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저널, 최순실 '없는 아들'까지 조작해 "청와대서 근무했다"는 '가짜뉴스'
시사저널 "‘최순실, 첫 남편과의 사이에서 1983년 아들 출산" 기정사실화
檢 "제적등본 상 슬하에 정유라 뿐"...靑 "근무하고 있는 김 씨 서류상 어머니 이름 강 씨"
경향신문, 인터뷰 대상 입 빌어 "최순득과 박근혜 대통령은 성심여고 동기동창"이라는 허위보도
조선일보, 동아닷컴 등 "최순득, 박 대통령과 고교 동창" 오보 따라가기
YTN, 오보 따라갔다가 성심여고 다시 확인한 뒤 오보 바로잡아

2016년 가을부터 본격화한 이른바 '탄핵정변'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을 끌어내리기 위한 상당수 언론의 핵심 연결고리는 '최순실'이었다. 독신여성인 박 전 대통령의 개인적 심부름을 주로 맡아하던 최순실(개명 후 최서원)을 박 전 대통령과 엮고, 두 사람의 관계를 부각시켜 국민의 분노를 조장했다. 언론은 태블릿PC를 비롯해 대부분의 국정을 최순실이 운영한 것처럼 여론을 호도했고 이를 악용해 여론을 부추겼다. 최순실 일가와 박 전 대통령의 관계를 어떻게든 연결시키기 위해 이른바 '카더라 보도'를 쏟아내며 언론의 정도(正道)를 벗어나도 한참 벗어난 것이 당시 언론이었다. 없는 '최순실 아들'이 박근혜 정부의 청와대에서 근무했다는 시사주간지 '시사저널'의 보도는 이런 종류의 명백한 악성 오보(誤報)였다.

● '최순실 아들 청와대 근무했다'고 ‘거짓보도’한 시사저널

시사저널 "최순실 아들 청와대 근무했다" 보도
ㅑ시사저널 "최순실 아들 청와대 근무했다" 보도

 

손석희 사장의 JTBC가 '태블릿 PC' 관련 보도로 불을 지른 직후인 2016년 10월 29일 '시사저널'의 기자 김지영, 박혁진, 김회권, 유지만 등 4명의 기자는 당시 <"최순실 아들 청와대 근무했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소위 '단독기사'라며 보도했다. 이 기사의 부제목은 <1985년 이혼한 최순실, 前 남편 사이의 아들 청와대 총무구매팀 근무 의혹>으로 붙였다. 최순실의 입김이 청와대 내에서 절대적이며 그가 나라를 흔들고 있다는 왜곡된 이미지를 만드는데 영향을 미친 기사 중 하나다.

‘시사저널’은 본격기사에 들어가기 앞서 ‘편집자주’를 통해 “‘비선 실세’로 지목된 최순실씨는 1982년 김영호씨와 결혼해 3년 만에 이혼했다. 정윤회씨는 2014년 이혼한 두 번째 남편이다. 그런데 최씨와 이혼한 김씨 사이에 아들 김○대씨가 있었다”며  최순실에게 아들이 있었다는 ‘허위사실’을 기정사실화했다. 이어 “본지 취재 결과, 30대 중반인 김씨는 현 정부 들어 청와대 총무 구매팀에서 ‘최소’ 2014년 말까지 근무했고 현재는 그만 둔 상태다. 그가 청와대에 근무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파문이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해당 기사는 첫 머리로 "‘비선 실세’로 지목된 최순실씨가 첫 번째 결혼기간에 낳았던 아들이 박근혜 정부 청와대에서 ‘최소한’ 2014년 12월말까지 5급 행정관으로 근무했다는 의혹이 새롭게 제기됐다"며 "그동안 최씨의 국정농단 의혹 중 하나로 딸 정유라씨에 대한 특혜의혹이 제기되고 있으나, 최씨 아들과 관련한 의혹이 불거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최씨 아들의 존재 및 그와 관련한 의혹들은 국정농단 사건을 뒷받침할 수 있는 중요한 근거라는 점에서 또 다른 파장이 예상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시사저널'은 기사 중간 제목으로 ‘최순실, 첫 남편과의 사이에서 1983년 아들 출산’이라고 붙였지만 중간 제목 아래 보도된 기사에는 최순실의 아들과 관련된 내용은 단 한 줄도 없이 의심되는 ‘김○대 씨’가 청와대에서 근무하고 있다는 내용만 무려 일곱 문단으로 보도했다.

또한 해당 기사는 "고(故) 최태민 목사 가계도에 따르면, 최순실씨는 1982년 11월18일 대구 출신 김영호씨와 결혼했다가 1985년 6월1일 이혼했다. 최씨보다 연하였던 것으로 전해진다"며 "최씨와 김씨는 결혼 기간 중 아들을 출산했다. 아들 이름은 김○대씨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최순실의 아들이 청와대에 근무했다는 '시사저널' 기사는 논란의 여지가 없을만큼 '새빨간 거짓말'이었다. 최순실에게 아들이 있다는 내용 자체가 허위였으니 최순실의 아들의 청와대 근무는 아예 말도 되지 않는 내용이었다.

