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 외피를 쓴 공산주의가 국가위기의 뿌리
-김철홍 칼럼이 맞아…올해가 괴물 진화의 분수령

 

조우석 객원칼럼니스트(KBS 이사)
조우석 객원칼럼니스트(KBS 이사)

고만고만한 얘기의 홍수 속에 며칠 전 글 한 꼭지를 접하고 눈이 다 시원해졌다. ‘펜앤드마이크’ 에 실린 김철홍 칼럼 ‘1987년 실제와 영화, 그리고 2017년’이 문제의 글인데, 필자만 그런 느낌을 받은 게 아니다. 이 순간에도 SNS로 옮겨지고 있고, 펜앤드마이크 인기기사에 랭크됐다.

왜 이 칼럼에 눈길이 쏠리는가? 이념혼란이 극에 달한 우리 시대 중요한 성찰이 담겼기 때문인데, 오늘 나는 바턴을 이어 받아 논의를 한걸음 더 내딛으려 한다. 후속 칼럼을 쓰는 건 조중동을 포함한 주류 매체에서 김철홍의 문제제기에 대한 반향이 거의 전무했기 때문이다. 영화 ‘1987’은 여전히 예매율 1위를 기록 중이고, 누적 관객수 500만을 돌파했다.

이건 아니다. 영화와 달리 박종철 군이 인민민주주의를 위해 싸웠던 공산주의 신봉자일 가능성이 높다는 김철홍의 용기 있는 지적을 왜 세상은 들은 척도 않는가? 87년 6월 항쟁에서 자유민주주의가 패배했으며, 주사파가 승리했다는 그의 주장에도 사람들은 마이동풍이다.

영화 ‘1987’에 눈물 훔쳤다는 얼간이들

예나 제나 사람들은 군사독재가 패배하고, 민주주의가 승리했다는 가짜 신화에 취해 촛불 좀비로 산다. 그럼에도 진실은 재천명되어야 하는데, 오늘 나는 김철홍에 대한 옹호를 새로운 차원에서 펼치려 한다. 즉 주사파가 승리한 이후 30년 현대사의 실체가 무엇이었나에 대한 개념 규정인데, 냉정하게 말해 87년 체제란 사실상의 좌우합작 체제였다.

‘사실상의 좌우합작’이란 자유민주주의 외피를 뒤집어 쓴 운동권 민주주의가 사실상 동거를 했던 변종의 체제란 뜻이다. 민중 민주주의, 진보적 민주주의 등 위장 명칭을 구사하는 좌익-좌파가 똬리 튼 것인데, 그 결과 헌법 4조에 명문화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는 껍데기만 남았다.

좌우 동거의 음험한 실체가 1990년 3당 합당 속에 애매해졌고, ‘운동권에게 레드 카펫을 깔아준’ 김영삼 정부의 실책 속에 다시 가려졌다. 놀랍게도 그런 걸 선진화-민주화 혹은 개혁으로 아는 착시현상까지 지금껏 이어진다. 김대중-노무현 좌익정부의 탄생도 우연이 아니었다. 30년 좌우합작 기간에 대한민국의 이념적 합의가 완전히 깨졌다는 점도 지적돼야 한다.

이 나라 건국의 아버지들의 이념적 합의는 반공, 즉 반공산주의가 아니었던가? 반공을 안보 보수라고 누가 말하는가? 반공이란 용어는 마르크스가 공산당 선언문을 발표했던 1848년 직후 등장했고, 러시아혁명이 성공한 이후인 1920년대 유럽에서 보편화됐었다.

그런데 87년 체제 이후 이 땅의 좌익-좌파들은 그걸 레드 콤플렉스라며 조롱하기 시작했고, 이념의 시대는 끝났다고 귓전에 속삭였다. 숱한 공안사건을 용공 조작이라고 우기는 일도 다반사였다. 자연스레 거기에 동조하는 지식인 무리가 등장했다. 공산주의를 내세우지 않은 좌익-좌파들이 그람시가 말했던 문화 진지를 하나씩 점령한 결과다.

