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핵화와 남북관계 속도 이견에 첫 공개적 불만 표출-직설적 경고
“한반도 평화·北비핵화가 남북관계 증진보다 뒤쳐져서는 안 돼”
“韓美 말·행동 같은 페이지에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

조명균 통일부 장관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16일(현지시간) 워싱턴DC 국무부 청사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연합뉴스).
조명균 통일부 장관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16일(현지시간) 워싱턴DC 국무부 청사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연합뉴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20일(현지시간) 한반도 평화및 북한 비핵화와 남북관계 진전이 병행해야 한다며 특히 "한국이 미국의 의견이나 생각을 듣지 않은 채 단독 행동을 하지 않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미국은 한반도의 평화와 북한 비핵화가 남북관계 증진에 뒤처지지 않는다는 점을 원한다는 것을 한국에 분명히 밝혔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정권 출범 후 남북관계가 북한 비핵화보다 일방적으로 속도를 내고 앞서가는 것에 제동을 건 것이다. 폼페이오 장관이 비핵화와 남북관계 속도에 대한 이견에 대해 공개적으로 직접 불만을 표출하고 경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어서 주목된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등 한국 대표단이 스티브 비건 대북 특별대표와 한미 워킹그룹 1차 회의를 위해 미 국무부 청사에 도착한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북한 비핵화와 한반도의 평화가 남북관계 증진보다 뒤처져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면서 한미 워킹그룹의 출범에 대해 “두 나라의 말과 행동이 같은 페이지에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이어 "이제 그(조율) 과정을 공식화하는 워킹그룹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워킹그룹이 한반도 문제에 관한 한미 두 나라의 불협화음을 줄일 것이라는 점을 거듭 시사했다.

그는 “우리는 지금 한미가 서로 말을 하지 않고 행동을 취하거나, 특히 미국이 알지 못하거나 혹은 의견을 낼 기회를 갖지 못하거나 또는 생각을 전할 기회를 갖지 못한 채 한국이 (단독)행동을 취하는 일이 없도록 이러한 과정을 형식화하는 워킹그룹을 갖게 됐다”며 “이것이 바로 미국 측의 스티브 비건 대표가 이끄는 워킹그룹의 목표”라고 설명했다. 워킹그룹의 존재 이유가 미국에 사전 설명 없이 또는 미국의 의견을 묻지 않고 남북 간 합의나 남북경협을 진행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또한 비핵화와 남북관계의 완전한 커플링(동조화)을 한국측에 요구했다고 공개했다. 

그는 “미국은 한반도의 평화와 북한 비핵화가 남북관계 증진에 뒤처지지 않는다는 점을 원한다는 것을 한국에 분명히 밝혔다”며 “미국은 이들(북한 비핵화와 남북관계 증진)이 동시에 전진하는 2인용 자전거로 보며, 중요한 병행과정으로 여긴다”고 했다. 이어 "워킹그룹은 그것들이 그런 방식을 유지할 수 있도록 고안됐다"고 덧붙였다. 워킹그룹이 사실상 남북관계가 비핵화를 앞설 수 없도록 제동을 거는 장치란 점을 거듭 강조한 것이다. 

그는 “오늘 비건 대표는 한국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을 만나고 있다”며 “이번 회동은 한미 공동의 목표이자 김정은이 동의한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비핵화(FFVD)’를 달성하기 위한 한미의 노력을 더욱 긴밀히 조율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또한 이날 한국과의 회동이 매우 중요하다고 평가하면서 “외교적 노력과 유엔 제재의 지속적인 이행, 그리고 남북협력에 관해서도 논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미 양국이 북핵협상 국면에서 원활한 공조를 하기 위해 출범한 워킹그룹은 이날 공식 출범했다. 미 국무부는 앞서 지난 10월 30일 한미 워킹그룹은 대북정책 조율을 위한 새로운 실무단으로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북한 비핵화를 달성하고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 준수를 위한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설치됐다고 밝힌 바 있다. 19일 워싱턴 DC를 방문한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는 워킹그룹 1차 회의를 가졌다.

폼페이오 장관이 남북관계 추진 속도에 대해 불만을 표출한 것으로 알려진 것은 평양정상회담 하루 전날인 9월 17일이었다. 그는 강경화 한국 외교부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남북군사합의에 사전 협의가 없었다고 항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10월 7일 방북직후 강경화 장관과 만난 뒤에는 "나는 남북관계 진전이 비핵화 진전과 보조를 맞추기 위해 한국의 친구 및 동맹국들과 긴밀히 협력하기를 고대한다"고 했지만 국무부 공식 입장 수준이었다.

워싱턴 싱크탱크 관계자는 이날 한 국내 일간지 기자와 만나 "미 국무부가 최근 한국에 화가 난 데는 문재인 대통령의 제재 완화 발언이 충격이 컸다"며 "북한이 협상을 기피하고 실질적 진전도 없는 상황에서 북한입장에 동조하는 듯한 발언을 한미 비핵화 공조체제에 균열이 갔다고 심각하게 본 것"이라고 전했다. 전 세계의 대북제재 전선에서 한국의 이탈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는 뜻이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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