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올림머리' 하느라 90분 날렸다"고 허위사실 1면톱 보도한 한겨레
특검 수사 결과 "세월호 사건 당시 20여 분 동안 준비"...머리손질 90분은 명백한 오보
보도 당시 명확한 증거 조차 없는 기사의 제목을 인용구도 사용하지 않고 기정사실화
박 前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 사흘 전 보도...박 前대통령에 대한 분노 부추겨
입장·해명 듣기 위해 해당 기사 보도한 하어영과 전화 연결 시도했으나 연락 닿지 않아

한겨레 '박 대통령, 세월호 가라앉을때 ‘올림머리’ 하느라 90분 날렸다' 기사
한겨레 <박 대통령, 세월호 가라앉을때 ‘올림머리’ 하느라 90분 날렸다> 보도

 

한겨레신문은 2016년 12월7일  박근혜 당시 대통령의 사진과 함께 <세월호 가라앉을 때 올림머리 하느라 90분 날렸다>는 제목의 기사를 1면 톱기사로 보도했다. <드러나는 '세월호 7시간'>이란 소제목도 붙였다. 3면에도 관련 기사들을 대문짝만하게 실었다. 이날은 박근혜 당시 대통령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안 표결 사흘 전이었다.

한겨레는 하어영 기자(이하 직책 생략)가 작성한 12월 7일자 1면 톱기사를 "세월호가 가라앉던 2014년 4월16일 박근혜 대통령은 승객 구조 대책을 마련하는 대신 강남의 유명 미용사를 청와대로 불러 '올림머리'를 하는 데 90분 이상을 허비한 것으로 6일 확인됐다"고 시작했다. 이어 "의문의 7시간 가운데 1시간30분은 밝혀진 셈이나, 나머지 5시간30분 동안은 무엇을 했는지 의문이다"라고 썼다. 리드부터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분노를 부추기기에 충분한 기사였다. 또한 "이른바 '골든타임' 와중에 최소 90분을 허비한 것"이라며 비난했다.

하어영의 보도는 ""(박근혜 대통령이) 이날도 평소와 다름없이 머리를 손질하는 데 90분가량이 걸린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는 '당시 상황을 아는 한 관계자'의 증언이 사실상 전부였다. 하지만 명백한 증거도 없이 너무나 부실한 전언(傳言)을 토대로 하면서도 1면톱 기사의 제목은 인용구(double quotation mark)도 사용하지 않은 채 박 대통령이 세월호 가라앉을 때 올림머리 하느라 90분을 날렸다고 기정사실화했다. 하여영은 1면톱 기사의 마지막 문장에 "청와대는 이와 관련해 '당사자들에게 확인한 결과 머리 손질에 소요된 시간은 20여분'라고 해명했다"는 문장을 넣었지만 자신들이 못박은 '세월호 올림머리 90분'에 대해 마치 청와대가 변명하는 듯한 인상만 독자들에게 주었을 뿐 전체 기사의 맥락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하어영은 <세월호 가라앉을때 ‘올림머리’ 하느라 90분 날렸다> 기사를 보도한 날 별도의 기사를 통해 이른바 ‘세월호 사고 당일 박근혜 대통령 7시간’ 행적이라며 <박대통령 “315명 배에 갇혀있다” 보고 받고도 미용사 불러>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해당 보도를 통해 하어영은 “절박함이나 긴급성은 찾아보기 힘들다”, “박 대통령은 사태의 심각성을 제대로 깨닫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등의 표현으로 박근혜 대통령을 세월호 사고에 대해 무관심하고 자신의 미용에만 치중하는 사람으로 나타내고 있다.

이와 함께 하어영은 “올림머리를 만드는 데 들었던 90분 동안에도 박 대통령의 납득하기 어려운 태도는 계속됐다”며 “정씨는 별다른 지시가 없자 평소와 다름없이 올림머리를 완성해갔다. ‘서두르라’거나 ‘간단하게 하라’는 재촉이 없었던 것이다”라고 보도했다.