그통에 공산주의자들 못지않게 설쳐댄 것은 그들 ‘쓸모 있는 바보들’이었다. 그 면면이 김영삼을 포함한 수많은 정치인, 그리고 지식인 다수였다. 그런 바보들을 나는 위선적 리버럴리스트라고 규정한다. 박정희 반대로 하는 것을 선진화-민주화라고 믿고, 좌익에 동조해온 얼간이란 뜻이다.

눈먼 분노의 ‘촛불 자코뱅’이 문제

그런 멍청이 그룹은 지금도 대량 증식된다. 어려선 전교조 학교에서 길러지고, 어른이 돼선 언론노조가 지배하는 좌편향 미디어에 마취된 채 다시 무한증식이 된다. 영화 ‘1987’을 보고 눈물을 훔쳤다는 관객 대부분이 그런 무리다. 터놓고 말하자. 자유한국당 소속 의원 100여 명 다수도 그쪽으로 분류해야 옳다는 게 내 판단이다. 물론 예외는 있다.

예전 민주화운동을 했지만, 이후 “속았다”고 말하는 자유한국당 이종혁 최고위원이나, 요즘 스타로 등극한 심재철 국회 부의장 등이 그들인데, 그들은 극소수다. 그들은 음험한 좌우합작 체제의 미망(迷妄)에서 빠져나온 사람들인데, 그 외는 몽땅 위선적 리버럴리스트가 맞다.

그럼 대중은 어떤 상태인가? 그들은 눈먼 분노로 무장한 ‘촛불 자코뱅’으로 전락했다. 상황이 그러하니 당분간 이 나라 이념혼란은 멈추지 않을 것이고, 국가위기는 반복될 것이다. 그게 진실이다. 87년 이후 좌우합작 체제 아래에서 시민교육을 받지 못한 한국인들이 정치적 백치로 전락했고, 결정적 고비에서 끝내 사고를 칠 수 있다는 뜻이다.

특히 올해가 관건이다. 30년 좌우합작의 괴물 체제가 어떻게 진화할까? 낙관할 수 없다. 문재인 정부가 만지작거리는 개헌안 음모와 함께 6월 지방선거를 D데이로 해서 거대한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 지방선거 압승을 전후해 기습적으로 치러질 남북정상회담도 무서운 변수다.

이 혁명의 만조기(滿潮期)에 좌우동거 30년 동안 은인자중해오던 좌익이 본색을 드러내며, 체제변혁-민중혁명의 꿈을 이루려 할 것이다. 정말 걱정은 그런 시도가 국민적 합의로 덜컥 받아들여질 가능성이다. 촛불 자코뱅들이 좌익혁명을 기꺼이 받아들일 준비를 마쳤기 때문이다. KBS-MBC 두 지상파가 쌍나발을 불어댈 경우 나라가 넘어가는 건 삽시간이다.

어찌 그 최악의 시나리오대로 진행될까? 각성된 시민세력이 국가자살의 기도를 막아야 하지 않겠는가? 그래서 새로 창간된 ‘ 펜앤드마이크’ 게 주어진 역할은 크다. 새해 다짐을 겸해 이 글을 쓰고 보니 미진하다. 1980년대가 정말 악마의 시대였던가를 채 언급 못했기 때문이다.

즉 영화 ‘1987’, 그 전에 나온 ‘남영동 1985’, 그리고 ‘택시운전사’ 따위가 주입시키려는 1980년대에 대한 인식이 과연 맞긴 맞는가? 그리고 신군부는 저주의 대상일까? 그걸 다음 번 글을 통해 밝힐 생각인데, 1980년대 재인식 없이 올바른 현대사는 없다. 좀비로 전락한 386세대의 구원도 없다는 게 내 판단인데, 그걸 따져 물을 후속 글에 관심 바란다.

조우석 객원 칼럼니스트(KBS 이사/전 미디어펜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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