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95년 일본은 격랑에 휩싸였다. 청일전쟁의 각종 전투와 해전에서는 연전연승했으나 외교전에서 참패했기 때문이다. 일본은 시모노세키 조약에서 청으로부터 전리품으로 탈취한 랴오둥(遼東)반도를 러시아․프랑스․독일의 삼국간섭에 의해 분루를 삼키며 반환했다.목숨 걸고 전투를 벌여 전쟁에서 이겨놓았더니 외교 무능으로 전리품을 토해내자 청일전쟁에 참전했던 100여 명의 장교와 사병들이 자결로 항의했다. 언론의 빗발치는 비난, 대중들의 분노가 폭발했다. 일본은 이때 큰 교훈을 얻었다. 국제사회에서는 오로지 힘, 즉 국력만이 정의로울 수 있으며,
평화로운 일상을 누리며 전략분석가로 일하고 있는 스트로블 중령은 이라크 전에서 목숨을 잃는 병사들에 대해 미안한 마음을 떨치지 못한다. 깊은 밤에도 잠들지 못하고 국방부 홈페이지에 들어가 전사자 명단을 열어보며 혹시 아는 사람의 이름은 없는지 확인한다. 그러던 어느 날, 한 병사의 이름 위에 시선이 멈춘다. 다음 날 그는 들어본 적도, 만나본 적도 없지만 자신의 고향과 같은 지역 출신이란 이유로 이라크에서 전사한 열아홉 살 청년, 챈스 펠프스 일병의 시신을 운구하는 임무를 자원한다. 장교가 사병을 운구하는 일은 이례적이지만 시신 안
한진그룹 ‘조양호 일가’ 구성원이 최근 줄줄이 포토라인에 서는 것을 보며 고소한 마음보다는 찝찝한 마음이 컸다.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는 직원에게 음료수병을 던졌다는 혐의로 포토라인 앞에 섰고,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은 ‘가사도우미 불법 고용’으로 서울출입국외국인청에 출석하며 포토라인 앞에 섰다. 조양호 회장의 부인인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은 직원에게 폭언 등을 한 혐의로 경찰에 출석했다. 이들에 대한 혐의는 한 마디로 ‘갑질’이라는 단어로 설명된다. 갑질하는 재벌은 어느 측면에서 보나 사회에 암적인 존재지만, 뒷맛이 개운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5월 24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앞 공개서한을 보냈다. 예정된 싱가폴 북미 정상회담을 취소한다고 통보하였다. 이틀 전 한미 정상회담에서 귀띔조차 하지 않은 사실은 트럼프 정부의 문재인 정부에 대한 불신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보여준 것이다. 북한의 김계관이 즉시 꼬리를 내리는 담화를 발표하여 재개 가능성은 열었으나, 문재인 외교로서는 대참사이다. 또한 문재인 정부가 만든 한미동맹의 위기다.본래 트럼프 정부를 괴롭히는 북핵위기는 북한이 속임수를 쓰면서 핵개발을 해왔고 이를 포기하지 않으려고 고집하는 데서
전직(前職) 공공기관 임원인 김 모 씨는 얼마 전 지인들과 함께 저녁식사를 겸한 모임을 가졌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중에 현 시국과 6.13 지방선거가 화제에 올랐다. 대부분 묵묵히 자기 길을 걷다 현역에서 은퇴한 시민이어서 요즘 나라 돌아가는 모습을 걱정하는 대화가 많았다고 한다. 그날 모임에서는 상당수 우파 성향 유권자들이 이번 선거에 관심이 낮다는 것이 공통된 인식이었다. 주변을 둘러보면 어느 정도 재력을 갖춘 사람 중에는 여차하면 미국이나 호주로 이민을 떠나는 문제를 진지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는 말도 나왔다. 어지럽게
주당 근로시간의 상한을 연장근로를 포함하여 52시간으로 제한한 법의 시행을 앞두고 기업들은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이 법을 위반하는 경우 대표이사를 형사처벌하도록 되어 있고 관할 정부부처는 은근히 이를 내세우며 기업들을 겁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에 이른바 ‘포괄임금제’를 폐지하기로 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기업들이 발칵 뒤집히자 정부는 서둘러 “아직까지 확정된 바는 없고 해당 지침이 나올 때까지 기다려달라”고 한발 물러섰다.‘포괄임금제’란 당사자간 약정으로 연장·야간·휴일 근로 등을 미리 정한 후 매월 일정액의 제수당을
