억해 주시길 바랍니다"라고 썼다. 이와 함께 해쉬태그(#)에 고(故) 서정우 하사와 문광욱 일병의 이름, '해병대', '대한민국_국방부'를 덧붙였을 뿐이다.

국방부 페이스북은 최근 수년간 매년 11월23일 즈음해 연평도 포격도발 'N주기' 추모 게시물을 올려왔다. 적어도 북측의 '도발'임을 강조하거나, 서정우 하사와 문광욱 일병을 '전사자'로 지칭하는 상식적인 내용이었다. 지난해까지는 '도발 일지'를 카드뉴스 등 형태로 알기 쉽게 설명하는 정성을 들였다.

두 전사자를 추모하는 '사이버추모관(http://goo.gl/6w97oz)'과 추모영상 링크를 공유하거나, 연평도 포격전 후속 조치로서 서북도서방위사령부 창설(2016년)을 홍보하기도 했다. 예고성 또는 특집 게시물을 감안하면 해마다 2~3건의 연평도 포격도발 전사자 추모 관련 게시물이 달렸다. 하지만 '남북 타협무드'가 가속화된 올해 국방부는 '단순 추모' 게시물 쯤으로 여길 만한 내용을 올렸을 뿐이다.

문재인 정권 출범 첫해인 2017년 11월23일 연평도 포격도발 7주기 게시물까지만 해도, 국방부 페이스북 공식계정은 연평도 포격도발 주체가 북한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는 카드뉴스를 여러장을 함께 게재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국방부를 "북(北)방부"로 지칭하는 등 네티즌들이 잇따라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연평도 포격 도발 티셔츠>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의류 브랜드 'Yes, I'm Right'를 운영하고 있는 20대 남성 곽호진씨는 국방부의 게시물이 올라온 직후 "그래서 누가 어떻게 공격했는지는 언급 안 하시네요?"라고 댓글로 직격탄을 날렸다.

곽씨는 "우리의 주적인 '북한'이 대한민국의 영토를 포격해, 우리 해병 두명과 민간인 두명이 사망한 연평도 포격도발. 휴전 이후 최초로 민간인 거주구역을 공격한 사건"이라고 상기시켰다. 이 댓글에는 오전 중 140명을 넘는 네티즌들이 '좋아요' 등을 눌렀다.

웹툰작가 윤서인씨도 "무슨 맨날 100년 전 광복군 타령은 카드뉴스 10장씩 만들어 제끼더니, 바로 몇년 전 북한 만행은 마지 못해 달랑 두장, 그것도 '누가 그랬는지', '무슨 사건인지', '북한의 북 자(字)'도 안 써있고 계속 '그날'이란다 '그날'"이라고 꼬집은 뒤 "마음에 없는 소리 하시느라 고생 많다"고 국방부를 비판했다. 그의 댓글엔 오전 중 200명 가까운 반응이 달렸다.

네티즌 박모씨는 "연평도 포격도발이 어떻게 일어났고 왜 전사자 두명이 발생했다는 설명없이 딸랑 카드 뉴스 두장으로 호국영웅이라…솔직히 이것 만들면서 부끄럽지 않더냐? 인민무력성 2중대, 북방부"라며 "요즘 국방부 포스팅 댓글 보면 뭐 느끼는 게 없나?"라고 반문했다.

다른 네티즌들도 "누가 했는지 왜 빼먹음?" "북괴(북한 괴뢰정권)가 그랬다고 왜 말을 못해" "북한 한마디도 안 들어간 거 보소" "지금 유해발굴이니 평화니 뭐니 하는 XXX들이 도발한 건 알고 있지? 정신차려라 진짜로 X팔린다" "'그날의 호국영웅들'이 아니고 '대한민국의 주적(主敵)인 북한에 의해 저질러진 만행으로 산화하신 우리의 호국영웅들'이라 말씀하시는 것이 맞다" "호국영령은 단순한 단어냐?" "나라를 SNS로 지킬거면 그냥 다 제대시켜라" "저 '하늘에서 평화의 수호신' 되라는 게 XX 웃기네. 그놈의 평화평화평화, 굽신굽신 비위맞춰주는 게 평화라 생각하나?" "너희들이야말로 국군의 명예를 떨어뜨리고 있는 거다" "대통령 바뀌고 북방부로 변했네" 등 비판을 쏟아냈다.