첫 보도에 이어 한겨레는 <“세월호 침몰중 올림머리라니…” 국민 분노 폭발>이라는 제목으로 정치권의 비판과 부정적 반응의 여론을 보여주는 후속기사를 보도하며 의혹을 기정사실화해 부각시켰다. 이어 <아이들이 죽어가는데 머리손질이라니…>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1시간 가까이 머리 손질을 함 셈이다’, ‘민방위복에 맞춰 일부러 부스스한 모양으로 머리를 연출했다니 더 가증스럽다’, ‘보고를 받고도 아무렇지 않게 미용사를 불렀고...머리 손질말고는 한일이 없다...구조대책 대신 치장만 고심했던 꼴’, ‘'세월호 7시간’을 낱낱이 밝혀야 한다‘는 등의 비난을 쏟아냈다.

그러나 한겨레가 처음 보도하고 상당수 언론이 팩트 확인도 없이 따라간 '박근혜, 세월호 사고 당시 올림머리 90분' 보도는 좌파세력에 우호적이라는 평을 틀은 박영수 특검팀과 문재인 정부 검찰의 수사에서도 명백한 오보로 밝혀졌다.

한겨레 보도에 대해 당시 청와대는 "4월 16일 출입기록에 따르면 (이들은) 오후 3시 20분경부터 약 1시간가량 청와대에 머문 것으로 확인되며 당사자들에게 확인한 결과 머리 손질에 소요된 시간은 20여분"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1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의 증인으로 헌법재판소에 소환된 윤전추 전 청와대 행정관도 "당시 박 대통령이 세월호 사고 당일 미용 손질에 90분 이상 시간을 허비했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는 허위"라고 밝혔다. 이어 윤 전 행정관은 “세월호 참사 당일 대통령이 관저 집무실에 들어가는 것을 목격했다”며 "박 대통령 머리·화장 상태는 단정했다. 관저 외부로 나갈 수 있는 상태였다"고 진술했다. 아울러 윤 전 행정관은 평소 미용사가 박 대통령 머리 손질을 끝내는 데 걸리는 시간과, 세월호 사고 당일 미용 손질에 걸린 시간 차이에 대한 질문에는 "(평소에) 30~40분 걸렸다면 한 20분도 안 돼서 나오신 걸로 기억한다"고 밝혔다.

작년 3월 박영수 특검팀의 수사 결과도 청와대의 해명과 일치했다.

당시 특검은 세월호 참사 당일 대통령의 일정에 대해 "당일 대통령의 머리 손질이 비교적 빨리 마무리됐다"며 "평소에는 머리 손질과 화장에 40분 정도 걸리는데 그날은 20~25분 정도만에 끝냈다"고 발표했다. 대통령의 머리와 화장을 담당하는 정 씨 원장 자매가 이날은 '대통령이 많이 급하다'는 연락을 받았고 청와대에 도착하고 난 뒤에도 박근혜 대통령이 "오늘 빨리 좀 부탁드린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또한 박 특검팀은 정 원장 자매가 참고인 조사에서 "평일에는 거의 매일 오전 8시 정기적으로 청와대에 들어가서 대통령 머리를 손질했다. 4월16일은 그 전날 '내일은 들어오지 않아도 된다'는 연락이 있었다"고 진술했다고 전했다. 이는 올림 머리를 위해 90분 이상 날렸다고 쓴 언론 기사는 오보(誤報)라고 주장한 윤전추 전 행정관의 진술과도 일치했다.

또한 문재인 정부 출범 후인 올해 3월 세월호 사고 수사 결과를 발표한 현 정부의 검찰도 ‘머리손질, 화장 대한 소요시간’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머리손질 시간에 대해) 저희가 그렇게까지 계산하는 건 큰 의미는 없을 듯하다”며 “머리손질 때문에 몇 시간 늦어졌단 식의 생각이라면 있을 수는 있겠지만 대통령이 외부행사 나갈 때는 기본적으로 경호 준비를 해야 한다”며 부정적인 견해를 보였다.

