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수준이 이 정도인가” 우한폐렴이 발생한 이후에 상황을 통제하고 문제 해결책을 찾아내 적용하는 것을 보며 내뱉는 탄성이다. “이 정도인가”라는 탄성은 비단 우한폐렴 사태에만 적용되지는 않을 것이다. 문재인 정권이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전시작전권 전환 문제 등도 그렇다. 사람이든 나라든 자기 처지와 분수, 그리고 실력을 정확히 아는 일은 필수적이다. 자기가 원하는 것과 실제로 할 수 있는 것을 뚜렷히 구분하지 못하면 낭패를 당하기 마련이다. 우한폐렴 사태는 우리 사회의 공적 영역이 갖고 있는 실력을 만천하에 유감없이 드러낸
박근혜 전 대통령이 “기존 거대 야당 중심으로 힘을 합치자”고 한 것은 고난 속에서 터득한 자기 억제와 성찰의 표현이었다고 느껴진다. 이건 정치적이거나 정파적인 소감이라기보다는 다분히 인간적인 소감이다. 미래통합당은 어쩌면 박 전 대통령에겐 미흡하고 불만스럽고 야속한 대상일 수 있다. 이럼에도, 그런 개인적인 입장을 억누르고 거시적인 안목에서 그런 대상을 껴안은 데는 박 전 대통령의 그간의 깊은 고뇌가 깔려있다고 보아 틀리지 않을 듯싶다.이에 대한 정치적 분석은 다음 문제다. 우선은 정치보다 더 근본적이라 할 인간적 수양과 정치의
현 정권의 정치는 연극을 보는 듯하다. 이름을 붙인다면 ‘문재인 극장’이다. 간판 배우인 문재인은 ‘착하고 반듯한 사람’이라는 인상을 풍긴다. 그러나 배우의 얼굴과 실제 됨됨이가 일치하지 않는 일은 흔하다. 이 정부의 실력자였던 조국이라는 사람만 보아도 쉽게 알 수 있다. 연극배우는 본디 각본에 나와 있는 자기 역할을 잘 연기해 내면 될 뿐, 겉과 속이 달라도 상관없다. 문재인 극장 관계자들은 드라마 효과가 정권 유지와 창출을 위해 절대적인 것으로 믿고 있는 사람들이다. 오랜 거리 투쟁을 통해 몸에 배인 기술이다. 이들은 문재인을
지난 1월 27일 뉴욕의 유엔본부와 세계 각지의 유엔 시설에서 홀로코스트 추모행사가 열렸다. 2005년 유엔은 연합군에 의해 아우슈비츠 수용소가 해방되었던 1945년 1월 27일을 홀로코스트 추모일로 지정하고, 매년 이 날이 되면 추모행사와 함께 인종학살을 가져온 종교적 편협성, 선동, 박해, 폭력 등을 규탄하는 각종 프로그램들을 개최한다.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도 해방 75주년을 기념하는 추모행사가 거행되었다. 유대인 생존자 200여 명과 50개국의 지도자들이 참석하여 희생자들을 기렸다. 이에 앞서 1월 23일에는 이스라엘의 야드아
말이 나오지 않는 상황이다. 무슨 말을 해도 그것이 또 다른 싸움과 또 다른 상처만을 낳을 가능성이 너무도 크기 때문에 말을 한다는 것 자체가 아주 큰 용기를 필요로 한다. 일상적인 작은 행위도 죽음을 각오하고 해야 하는 것이 되어버린 듯한 느낌이니 하물며 현 정권을 비판하는 사회적 정치적 의미를 가진 행위는 더 말할 것도 없다. 사면초가에 둘려 쌓인 이런 가운데서도 바이러스가 창궐하는 대구를 향하여 떠나는 의료진이 있으니 눈물겹게 감사하고 문재인 대통령 탄핵청원 서명자가 청와대 홈페이지에서 백만이 넘었다니 희망의 조짐이 느껴진다.
혼자 광화문 거리를 걸었다. 정부서울청사에서 동화면세점까지 갔다가 발길을 돌려 교보문고와 미국대사관을 지나 대한민국 역사박물관 앞에서 한참을 서 있었다. 스산하다. 스산하고 스산하고 또 스산하다. 별 생각 없이 쓰던 이 표현이 이렇게 실감나게 와 닿은 적이 없다. 사람들의 표정은 오로지 무채색이다. 기쁨이나 희망은 어느 날부터 자유라는 단어와 동반으로 사라졌다. 그렇다고 절망과 분노가 마구 솟구치는가 하면 그것도 아니다. 그냥 무기력이다. 머리에서 발끝까지 온통 비자발적 무기력이다. 흥미도 의욕도 없는 멍한 얼굴들이 곁을 지나쳐 간
연일 우한 코로나 확진자 수가 늘어나고 있다. 중국 우한에서 발생한 이 사태는 조기에 막거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던 사태고 지금처럼 국민생활이 마비되는 지경까지 온 것은 정부의 대응이 잘못됐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어제 대한의사협회 최대집 회장과 통화할 일이 있었다. 그는 “미국은 처음부터 우한 코로나 바이러스가 강한 전염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파악하자마자, 예방백신과 치료제를 개발할 때까지 시간과의 싸움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래서 그 시간을 벌 때까지 자국 의료체계의 대처능력 수준에 비례해 선제적인 조치를 취해 나갔다.