좌파 시민단체인 참여연대의 전성시대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지 1년, 청와대와 정부 요직에 참여연대 출신들이 즐비하다.시민들이 시민단체를 신뢰하고 지지하는 것은 시민운동가들이 정치적 욕심 없이 순수한 마음으로 시민의 편에서 일할 때다. 문재인 정부로부터 높은 자리를 제의받은 참여연대 관계자 중 몇 명이라도 “시민단체와 정부는 서로 긴장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며 정중하게 거절하는 사람이 있을 줄 알았다. 그러나 정반대로 몇몇 참여연대 출신들은 사퇴 여론에 직면한 뒤에도 “인사청문회에서 평가해 달라”(안경환 전 법무부장관 후보자)거나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2일 미국에서 외교적 망신을 당하고 돌아오자 '문재인 대통령 힘내세요'라는 국민청원이 10만을 넘겼다. 이 정도면 청와대 국민 게시판이 웬만한 연예인 팬 사이트를 넘어서는 수준이다. 국가 지도자를 지도자로 보는게 아니라 무슨 TV속 연예인으로 착각하는 것 같다. 한 나라의 정상을 비꼬는데도 실실거리는 모습이 전 세계에 송출된 것으로 모자라 한국의 국민 수준도 국제적 망신을 당하게 생겼다. 베네수엘라를 파국으로 이끈 차베스와 그를 아직까지도 영웅시하는 자들을 보며 우리가 혀를 끌끌 차듯이 세계인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 세계인의 관심 대상이었던 싱가포르 ‘미북정상회담’에 대한 취소를 통보했다. 한미정상회담이 있은 직후의 발표고, 미북정상회담에서 우리 정부의 역할이 지대할 것이라고 믿었던 터라 더욱 놀랍다. 그동안 우리 정부는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을 감동적으로 치루는 행사를 보여줬고, 공동선언문을 발표함으로써 남북 간 평화가 다가오는 듯 한 분위기를 조성했다. 평화를 이루려는 남북한의 공동의지를 미국에 전달하고, 미북정상회담을 통해 우리 민족끼리의 공동체를 이룰 수 있다는 생각이었다.우리는 북한을 너무 감상적으로 보는 경향이
학교는 아이들이 미래를 준비하는 곳이다. 학교에서 무엇을 어떻게 배우느냐에 따라 개인의 행복, 능력개발과 나아가 국가의 운명이 결정된다. 우리나라의 학교에서는 인생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교육을 제대로 하고 있는가? 그동안 역대정부가 나름대로 교과과정과 교수방법 등에 대하여 많은 개선을 해오고 있으나 개선해야 할 점이 많다고 본다.우선 학교에서 꼭 배워야 할 것인데 실제로는 소홀히 다루어지고 있다고 생각되는 예를 들어본다. 사람은 누구나 행복하기를 원한다. 이를 위해 필요한 마음가짐의 하나는 긍정과 감사이다. 모든 국민이 긍정적이고 감
문재인 정부 들어서서 법조계에 과거 정권에서는 상상도 못했던 일들이 터져 나오고 있다. 2017년 12월 법원이, 2018년 5월 검찰이 법조인으로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행태를 보였다.먼저 법원의 사례를 보자. 2017년 12월 한국당이 김명수 대법원장과 추가조사위원회 판사 7명을 형법상 비밀침해죄(형법 제316조) 위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터졌다. 2017년 탄핵 정국의 소용돌이 속에서 일부 판사들이 법원행정처 판사들 중 일부가 판사들의 뒷조사를 한 파일을 작성했다는 의혹을 제기하여 대법원이 진상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 현역 의원인 정세균 국회의장이 나들이 차로 북적이는 주말, 서울 도심 한복판에 불법 주차한 사실이 PenN 취재로 확인됐다. 정 의장은 일반인이라면 상상하기도 힘든 대로변에 무려 4대의 차량을 불법 주차하고, 김영종 더불어민주당 서울 종로구청장 후보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참석했다. 정 의장의 차량들로 인해 일대는 교통지옥이 됐지만, 관계자들은 차를 빼기는커녕 교통 경찰의 지시도 무시한채 오히려 도로 통제에 나섰다. 불법 주차한 곳에서 불과 300미터 거리에는 공영 주차장들이 즐비했다.지난 주말 정 의장의 ‘황제
“조중동이 신문이라면, 우리 집 두루마리 화장지는 팔만대장경이다.” 냉소의 끝을 달리는 이 우스개가 나돈 건 1년 반 전 박근혜 대통령 탄핵 정국 무렵이었다. 탄핵 소동 자체가 언론의 난(亂)이라는 걸 너끈히 가늠하던 사람들이 주류매체 조중동에 대한 환멸을 그렇게 표현했다.책임 있는 주류 매체가 사라진 현 상황은 언론환경의 변화, 그 이상이다. 자유민주주의 이념을 수호하려는 매체가 전무(全無)하다는 얘기이고, 그건 국가위기를 새삼 재확인해준다. 그럼에도 조중동 사이엔 미세한 편차가 있어, 그걸 나는 ‘눈치 보는 조선, 날뛰는 중앙,
내가 봉직한 대학의 교훈은 “진리는 나의 빛”인데 라틴어로 쓰여 있다.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라”는 성경 말씀도 있다. 공자는 “아침에 도(道)를 들으면 저녁에 죽어도 좋다”고 하셨다. 40년 전 연구자의 길로 들어서면서 나는 이런 경구(警句)를 신봉하는 편이었다. 진리와 허위가 대결하면 결국 진리가 승리할 것이다. 그런 믿음에서 정직하려 했고, 옳다고 믿는 것을 주장했고, 틀린 학설을 비판함에 주저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지금도 그렇게 믿는가라고 누가 물으면 자신이 없다. 많은 일을 겪는 과정에서 나는 한국인에겐 거짓말이 숨