'시사저널'의 기사는 당시 타 언론사와 다름없이 ‘청와대 내부 사정에 밝은 한 인사’, ‘기자에게 최순실씨의 휴대전화번호를 알려준 최씨 지인’, ‘최씨에 대해 장기간 취재했던 기자’ 등 확인 불가능한 관계자의 증언뿐이었다. 더군다나 시사저널에 제보한 이른바 ‘관계자’들은 박 전 대통령이나 최 씨의 측근도 아닐 뿐더러 그들 또한 누구에 의해 정보를 들어야하는 위치의 인물들이다.

검찰은 '시사저널' 보도가 나온 이틀 뒤인 10월 31일 “최 씨가 이혼 전 아들을 낳았는지 제적등본을 확인해봤는데 슬하에 정유라 씨 외에는 자녀가 없었다”고 밝혔다. 앞서 청와대는 보도 다음날인 같은 달 30일 "인사 서류상 청와대에서 근무했던 김 씨 아버지의 이름은 보도된 최순실 씨의 첫번째 남편 이름(김영호)과 달랐고, 김 씨의 아버지는 최순실 씨보다 10년 연상이었다"고 밝혔다. 또한 “서류상 어머니 이름이 최 씨가 아닌 강 씨로 나오는 등 기사와 팩트가 많이 다르다”고 해명했다.

'시사저널' 김지영, 박희진, 김회권, 유지만은 최순실의 없는 아들을 '거짓'으로 만들어냈을 뿐만 아니라, 없는 아들이 박근혜 정부의 청와대에서 최순실의 입김으로 들어가 근무를 하고 있다고 명백한 '가짜뉴스'를 내보낸 것이다.

● 최순실 언니 최순득과 박근혜 前대통령이 동기동창이라는 '허위보도'

경향신문 보도
경향신문 보도

 

2016년 10월 22일 경향신문 정용인 기자는 최순실 씨의 전 남편인 정윤회 씨 아버지와 인터뷰 기사를 보도했다. 당시 인터뷰에서 정 씨의 아버지는 “최순실씨의 둘째 누나(최순득 씨)가 박 대통령과 성심여고 동기동창입니다”라고 말했고 경향신문은 이 내용을 그대로 독자들에게 전달했다. 경향신문의 해당 인터뷰로 ‘박 전 대통령과의 고교동창으로 알려진 최순득’이라는 인물이 주목을 받기 시작해 ‘진짜 실세는 최순득이다’라는 주장까지 일파만파 퍼져나갔고 비슷한 내용이 상당수 매체에 보도됐다.

'조선일보'는 10월 31일자 조간(朝刊)신문에 <“순실이는 언니 지시대로 움직이던 ‘현장 반장’… 진짜 실세는 최순득”>이라는 제목의 인터뷰를 통해 20년간 최 씨 자매와 매주 모임을 가졌다는 친구의 말을 전하며 “순득씨는 박근혜 대통령과 성심여고 동기동창(8회)이다”라고 보도했다.

동아일보 인터넷 판인 동아닷컴도 채널A의 최순득 씨의 딸 장유진 씨 측근의 인터뷰를 소개하며 “최순득 씨 역시 성심여고 동창인 박 대통령과 친분이 두텁다”고 전했다. <서울신문>, <매일경제>, <한국경제> 등도 최순득 씨가 박 대통령과 성심여고 동기동창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과 최순득 씨가 고교 동기동창이라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었다.

YTN은 조선일보 보도가 나온 10월 31일 조선일보의 인터뷰를 소개하며 ‘최순득 씨는 1952년생으로 박근혜 대통령과 동갑이고, 성심여고 동기동창입니다’라고 보도했다가 이날 오후 "(성심여고와의 전화 통화를 통해) 지난 1970년에 졸업한 성심여고 8회 졸업생 명단에는 최순득이나 최순덕이라는 이름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최순득과 박 전 대통령이 동기동창이라는 이야기는 '잘못된 사실'이라고 보도했다.

조금만 확인해보면 사실여부를 알 수 있는 내용을 대부분의 언론이 최소한의 팩트체크도 하지않고 경쟁적으로 잘못된 보도를 쏟아낸 것이다. 더구나 당시 오보를 냈던 언론 가운데 제대로 바로잡은 곳은 YTN 외에는 거의 없었다는 점도 뒤틀린 한국 언론의 현주소를 보여주고 있다.

성기웅 기자 skw424@pennmike.com

 

조선일보 보도
조선일보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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