세월호 침몰 사고 당시 '박근혜 청와대'가 긴박함이 없었다는 식의 한겨레 보도도 사실과 달랐다. 검찰은 올해 3월 수사결과 발표에서 “윤 전 행정관이 ‘많이 급하십니다’라고 문자메시지를 발송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하어영은 ‘흘러간 골든타임 90분’이라는 중간제목으로 오후 1시 이후의 박 전 대통령의 이른바 ‘머리손질 90분’이 ‘골든타임 90분’인 것처럼 나타냈지만 검찰의 수사 발표 내용대로면 이미 세월호가 10시17분 108도 이상 기울어 구조 불가능 상태로 침몰한, '골든타임'이 지난 뒤의 일이었다.

그러나 한겨레의 오보는 세월호 사고 당시 박근혜 대통령이 슬픔과 안타까움은 없이 신속한 대응보다는 자신의 외모를 꾸미는데 치중하는 눈물없는 매몰찬 인간으로 만들었다. 이 보도를 맹목적으로 추종해 '박근혜 죽이기'에 가세한 상당수 다른 언론 역시 책임이 적지 않다.

<박 대통령, 세월호 가라앉을때 ‘올림머리’ 하느라 90분 날렸다>

「세월호가 가라앉던 2014년 4월16일 박근혜 대통령은 승객 구조 대책을 마련하는 대신 강남의 유명 미용사를 청와대로 불러 ‘올림머리’를 하는 데 90분 이상을 허비한 것으로 6일 확인됐다. 의문의 7시간 가운데 1시간30분은 밝혀진 셈이나, 나머지 5시간30분 동안은 무엇을 했는지 여전히 의문이다.

<한겨레>가 청와대와 미용업계의 관계자를 복수로 만나 들은 얘기를 종합하면, (중략) 당시 상황을 아는 한 관계자는 “이날도 평소와 다름없이 머리를 손질하는 데 90분가량이 걸린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중략)
정 원장을 호출하기 전인 오전 시간에 박 대통령이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는 여전히 규명되지 않고 있다. 미용시술을 했다는 등의 온갖 추측이 있으나 정 원장은 “말할 수 없다”고만 답했다. 하지만 머리를 손질하지 않고는 공개적인 행사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박 대통령의 관례에 비춰볼 때, 낮 12시에 정 원장을 청와대로 불러들였다는 건 최소한 오전에는 세월호 대책을 세우기 위한 청와대 내부 회의조차 할 뜻이 없거나 그럴 상황이 아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8일 한겨레 만평
2016년 10월 8일 한겨레 만평

 

 

한겨레 <박대통령 “315명 배에 갇혀있다” 보고 받고도 미용사 불러> 보도

 

한겨레의 <박 대통령, 세월호 가라앉을때 ‘올림머리’ 하느라 90분 날렸다> 기사는 국회의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2016년 12월 10일) 사흘 전 보도됐다. 한겨레 보도 다음날인 12월8일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는 국민의 67.4%가 '탄핵소추안에 세월호 7시간 관련 안이 포함돼야 한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탄핵소추안에는 더불어민주당이 요구한 '세월호 7시간 문제'도 포함됐고 국회에서 찬성 234표, 반대 56표, 기권 2표, 무효 7표로 압도적으로 가결됐다.

펜앤드마이크(PenN)는 특검과 검찰 수사 결과 허위사실로 드러난 '세월호 올림머리 90분' 보도에 대한 하어영 기자의 입장과 해명을 듣기 위해 한겨레신문을 통해 하어영 기자에게 전화 연결을 시도했으나 17일 오전까지 연락이 닿지 않았다.

성기웅 기자 skw424@pennmike.com

관련기사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