'당신은 자랑스러운 해병이었습니다' (연평도=연합뉴스) 신준희 기자 = 북한의 연평도 포격 1주기인 23일 오전 전사자 서정우 하사와 문광욱 일병의 황동부조상이 설치된 연평도 평화공원에서 열린 추모식에서 해병대 관계자들이 분향하고 있다. 2011.11.23 hama@yna.co.kr
북한의 연평도 포격 1주기인 2011년 11월23일 오전 전사자 서정우 하사와 문광욱 일병의 황동부조상이 설치된 연평도 평화공원에서 열린 추모식에서 해병대 관계자들이 분향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연평도 포격전은 2010년 11월23일 오후 2시34분쯤 북한이 인천시 옹진군 연평면을 향해 포격을 가한 사건이다. 이로 인해 해병대원 서정우 하사, 문광욱 일병이 전사했고 민간인 김치백·배복철씨가 숨졌다. 또 군인 중경상 16명, 민간인 중경상 3명의 인명 피해와 각종 시설 및 가옥 파괴로 재산 피해를 입었다. 

북측의 방사포 공격 이후 13분 만에 연평부대 포7중대는 K-9 자주포 4문으로 북한 무도 방향으로 80여발을 발사하는 등 반격에 나섰고, 북한군에 적어도 30~40명에 달하는 사상자(사망 10여명 및 부상 30여명)를 발생시키는 더 큰 보복을 안겼다. 승전(勝戰)이었다. 

이 사건을 우리나라는 북한에 의한 '연평도 포격 도발'로 기록했다. 우리 측 해병대사령부는 2012년부터 '연평도 포격전(또는 연평도 전투)'으로 변경해달라고 국방부에 건의했으나 '북한의 도발행위가 국제형사재판소(ICC)에 제소돼 있으므로 포격전이란 용어를 쓰면 도발 의미가 퇴색해 판결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부정적 답변이 돌아왔다고 한다. 

오히려 전쟁가해자인 북한이 먼저 '연평도 포 사격 전투'로 규정하고 2013년 11월23일 황해남도 강령군에서 기념집회를 열고 '승전 선언'을 하는 등 우리 해병대의 반격으로 인한 패전(敗戰)을 퇴색시키는 행보로 일관했다. 

박근혜 정부 당시 국가보훈처는 연평도 포격전의 두 전사자를 별도로 기리는 묘역을 마련해 '여기 연평도 포격전 참전 해병 고이 잠들다'라는 내용의 표지석을 세우는 등 성의를 보였지만, 공식용어상 '포격전 승전' 승격 작업은 올해까지도 이뤄지지 않았다. 지난해 11월까지 기준으로는 포격전을 경험한 연평부대원 총 53명이 유공자로 포상을 받았으나 대통령표창을 받은 장병은 없다고 한다.

11월23일 오전 국방부 공식 페이스북 계정에 올라온 '북한 도발 없는' 연평도 포격 8주기 추모게시물에 관해 펜앤드마이크(PenN)가 오후 1시20분쯤 보도한 뒤, 국방부는 오후 2시15분쯤 "북한의 포격도발" "연평도 포격전(戰)" 등 언급과 함께 연평도 포격 8주기 추모행사 진행을 알리는 게시물을 추가로 올렸다.

한편 국방부는 펜앤드마이크(PenN)가 이날 오후 1시20분쯤 관련 사실을 처음 보도한 뒤 약 1시간 지난 오후 2시15분쯤 "북한의 포격도발", "연평도 포격전" 등 언급을 담아 두 전사자를 추모하는 게시물을 추가로 올렸다. 당일 대전국립현충원에서 진행된 연평도 포격 8주기 추모행사에 전진구 해병대사령관이 참석했다는 동정을 사진과 함께 전하는 형식이었다.

