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편향-親정권 편향방송 계속하는 한 KBS 미래 없다

이세영 기자

"KBS 나도 안 본다"

최근 심심찮게 들을 수 있는 말이다. "보기 싫다"거나 “시청료 내기 싫다”며 강한 거부감을 드러내는 이들도 적지않다.

KBS를 안 보는 이유야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다. 매체환경의 중심이 이동하면서 시청자들은 인터넷 동영상 플랫폼인 유튜브와 넷플릭스 등을 찾는 추세이다. 이를 통해 시청자들은 프로그램 시간과 상관없이 즐기고 싶은 콘텐츠를 더 푹 넓게 선택할 수 있게 됐고, 동영상을 휴대폰이나 여타 기기를 통해 이동중에도 볼 수 있는만큼, 이제는 굳이 TV가 배치된 곳에 찾아가지 않아도 영상을 손쉽게 볼 수 있다.

그러나 ‘KBS뉴스’에 대한 거부감은 이러한 매체환경의 다변화 등 외부 요인 뿐만 아니라, 분명히 'KBS뉴스에 대한 거부감'이 저변에 깔린 모습을 찾아볼 수 있다. 예전같았으면 KBS를 틀어놓고 다른 일을 하던 사람들조차 아예 찾지를 않는 것이다. 명백한 거부감이 반영된 일종의 ‘보이콧’과 같은 현상을 접할 수 있다. 이유없는 현상일까.

KBS 메인뉴스 ‘뉴스9’의 시청률은 지난해 이전만 해도 20%에 육박하는 날도 많았다. 그러나 최근 3달 간 시청률은 10~13% 정도 수준이다. 한 자릿 수 시청률도 종종 발생한다. 예전같았으면 시청률 10~13% 수준에도 당장에 '시청률 하락은 KBS의 공정성 하락 탓'이라며 날을 세워 비판했을 민노총 산하 언론노조 등 좌편향 단체와 매체들은 침묵하고 있다.

대신 이번에는 비(非)좌파 성향 시민들의 반발이 불을 붙고 있다. 지난 21일 서울시 종로의 한 버스정거장에서는 보다 직접적인 ‘보이콧’이 벌어졌다. 그들은 천막을 설치한 채 ‘KBS 시청료 납부 거부 서명운동’을 벌였다. 이들이 현수막에 걸어놓은 핵심 메시지는 "공정성을 상실한 공영방송 KBS"였다. 포털이나 SNS 등에서도 비슷한 이유로 KBS를 규탄하는 목소리들을 쉽게 볼 수 있다. KBS공영노조측도 이와 관련해 “국민들이 KBS 수신료를 거부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공정보도를 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 ‘불공정성’, ‘편파성’에 대한 비판은 별다를 바 없는 KBS에 대해 괜히 흠집내고 싶어서 ‘없는 소리’를 만들어낸걸까. 이들이 어떠한 부분에서 불공정하다고 주장하는지 조목조목 읽어보고 직접 판단해볼 문제이다.

무엇보다 일단 이슈를 다루는 비중과 빈도수에서 상당한 차이를 따져볼 수 있다. 광화문 등 현 정부에 대해 강력히 성토하는 대규모 집회가 벌어질 때 취재를 가보면, 처음 참석한 이들 중에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이 온줄 몰랐다고 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어찌보면 당연하다. 언론에서는 간략히 보도하거나, 모른 척 외면하는 경우가 많아 현장에 오지 못하면 듣기 힘든 소식들이기 때문이다. 수많은 인파가 참석한 것을 고려하면 언론의 행태는 괴리감이 느껴질 수밖에 없다. 

이틀 전 21일에는 전직 국방부 장관, 육해공군 참모총장 및 해병대 사령관, 예비역 소장·중장 등 ‘약 1천여개 별’이 모여 '국민에게 드리는 말씀’이라는 성명서를 통해 9.19 남북군사합의 등이 지닌 위험성을 강력히 규탄하고 나섰다. 그러나 국민에게 드리는 말씀’이라는 성명서가 과연 국민들에게 전달됐을 지는 의문이다. 이날 각 방송사의 메인뉴스에서는, 공영방송 KBS는 물론 해당 소식을 찾아볼 수 없었다. TV조선만 비중있게 다뤘을 뿐이며, 보도전문채널인 YTN조차 35초 간의 단신으로만 소식을 다뤘다. 이 짧은 영상이 올라온 시간은 22일 새벽 1시경이었다. 이렇다보니 대부분의 시민들은 그런 활동이 있었는지 조차 모르기 십상이며, KBS 등에서 '남북 평화'라는 단어만 접하기 쉬운 양상이다. 관련 분야에 대해 문제의식을 지니고 방송을 시청하는 이들은 '불공정한지도 모르고 지나칠 수 있는 부분들에도 불공정성이 숨어있다'고 지적한다.