2018년 1월 1일 김정은은 신년사를 통해 북한의 핵능력이 미국과 대적할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고 큰소리쳤다. 마이크가 여러 개 놓여 있는 탁자위에서 연설을 하면서 그는 자신의 ‘사무실’에는 언제라도 미국 전역을 공격할 수 있는 대륙간 탄도 미사일을 발사하는 단추가 놓여 있다고 말했다. '핵 단추(Nuclear Button)'란 용어는 핵전략을 공부하는 학자들이 통상적으로 사용하는 용어이기는 하지만 실제 핵무기를 발사할 경우 단추를 누르지는 않는다. 미국의 경우는 대륙 간 핵 탄도미사일을 발사하기 위해 단추가 아닌
10년 전 이맘때 광화문광장을 중심으로 서울 도심은 주말마다 몸살을 앓았다. 2008년 2월 출범한 이명박 정부가 그해 4월 18일 미국 정부와 쇠고기 수입 재개협상을 타결한 직후인 4월 29일 MBC PD수첩은 ‘미국산 쇠고기, 과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란 제목의 프로그램을 내보냈다. 상당부분 제작진의 의도적 왜곡이 포함된 함량미달 프로그램으로 나중에 밝혀졌지만 국민의 불안감과 공포를 극대화하는 데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포털 게시판 등을 통해 ‘광우병 괴담’은 빠른 속도로 확산됐다.2007년 12월 대선과 이듬해 4월 총선 패
요즘 헌법에 보장된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에서 ‘자유’의 의미를 되새겨 보게 되는 웃지 못할 논란들이 심심치 않게 대두되고 있어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 5월 2일 교육부가 중고교 역사 교과서 집필기준 시안을 공개했다. 지난해 5월 국정 역사 교과서를 폐지하고 검인정으로 바꾼 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새로운 집필기준 시안을 마련해 교육부에 제출한 것이다. 이 시안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국체(國體)를 ‘자유민주주의’가 아닌 ‘민주주의’로 기술하도록 해 논란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올해 2월에는 더불어민주당의 개헌안 논의 과정에서 현행 헌
미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실무접촉이 이어지면서 양쪽에서 각자의 선물보따리들을 조금씩 풀기도 하고 상대방의 양보를 유도하기 위한 샅바 싸움도 벌인다. 북한은 한미 공군이 실시하고 있는 맥스선더(Max Thunder) 연합훈련을 시비하면서 5월 16일 예정되었던 남북 고위급회담을 일방적으로 연기했다. 훈련이 시작된 것을 알고 있는 상태에서 회담을 제안했던 북한이 몇 시간도 못가 연기하자고 한 것을 보면 ‘북침연습’ 운운은 표면적인 이유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리비아식 핵폐기를 요구하더니만 화생(化生)무기 폐기와 인권개선까지
[얼마 전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실 비서관이 형기를 다 채우고 출소했다는 소식에 ‘아, 세월이 그렇게 흘렀구나’ 하는 탄식이 나왔습니다. “지금 나오지만, 감옥이 저 안인지 밖인지 모르겠다”는 얘기가 제 가슴에 물결을 일으켰습니다. 전직 대통령 두 분이 감옥에 갇힌 상황에서 나온 얘기라서 속이 더욱 쓰렸습니다.작년에 박정희 대통령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희곡 을 펴냈습니다. 이어 그 희곡으로 영창극(詠唱劇)을 만들어 공연했습니다.그 과정에서 박정희 대통령에 대한 인심이 바뀌었음을 절감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조짐은 전혀 없었다. 세계적으로 경제는 대호황이었고, 베이비붐 현상으로 거리마다 젊은이가 가득했다. 1965년 프랑스의 젊은 세대 인구수는 25년 전에 비해 50%나 증가했다. 같은 기간 총 인구 수가 25% 증가한 것에 비하면 놀라운 수치였다. 사람들은 온통 청춘을 찬양했다. ‘젊은 프랑스’, ‘젊음을 만끽하라’, ‘무조건 젊어야 돼!’ 모든 신문과 잡지의 페이지들을 연일 장식했던 문구였다. “젊은이들은 생각이 깊어. 우리 세대보다 공부도 많이 했고. 아마 우리보다 훨씬 더 잘할 거야.” 나이 든 사람들이 늘상 주고받던 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