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는 13일 사설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했다(화면 캡처).
뉴욕타임스는 13일 사설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했다(화면 캡처).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NYT)와 워싱터포스트(WP)는 13일(현지시간) 사설을 통해 북한의 미사일 기지 '삭간몰'에 대해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다"고 반발한 트럼프 대통령을 일제히 강력 비판했다. NYT는 “북한의 야바위에도 불구하고 김정은과 사랑에 빠진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핵 위협에 대해 스스로를 속이고 있다”며 “북한과의 비핵화 회담은 좀 더 실제적이고 현실적이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WP는 “북한 김정은은 교활한 협상가며 자신의 아버지처럼 ‘기만, 연기, 위협, 강청’이라는 도구들을 사용하는 데 조예가 깊다”며 “북한이 핵무기를 늘리고 정치범 수용소에선 수만 명이 고통 받고 있는데 도대체 ‘급하지 않은 사람’은 누구인가”라고 지적했다.

NYT는 이날 ‘북한의 핵 야바위(Shell Game)’이란 제목의 사설에서 “김정은은 그의 핵무기를 계속 만들고 있고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대해 자신을 속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신문은 이날 사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6월 북한의 독재자 김정은과의 만남으로 북한의 핵 위협을 종료시켰다고 주장한다. 또한 김정은과 서신을 교환한 후 지난 9월에는 ‘우리는 사랑에 빠졌다’며 황홀해 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가장 가까운 고문들은 냉정을 유지하고 있으며, 그럴만한 이유는 늘어나고 있다”고 했다.

신문은 “워싱턴의 존경받는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지난 월요일 ‘비욘드 페러렐’ 프로그램을 이용한 연구결과를 발표했는데, 이에 따르면 북한이 미사일 발사장을 해체하겠다며 반(半)걸음을 내딛은 것을 선전하는 중에서 최소 13개 혹은 아마도 20개에 달하는, 이동식 탄도미사일 발사대를 저장할 수 있는 미사일 발사 시험장을 운영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보여줬다”고 했다.

NYT는 “이는 그 동안 북한이 미사일 보유량을 계속 늘리고 있다고 발표한 미국의 정보 당국이나 최근까지 CIA의 수장이었으며 지난 9월 상원 청문회에 나와 ‘북한은 계속 핵분열 물질을 생산하고 있다’고 밝힌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에게는 놀라운 사실이 아닐 것”이라고 했다.

이어 “북한의 야바위는 심지어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의 합의를 위반한 것도 아니다”며 “그 뼈대만 있는 (싱가포르)합의는 마감시한이 없고, 검증 체제도 없으며, 합의 위반 시 처벌조항도 없다”고 지적했다.

NYT는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이 싱가포르 공동성명이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해 완전히 다른 견해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제재와 그의 위협(화염과 분노), 그리고 그의 저항할 수 없는 매력이 김정은을 핵 포기로 몰고 갈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믿었다. 그러나 김정은은 미국을 타격할 수 있는 공격능력에 도달한 것이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이 팩 프로그램을 점진적으로 포기하는 것에 대한 대가로 제재를 완화하도록 만들었다는 점을 분명히 믿었다”고 했다.

신문은 “평양은 이제야 그것의 오류를 이해하기 시작한 것처럼 보인다”며 “김정은의 대사는 지난 주 폼페이오 장관과의 예정된 만남을 연기했고 트럼프의 대북특사인 스티븐 비건은 그가 임명된 후 두 달이 지났는데도 아직 북한의 관리를 만나지 못했다”고 했다. 이어 “최근 북한은 대북제재를 해제하지 않으면 핵 프로그램을 재개하겠다고 말한다”며 “반면 트럼프 행정부는 제재 완화 전 완전한 비핵화를 요구하고 있어 사실상 아무 것도 변한 것은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렇다면 트럼프는? 트럼프는 사랑이 모든 것을 이겼다고 행복하게 확신하고 있는 것 같다”고 비꼰 뒤 전날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에 올린 글을 인용했다. “우리는 장소(기지)들에 대해 완전히 알고 있으며 새로운 것은 없다. 평소와 다른 일은 일어나고 있지 않다. 뉴욕타임스의 보도는 가짜 뉴스다. 만약 상황이 악화되면 내가 먼저 알려주겠다”

NYT는 “2017년 트럼프가 북한에 대해 종말론적 언어를 내뱉었던 그 때와 지금의 차이점은 중국, 러시아, 한국의 지지가 없다는 것”이라며 “이들 국가들은 지난 6월 싱가포르 미북회담을 북한과의 관계 개선의 신호로 받아들였고 다시는 과거로 돌아가지 않을 것 같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폼페이오 및 다른 관리들에게 주어진 도전은 상황이 ‘화염과 분노’로 회귀하지 않도록 막는 것”이라며 “북한과의 비핵화 회담은 좀 더 실제적이고 현실적이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사랑’은 어떠한 경우에도 결정의 근거가 될 수 없으며 특히 무장해제 게임에서 치명적일 수 있다는 지적이었다.

워싱턴포스트(WP)도 이날 사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주 북한의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늦추거나 되돌리는 노력에 대해 ‘우리는 급하지 않다’고 말했지만 지난 6월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 지도자 김정은과의 싱가포르 회담 후에도 평양은 여전히 핵물질을 생산하며, 미사일 기지를 운용하고, 그리고 잔인한 정치범수용소를 운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WP는 “북한이 최근 미사일이나 핵실험을 하지 않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을 완전히 멈춘 것은 아니다”며 “지난 월요일 CSIS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은 13~20개의 신고되지 않은 미사일 기지를 운용하고 있다”고 했다.

신문은 “이번의 발견은 북한이 ‘핵무기 프로그램의 완전한 리스트를 제출하라’는 미국의 요구를 묵살한 것을 다시 한 번 상기시킨다”며 “그러나 북한은 미국이 1950-1952년 한국전쟁을 끝내는 종전선언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정은은 교활한(wily) 협상가”라고 덧붙였다.

WP는 “김정은은 지난 9월 미사일 엔진 시험장을 ‘영구적으로 폐기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지금도 전력으로 가동하고 있으며, 최근 알려진 삭간몰과 같은 단거리 미사일 기지는 불과 비무장지대로부터 50마일 북쪽에 위치하고 있으며 이 또한 여전히 운용 중”이라고 지적했다.

신문은 “사실상 김정은이 한국 문재인 대통령과 관계회복에 집중하는 동안 북한 핵무기 시스템 개발 속도를 둔화시키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노력은 교착상태에 빠진 것 같다”며 “지난 11월 8일에 예정된 미북 고위급회담은 무기한 연기됐으며, 김정은은 그의 아버지처럼 ‘기만, 연기, 위협, 강청’이라는 도구들을 사용하는 데 조예가 깊다”고 꼬집었다.

WP는 “그러나 이 모든 상황 중에도 북한의 인권유린은 언급되지 않고 있다”며 “4년 전 유엔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는 북한정권이 반인도적 범죄행위를 비롯해 ‘체계적이며 광범위한 인권 유린’을 저지르고 있다고 밝혔으며, 현재 유엔 북한인권 특별보고관인 오헤아 키나나는 ‘북한의 인권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고 말했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불과 몇 년 전만해도 세계는 북한이 한 개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에 놀랐고 그 후 핵무기는 6개로 늘어났으며 지금쯤 북한은 수십 개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수만 명이 잔인한 정치범 수용소에서 고통받고 있다”며 “도대체 급하지 않은 것은 누구인가”라고 반문했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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