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다양한 분야에 몸담고 있는 친구들과 오랜만에 저녁모임을 가졌다. 부잣집 자식으로 태어나진 못했지만 대학교수, 변호사, 대기업 고위임원, 중소기업 오너 CEO, 한의사, 예비역 장성 등 각자 자기 역량과 노력으로 일정 수준 이상의 사회적 성취를 일궈낸 사람들이었다. 벼락출세나 일확천금을 꿈꾸지 않고 대학 졸업 후 30년 넘게 해당 분야에서 묵묵히 일하고 소득세를 꼬박꼬박 납부하며 성실하게 살아왔다는 공통점도 있었다.시절이 시절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심상찮은 나라 상황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왔다.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
미국의 성공적 보수주의의 역사를 공부하면서, 존경하는 모튼 블랙웰(Morton Blackwell)과 Leadership Institute(이하 LI)의 존재감을 음미하는 것은 지친 오후의 아메리카노만큼 그 맛이 쓰다. 이 위대한 존재감이 달콤하지 않은 이유는 한국의 보수가 왜 망했는지 LI의 존재 자체가 여실하게 알려주기 때문이고, 그 쓴 맛이 신선한 이유는 지치고 무기력해진 자신을 각성시켜 주기 때문이다.블랙웰은 지금도 백전노장으로서 LI를 이끌고 있다. ‘원로’란 이런 분에게 붙여지는 명예로운 호칭이다. 그의 인생은 마이크를 한
무엇이 잘못되었는가? 운동권 정권의 경제정책, 외교정책, 대북정책은 오늘의 시점에서 볼 때 ‘완전 실패작’이다. 탈원전(脫原電)과 수중 보 해체 등 다른 정책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왜 실패했나? 이 거대한 실패의 궁극적 원인은 무엇인가? 이걸 확실하게 드러내 보여야 국민이, 20~30~40대가, 여성들이, 운동권 정권을 지지한다는 40%대 여론이 역사에서 뭔가를 배울 수 있다. 역사에서 배우지 못하는 국민은 보다 나은 미래를 기약할 수 없다.운동권 정권의 경제정책 실패 이유로는 흔히 베네주엘라 식 포퓰리즘, 반(反)기업 발상, 지나
경제성장률이 1분기에 마이너스를 기록했는데도 정부는 현재 우리나라 경제상황에 전혀 문제가 없다고 하고, 고용도 획기적으로 개선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 말을 믿는 사람들은 없다. 국민들이 체감하는 경기는 IMF이후 최악이다. 어떤 사람들은 IMF보다 더 나쁘다고 말한다. 산업의 전 영역에서 무너지는 소리가 들린다. 어떤 경제 전문가는, 우리나라가 잃어버린 20년을 겪은 일본과는 상황이 달라 장기불황이 아닌 급격한 경제위기, 경제파탄을 겪게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요즘 기업인들의 최대 고민은 ‘회사를 어떻게 키우느냐’는 것이 아니라
최근 들어 주요 언론 보도를 보면 몇 가지 의미심장한 내용이 발견된다. 지난 5월 23일자 조선일보에 “美 ‘화웨이와 전쟁’ 한국 동참 요구”, “경찰을 질질 끌고 다니고, 치아까지 부러뜨린 민노총”, “靑 비서실장·총리·與 의원 70명 봉하 집결” 등이다. 5월 24일 조선일보 1면에는 미국이 남중국해 분쟁에서 한국의 지지를 촉구했다는 기사가 보도되었다.민노총의 폭력행위와 봉하 마을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 10주기 추모는 국내적 사안이니 우리끼리 아웅다웅하면 되는 일이다. 그런데 화웨이와의 전쟁, 남중국해 분쟁은 국제적 사안이자 우
대한민국은 지금 ‘인식적 혼돈(epistemic chaos)’ 상태에 빠져있다. 무엇이 진실하며 무엇이 허위인지, 또 무엇이 옳으며 무엇이 그른지에 대한 격렬한 의견 차이로 신뢰할 수 있는 정보와 지식의 공유가 매우 어려운 상태에 있다. 종족적 인식(tribal epistemology) 때문이다. 종족적 인식이란 정보와 지식의 수용 여부가 보편적 증거 규칙, 달리 말해 확인된 사실과 검증된 진실을 바탕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속한 종족의 가치와 목표, 특히 종족 지도자의 이익에 부합되느냐에 따라 결정되는 현상을 말한다(R
문재인 정권의 외교 노선이 벼랑 끝으로 내몰렸다. 시대착오적인 친중 친북 노선이 만들어낸 필연적 귀결이다. 문 정권은 출범 후 지닌 2년 동안 ‘친북, 친중, 용미, 반일’ 로 요약되는 외교 정책을 펴왔다. 북핵 문제에 대해서는 운전자 혹은 중재자를 자처하면서도 중국과 북한이 주장하는 ‘선(先)경제 제재의 철회, 후(後)비핵화’를 수용하는 노선 위에서 미.북간 조정자 역할을 천명해 왔던 것이다.그러나 이 같은 외교노선은 지난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북미 정상간 대화가 실패하면서 출구 없는 한계에 봉착했고 중국의 일대일로와 미국의 태평양
