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마주한 JSA와 DMZ 내에서는 '국군의날'에 지뢰제거 시작
사상 처음으로 국군의날 기념식 오전이 아닌 저녁에 열려
국군의 날 5년마다 해온 서울 시가행진, 올해 예정됐으나 생략
DMZ 지뢰제거 후엔 폭 12m 도로 신설해 '올해 내 남북간 도로연결' 추진할 듯

이번 10월1일은 건군(建軍) 제70주년 국군의날이다. 국군의날은 북한 공산정권의 6.25 대남 침략전쟁 반격을 개시한 국군이 처음으로 38선을 넘어 북진한 날(1950년 10월1일)과 함께, 1948년 8월15일 건국과 동시에 '국방경비대'가 대한민국 국군으로 정식 발족한 것을 기원으로 한다.

그러나 이날 김대중 정부 이후 국군의날 5년 주기마다 서울 광화문·숭례문 일대 등에서 벌여온 '하이라이트 행사' 국군 시가행진이 70주년임에도 실종됐다. 청와대가 주도하는 축하연, 유명 연예인 공연, 야간 에어쇼 등으로 대체됐다. 

이런 가운데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일대에선 '9월 평양공동선언 부속 군사분야 합의 이행'을 명분으로 세워, 비무장화·비무장지대(DMZ) 공동유해발굴을 명목으로 한 지뢰제거와 12m폭 도로 신설 작업이 개시됐다. 끝나지 않은 침략전쟁 상대와 대치 중인 최전선에서 지뢰제거부터 나선 셈이다.

제70주년 국군의날 기념식을 앞두고 지난달 27일 초음속 훈련기인 T-50B로 이뤄진 공군 특수비행팀 블랙이글스가 용산 상공에서 축하비행 연습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제70주년 국군의날 기념식을 앞두고 지난달 27일 초음속 훈련기인 T-50B로 이뤄진 공군 특수비행팀 블랙이글스가 용산 상공에서 축하비행 연습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청와대 관계자는 1일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통상 오전에 진행되던 국군의날 행사가 저녁 시간대로 옮겨진 것과 관련 "역대 행사는 오전에 진행됐지만 올해는 시간대를 바꿨다. 국군의날은 공휴일이 아니라 오전에 식이 진행될 때 다수 국민이 국군의날 기념식을 시청하는 것이 쉽지 않다"면서 "많은 국민들이 의미있게 볼 수 있도록 프라임 시간대로 옮긴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시간대를 저녁대로 옮겨 해가 지기 때문에, 축하퍼레이드를 하는 것은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시간대부터 옮겨놓고 '해가 지기 때문에 군사 퍼레이드를 할 수 없다'는 이유를 대는 건 본말전도 식 논리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 관계자는 "오후 6시20분부터 오후 7시50분까지 다수 방송사가 생중계한다. 국군의 사기 진작, 시간대 변경으로 인한 홍보 효과도 평가해 달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낮 주요 한미 군 관계자들과 유엔군 참전용사 등을 청와대 영빈관으로 초청해 70주년 국군의날 '경축연'을 연다.

국방부는 이날 저녁 국군의날 기념식에 '전례 없이' 가수 싸이와 걸그룹 등을 초청해 축하공연을 실시한다. 또 공군 특수비행팀 블랙이글스가 서울 도심에서 야간 에어쇼를 첫 시연하도록 했다.

이와 관련해 국방부 관계자는 "국군의 날 행사 때마다 장병들이 시가행진 때문에 고생을 많이 하는데, 올해는 장병들이 주인공으로 축하받는 행사로 추진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나 중앙일보에 따르면 5년 전(2013년) 국군의 날 행사단장을 지낸 권태오 전 수도군단장은 "70주년이면 군으로선 의미가 있는 해인데, 공연과 볼거리 위주로 기념식을 기획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김진형 전 합동참모본부 전략부장은 "군사퍼레이드는 군이 국민에게 직접 '나라를 지키는 준비태세'를 보여주면서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직접 느끼는 자리"라며 "매년 시가행진을 치르는 게 번잡하고 예산도 들기 때문에 (김대중 정부 때부터) 5년에 한번 정도씩 하는 걸로 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국방부가 올해 국군의 날 기념식에서 연예인을 동원한 흥겨운 잔치라는 점 말고 어떤 메시지를 보여주려는 것인지 솔직히 걱정된다"고 지적했다.

앞서 북한 김정은 정권은 올해 2월과 9월 각각 건군 70년과 정권수립 70년을 자축하면서 신형 재래식 무기를 과시하는 대규모 열병식을 벌인 바 있다. 

친북(親北)기조가 갈수록 두드러진 문재인 정부는 국방부가 앞장서서 9월 열병식에서 북한의 탄도미사일 종류가 보이지 않게 된 점만 조명하며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나선 데 이어 5년 주기를 맞춘 국군의날 행사조차 축소했다.

같은날 국방부는 JSA 비무장화 및 비무장지대(DMZ) 내 남북 공동 유해 발굴을 이행하기 위한 사전 조치인 지뢰 제거 작업을 시작했다.

남북 및 JSA가 포함된 DMZ를 관할하는 유엔군사령부(유엔사)는 1일부터 20일까지 JSA 내 지뢰제거 작업에 들어간다. 

JSA 내 남측 지역은 우리 군 병력이, 북측 지역은 북한군이 투입돼 지뢰를 제거하는 방식이다. 우리 측은 지뢰 제거 방법 및 제거 지역 등에 대해 유엔사와 사전 협의를 거친 것으로 알려졌다.

남측은 JSA에 공병부대 병력을 투입해 판문점 공동경비구역 동쪽과 서쪽의 수풀 지역, 그리고 감시탑 주변지역 등에 대해 지뢰제거 작업을 진행한다. JSA에 공병부대가 투입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남북 정권은 앞서 지난달 19일 평양정상회담에서 채택한 군사 분야 합의서에서 지뢰제거 작업을 끝낸 뒤 5일 내에 JSA 내 양측 초소와 화력 장비를 철수하는 등 JSA를 비무장화 조치하기로 한 바 있다.

이와 함께 남북은 JSA를 관할하는 유엔사와 3자 협의체를 가동해 JSA 비무장화를 위한 후속 조치를 논의할 계획이다.

6.25 전사자 남북 공동유해발굴을 목적으로 한 강원 철원 DMZ 내 '화살머리 고지' 일대에 대한 지뢰 제거 작업도 같은 날 시작돼 오는 11월30일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지뢰 제거 작업을 마친 뒤에는 유해 발굴 병력 이동을 위한 12m 폭의 도로 공사 작업을 진행해 군사분계선(MDL)에서 남북 각자가 개설한 도로를 연결할 계획이다.

국방부는 이날 JSA와 화살머리 고지 일대 지뢰제거 작업 개시 사실을 확인하면서 "지뢰제거 작업을 출발점으로 9.19 군사합의가 체계적이고 정상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북측과) 상호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또한 "지뢰제거 작업과 병행해 남북 도로개설 작업도 연내 완료를 목표로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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