인적구성이나 프로그램의 성향에서도 은연중 차이를 드러낸다. KBS에서 ‘엄경철의 심야토론’를 진행하는 엄경철 앵커는 민노총 산하 언론노조 KBS본부 위원장 출신이다. 그는 11월 3일에 방영된 ‘사법부 특별재판부’를 둘러싼 토론을 마무리하면서 “진행자로서 토론을 준비하면서, 우리 사회는 민주주의 가치를 믿고 있다"며 "그러나 탄핵을 당한 박근혜 전 대통령이 말하는 민주주의는 시민들이 더 이상 믿지 않는 것 같다. 역시 우리 사회는 법치주의를 믿고 있으나 사법농단 판사들 혹은 그 세력들이 말하는 법치주의와 3권분립에 대해서는 시민들이 신뢰를 두고 있지 않다”며 뚜렷한 주관을 드러낸다. KBS 토론회가 대외적으로 지닌 객관적인 이미지와 영향력을 고려하면 진행자의 치우친 발언은 어느 국민들에게는 무겁고 공신력있게 받아들여지기 쉬울 것이다.

현 정부 들어서 시작한 KBS의 미디어비평 프로그램 ‘저널리즘 토크쇼J’는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듯 중립성을 표방하지만, 실상 방송 목차를 살펴보면 ‘기무사 문건, 가짜뉴스, 재판 거래’ 등 겨냥하고 있는 방향이 분명하다. 출연자들 또한 의도적인듯 "성역없이" 등 중립적인 표현을 빈번하게 활용하지만, 결국 KBS의 공정한 이미지를 빌려 현 정권 및 좌파진영과 궤를 같이하는 주장에 설득력을 더해주는 역할만 할 뿐이다. 정부 비판 언론에 대해서만 날선 칼날을 들이대는 이들의 모습 사이에서는 상대를 조롱하고 깎아내리는 표현과 관점들이 보인다.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매일밤 오후 11시 30분에는 시사토크쇼 ‘오늘밤 김제동’이라는 프로그램도 진행되고 있다. 김제동씨는 사드 반대 집회, 촛불집회, 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 1인 시위 등 현 집권여당인 민주당 등과 궤를 같이하는 활동에 활발히 참여했던 인물이다. 그를 둘러싸고 '편향성 시비'와 '시사토크 프로그램 진행자로서 적절한 지 여부' 등 논란이 뜨거웠다.

언론노조가 미치는 영향력이 비대해진 가운데 공영방송 KBS 내부의 잡음도 끊이질 않고 있다. 민노총 산하 언론노조KBS본부의 장기 파업 및 항의시위는 KBS 전 사장과 이사진을 뒤엎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언론노조KBS본부 전신인 '공영방송 사수를 위한 사원행동' 공동대표였던 양승동 사장이 KBS 사장으로 취임한 후, KBS는 이른바 '진실과미래위원회'는 설치한 후 적폐청산을 앞세웠다. 언론노조 소속이 주요보직을 모두 꿰차 언론노조 소속이 아니면 KBS 뉴스 앵커나 기자로서 활동하기 힘들다는 한숨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앞서 민노총 산하 언론노조KBS본부측이나 양승동 KBS사장은 매번 입버릇처럼 '방송 정상화' '공정방송'을 주장해왔다. 양승동 사장은 지난 10월 27일 정책발표회에서 ‘믿고 보는 국민의 방송 KBS’를 내세웠다. 무수히 많은 자리에서 ‘국민의 방송’을 자처해왔다. 또 다른 자리에서는 "새가 날으려면 좌우날개균형을 맞춰야 올라갈수있다. 나는 좌파도 우파도 진보도 보수도 아니다. 진보 보수 목소리가 같이 담겨서 고민되고 걸려져서 합의지점 만들어내는게 공영방송 역할"이라고 좌우 균형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사실들을 나열해보면, 그들이 말한 '공정 방송', '국민의 방송', '정상화' 등의 표현이 어떤 기준이었는지, 어느 정도 공감대를 얻었는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누군가가 활용한 재미난 표현을 변형해서 인용해보자면, '오늘밤 김제동'라는 프로그램이 있으면 '내일밤 정규재'라도 있어야 균형을 위한 노력 아닌가. 이대로라면 시청자들로서는 KBS에서 심심찮게 활용하는 '국민'이란 용어가 사실상 자신들을 지지하는 ‘국민’들 혹은 자신들이 알리고 싶은 ‘국민’의 목소리만을 뜻한다는 의구심을 버리기 힘들 것이다.

실제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송희경(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 10월 17일 KBS수신료 환불민원 건수가 2015년 1만6238건, 2016년 1만5746건이었으나 2017년에는 2만246건으로 급증했다고 밝힌 바 있다. 송 의원이 당시 KBS로부터 받은 최근 5년간 KBS 수신료 환불 민원 자료에 따르면, 올해 9월말 2만5964건으로, 이미 작년 민원 건수를 넘어섰다고 강조했다.

국민들로부터 수신료를 받는 데 대한 의무와 책임감을 되새기지 않는 한 KBS의 수신료 거부운동은 더 확산되고 거세질 수 있다. 이번 'KBS 시청료 거부운동' 등에 대해 심상찮은 항의로 받아들일 것인지, 이번 또한 외면할 것인지는 KBS의 선택이다. 여전히 시청자들이 외면한 이유에 대해서 ‘잃어버린 9년 탓’이라고 외칠 것인가. 

그들이 준엄하고 소중하게 느낀다던 국민과 시청자들이 떠나가고 있다. KBS는 그들의 발걸음을 돌릴 만한 이유를 제시할 수 있을까.

이세영 기자 lsy215@pennmike.com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