네티즌들 중 일부는 게시물에 "댓글로 두들겨맞더니 정신차렸나"라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상당수는 연평도 포격도발을 북한 소행으로 명시한 이 게시물을 접한 뒤 현 정권의 국방정책 전반에 상당한 의문을 제기하거나 비판하는 댓글을 달았다. 한 네티즌 김모씨는 "주적을 일본으로 만들기 위해 (컨셉 사진을 올리며) 온갖 역사와 스토리까지 꺼내며 시나리오를 쓰더니, 북한 연평도 포격 포스팅 내용을 보면 북한에 대한 경각심과 당시 사건의 참혹함같은 내용은 하나도 없다"며 "그분들에 대한 추모는 당연한 건데, 왜 그 당시의 내용은 별로 언급도 안하는가"라고 지적했다.

다른 네티즌 양모씨는 "그러면서 휴전선에 도로 연결하는데 최선을 다합니까? 내가 누군지 여긴 어딘지 참 혼란스러우시죠?"라고 비무장지대(DMZ),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등 지뢰제거와 비무장화 정책에 불만을 제기했다. 또 다른 김모씨는 "국방부가 지금 정부 입맛따라가는 건 이해하는데, 게시물올린사람은 호국영웅들 생각이라도 한번하고 게시글좀 올려라. 목숨바쳐 나라지킨 영웅들이 당신들 지키려고 목숨 잃었다고 생각하면 하늘에서 얼마나 분통하겠나"라고 국방부를 꾸짖었다.

11월23일 대전 현충원에서 열린 연평도 포격전 8주기 추모식을 찾은 해병대 장병들이 고 서정우 하사와 문광욱 일병 영정을 향해 묵념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11월23일 대전 현충원에서 열린 연평도 포격전 8주기 추모식을 찾은 해병대 장병들이 고 서정우 하사와 문광욱 일병 영정을 향해 묵념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앞서 이날 오전 11시 해병대사령부는 전진구 해병대사령관 주관으로 대전현충원 연평도 포격전 전사자 합동 묘역에서 연평도 포격전 8주기 추모행사를 실시했다. 해병대는 2016년부터 '서해 수호의 날' 기념식과 별개로 해병대사령관 주관으로 연평도 포격전 추모식을 하고 있다.  

이날 추모식에는 故 서정우 하사·문광욱 일병 유가족, 참전 장병, 역대 해병대사령관, 국가보훈처 관계자, 지역 기관장, 전사자 모교인 단국대와 군장대 후배 등 200여 명이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추모식에 앞서 참가자들은 상륙기동헬기 마린온 추락사고 순직장병 묘역을 참배하고, 이어 연평도 포격전 전사자 유가족과 함께 두 전사자 묘역을 참배했다. 

이후 국민의례와 추모영상 상영, 헌화 및 분향, 추모사, 추모헌시 낭독 등이 이어졌다. 전 사령관은 추모사에서 "故 서정우 하사와 故 문광욱 일병 그리고 연평도를 지켰던 영웅들을 결코 잊지 않을 것"이라며 "진정한 평화는 스스로를 지킬 수 있을 때 지켜지는 것이다. 해병대는 어느 누구도 어떤 상황에서도 감히 넘보지 못할 강한 힘으로 대한민국의 평화를 지켜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해병대 박수훈 일병은 연평도 포격 당일 휴가를 가려던 故 서정우 하사가 발길을 돌리는 장면을 상상하며 쓴 추모 헌시를 차분하게 낭송했다. 박수훈 일병은 "여러 인터뷰와 영상에서 희생자들의 얘기와 가족들의 이야기를 접했다"며 "내가 저런 상황에 부닥치고, 부모님은 어떤 심정일지 상상하며 추모 시를 썼다"고 말했다.

추모 시를 듣는 내내 눈물을 흘린 서정우 하사의 어머니는 "우리 아들의 속마음을 잘 표현해 (아들) 생각이 많이 났다"며 "요즘 평화라는 이름으로 아들의 희생이 잊히는 것 같아 아쉽다"며 안타까워했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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