문재인정권의 막가파식 인사정책은 이미 전 회에 낱낱이 얘기했다. 더 강한 케이스가 나오기 힘들 것이라 생각했던 필자의 예상은 또 틀려나갔다. 정말 상상을 초월하는 사람들이다.4월 22일 교육부와 문화체육관광부는 도정일 경희대 명예교수를 막대한 예산을 쓸 수 있는 ’인문학 및 인문정신문화진흥심의회‘ 위원장으로 위촉했다. 정말로 후안무치한 임명이다.도정일은 경희대 학사학위만 가지고도 평생을 하와이대 영문학 석사 박사로 사칭해 온 사람이다. 나중에 자기는 그런 적 없다고 오리발을 내밀다가 한국연구재단의 학력 기입 난에 본인이 하와이대 영
- 똑바른 길을 통해서 비범한 자리에 오르지 못한다면, 굽은 길을 통해서도 그곳에 도달하지 못 헤. 그러니까 거짓말은 하지 마, 핍. 잘 살다 행복하게 죽으라고. / 찰스 디킨스 중에서.핍은 일찍 부모를 잃고 누나와 대장장이 일을 하는 매형, 조와 함께 살았다. 모자라게 보일 정도로 착하고 정직한 조는 그 어떤 아버지보다 핍을 사랑했고 그 누구보다 좋은 친구였다. 그러나 지역 유지의 집에서 아름답고 도도한 소녀, 에스텔라를 만난 뒤 핍은 처음으로 가난한 자신의 처지가 원망스럽다. 그러던 어느 날, 익명으로부터 거액의
김정은 정권의 돈줄을 차단하기 위한 미국의 금융제재가 전방위적으로 강화되고 있다. 2019년 3월 18일 미국 워싱턴 DC 연방대법원장 베릴 하월 판사는 홍콩 북한 기업과 거래한 대규모 중국 은행 세 곳에 대해 입출금 및 송금 내역을 포함한 2012년부터 현재까지 모든 거래 자료를 제출하도록 명령했다. 중국 은행들이 이를 거부하자 4월 10일 하월 판사는 법정모독죄를 적용하여 이들 은행에게 매일 5만달러의 벌금을 부과했다. 이 은행들이 계속해서 자료 제출을 거부할 경우 이것보다 더한 징벌 조치를 취할 것임을 경고했다.과거부터 미국
경기도 일산 신도시의 민심이 심상치 않다. 그렇지 않아도 다른 신도시들에 비해 침체되어 있다는 박탈감을 갖고 있는 터에 문재인 정부가 일산보다 서울 쪽으로 가까운 위치에 3기 신도시를 건설하겠다고 나섰기 때문이다. 이 계획이 일산에 여러 가지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리라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신도시 건설의 주무 장관인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일산 지역이 뽑은 국회의원이라는 점에서 주민들의 배신감은 더 커지고 있다.김 장관 이외에 같은 고양 지역의 유은혜 심상정 의원이 각각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소속으로 전부터 좌파 성향이 강한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난 2년 동안 한국경제는 전대미문의 추락을 겪고 있다. 급기야 금년 1분기 전기비 성장률은 마이너스로 추락해 글로벌금융위기로 인해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던 2008년 4분기 이래 10여년 만에 최악의 성장률을 기록하기에 이르렀다. 통상 30~40만 명 정도 증가해 오던 취업자증가는 2년 동안 54조 원의 막대한 재정투입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9만 7천명으로 급감한 후 금년 1분기 중에는 재정투입 단기 노인일자리 증가에도 불구하고 17만 7천명으로 추락하고 있다. 실업자가 130만 명에 도달하고 청년들의 25%는
문재인 정부의 경제철학인 소득주도성장의 정책 성적표가 발표됐다. 올해 1분기 경제성장률은 전 분기 대비 0.3% 감소했고, 2000년대에 들어와 최악의 실업률을 보여 줬다. 특히 청년의 경우 4명당 1명이 실업자로 심각한 수준이다. 경제현상을 진단하는데 수출, 투자, 외환 등 여러 가지 지표들이 있지만, 핵심지표는 경제성장률과 실업률이다. 국민들이 ‘지갑 두께’와 ‘일자리’로 경제실정을 체감하기 때문이다. 2년 만에 이 정도 실적이라면, 정상적 사고를 가진 사람이라면 정책실패를 인정하고, 정책방향을 수정하는 게 정상이다. 그러나 문
2014년 2월 나는 당시 몸담고 있던 동아일보에 '박정희 김일성의 백년전쟁'이란 제목의 칼럼을 썼다. 1917년생인 박정희 대통령의 탄생 100주년을 3년 앞둔 시점이었다. 김일성은 박정희보다 5년 전인 1912년에 태어났다.출발은 쿠데타였지만 한국인을 극심한 빈곤에서 탈출시키고 국가도약의 결정적 계기가 된 5.16 군사혁명 58주년을 계기로 오늘 칼럼을 준비하면서 5년 전의 글을 찾아보았다. “박정희와 김일성은 우리 현대사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 숙명의 라이벌이었다. 같은 민족인 남북한은 두 사람의 시대를 거치면서
여당인 민주당은 지난 4월말 재1야당인 자유한국당을 배제하고 바른미래당, 정의당, 평화당과 더불어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 공수처 설치 법안 등 4대 법안을 패스트 트랙 절차로 입범하기 위해 제1야당의 반대를 따돌리고 폭력적으로 사법개혁특별위원회에 상정했다. 한국당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실시하는 경우 여당인 민주당과 정의당 등 좌익 정당이 실제 유권자들의 지지를 받는 정도를 초과해 과반 의석을 확보할 확률이 대폭 증가하여 장기 집권의 기반을 닦게 되고 공수처로 법원, 검찰을 장악해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려
지금 ‘보릿고개’라는 말을 이해하는 한국 대학생을 찾기 어렵다. 70년대 이후 세대는 경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우리 한반도 역사에서 만성적 기아를 해결한 전환점은 1970년대였다. 1962년 경제개발 제1차 5개년 계획을 시작하고서도 먹는 문제를 해결하는데 10년 이상 걸렸다.박정희 대통령은 주곡인 쌀의 자급실현에 특별한 의미를 두었다. “석유가 모자라면 공장을 쉬게 하면 되지만, 쌀은 5만 톤이라도 부족하면 폭동이 일어난다”고 강조하면서 쌀 생산을 독려하였다. 경지정리, 저수지·관개시설 정비, 비료생산, 종자개량에 심혈을 기울였
자유민주주의 국가인가 독재국가인가를 가르는 기준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국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가장 큰 공권력은 검찰, 경찰, 법원, 국세청 이렇게 네 가지를 꼽을 수 있다. 이 기관들의 특징은 양면적이다. 그 권한을 남용하면 남용할수록 국민의 자유를 억압하고 권력의 하수인이 되어 국민을 노예로 만드는 첨병 역할을 수행하나 이 기관들이 법치주의를 수호하고 기관본연의 자세를 유지하면 권력으로부터 국민의 자유를 지키는 파수꾼이 된다.내가 이 기관들을 법치주의의 잣대로 주목하는 것은, 이 기관들이 헌법상 가장 중요한 자유권인 경제적 자
북조선의 3대 세습 군주 김정은의 행보가 현란하다. 1년여 만에 ‘핵·경제 병진 노선’을 또 다시 꺼내들었고, 핵 공갈 카드를 동원했다. 북한은 노동신문 사설을 통해 “그 어떤 폭제와 광태도 단호히 제압·분쇄할 수 있는 자위적인 전쟁 억제력을 보유했다”고 주장했다(2019.5.8.일자). 고난이 닥쳐도 핵·미사일은 끌어안고 가겠다는 확고한 의사를 밝힌 것이다.급기야 정상회담을 세 차례나 하고, 백두산까지 함께 올라 돈독한 우의를 다진 ‘평화의 동지’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 2주년을 골라 단거리 미사일을 축포처럼 발사했다. 잔칫상에 화
충분히 예상 가능했던 일이다. 시간강사들이 무더기로 대학에서 밀려나고 있다. 올 4월에만 1만 6천 명이 실직했다. 전체 시간강사 수가 7만 6천명 내외이니 무려 5분의 1이 일자리를 잃은 셈이다. 강사법 때문이다. 2010년 한 지방대 시간강사가 처지를 비관해 자살한 사건에서 촉발되어 이듬 해 제정된 강사법은 시간강사의 교원 지위 인정, 1년 이상 임용 및 최장 3년까지 임용을 보장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여기에 사회보험 의무화와 퇴직금 지급까지 들어있으니 이보다 아름답고 고마울 수가 없다.문제는 대학이 이 강사법을 감당할 체력이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법안을 비롯한 3개 법안의 “패스트 트랙” 처리 문제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정치적 난투극을 바라보며 문득 박완서 선생님의 소설 제목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가 떠올랐다. 얼마나 긴 세월 동안 우리 대한민국 국민은 “민주주의”라는 말을 주술처럼 외우며 살았고 얼마나 많은 젊은이들이 학업을 포기하다시피 하며 민주화 운동에 몸과 마음을 바치고 때로는 목숨까지 잃었는가? 그런데 70년 넘게 그처럼 피땀 흘려 쌓아온 민주주의의 공든 탑이 하루 아침에 와르르 무너지는 상황이 정작 코앞에 닥치니 그것이 바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