정부는 1월 20일 법무부, 금융위원회 등 공동 보도 자료를 통해 '공정경제를 뒷받침할 상법·자본시장법·국민연금법 시행령 개정안의 국무회의 의결'을 공지했다. 시행령 개정으로 주주총회 및 이사회를 통한 경영진에 대한 견제기능이 강화되어 ‘기업경영의 투명성과 경쟁력’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는 것이다. 정부 설명대로 하면 이번 시행령 개정은 ‘기업을 위한 것’이다. 하지만 미사여구의 나열로 기업경영의 투명성과 경쟁력이 높아질 수는 없다. 이번 시행령 개정은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강화의 ‘사전 정지작업’으로 읽힌다. O
조선일보 2월 12일자에 선우정 칼럼 “보수가 권력을 잡으면 뭐가 달라지는데?”라는 칼럼이 실렸다. 우선 필자는 보수라는 용어보다 좀 더 정확히 자유우파라는 용어를 사용하고자 한다. 보수 진보라는 용어 프레임이 가져오는 보수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와 진보가 가져오는 긍정적 이미지가 한국사회에 만연되어 있는데다 경제학에서는 성장을 중시하는 우파와 분배를 중시하는 좌파가 더 정확한 표현으로 사용되고 있고 우파 중에서도 수구도 있고 진보도 있고 좌파 중에서도 시대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변하지 않은 주장만 고수하는 수구도 있고 시대의 변화에
#1. 1948년 8월 15일, 대한민국 건국의 정치 사상사적 의미1948년 8월 15일. 신생국가 대한민국의 수립이 전 세계에 선포되었다. 이날 이승만 대통령은 ‘건국 기념사’라는 역사적 연설을 했다. 대한민국 건국의 역사·정치·사상적 의미를 세계인들에게 밝힌 명문이다.먼저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은 민주주의를 전적으로 신봉하는 나라가 될 것임을 역설했다. 그는 독재가 인류의 자유와 진흥을 가져오지 못한다는 사실이 인류 역사를 통해 증명되었다면서 “민주제도가 어렵고, 더디지만 의로운 것이 악을 이기는 이치임을 우리는 믿어야 한다”고
미래통합당 출범 화면의 ‘이준석’ 옆에 사진이 없었더라면 같은 이름의 세월호 선장이 거기 합류했다고 해도 놀라지 않았을 것이다. 진보주의에 수십년 매진한 인물들도 포함되어 있으니 ‘돌아온 새누리당’은커녕 더 좌측으로 간 ‘좌누리당’이란 느낌이다. ‘통합’이란 도구적 가치일 뿐. ‘더불어’란 그 당명 자체가 공동체주의를 반영한다. ‘정의’당은 진실 여부는 차치하고 이름만은 정의 추구를 분명히 가리킨다.미래통합당으로 모이기는 했으나 그렇게 통합해 이룩하겠다는 목적 가치는 무엇인가? 합하여 중도좌파에 충실하겠다는 것인가. 그저 통합 자체
우리 사회는 말[言]이 말 같지 않은 사회가 되어버렸다. 나는 지금 ‘말’의 한자어를 쓰기 위해 ‘말씀 언’이라는 글자를 자판에서 찾으며 이런 생각에 이르렀다.‘예전과 달리 요즘은 말씀이라는 존칭어를 쓸 만한 말이 없어졌다.’예전처럼 어른을 공경하는 분위기도 아니니 어른 말이라 해서 무조건 ‘말씀’으로 받들지도 않는다. 제대로 된 존댓말을 배우는 것은 물론 가르치는 것에도 뜻을 두지 않기에 이 말은 더욱 쓸모가 없어진 듯하다.말은 사회 현상을 통해 만들어지기도 하지만 말이 사회를 변화시키기도 한다. ‘다르다’와 ‘틀리다’의 혼동이
한 때 ‘공짜라면 양잿물도 마신다’는 속담을 자주 듣던 시대가 있었다. 6.25 전쟁이 끝나고도 산업화가 본격화하기 전까지 한국 사회는 재래식 농업에 매달렸고, 어디를 가나 실업자가 넘쳐 흘렀다. 무기력한 시대 상황에서 무언가 공짜가 생기면 좋아하고, 은근히 공짜를 바라는 잠재의식이 퍼졌다. 공짜를 바라는 심리구조는 부정부패를 부추기는 토양이기도 했다. 세무서, 경찰, 구청과 같은 민원부서에는 급행료 같은 부정부패가 만연하였다. 정당한 노력의 대가가 아니라는 점에서 공짜와 부정부패는 서로 통한다.당시 신문에는 생활고로 자살하는 얘기
영화 ‘기생충’이 미국 아카데미에서 오스카 4관왕을 받은 소식에 대한민국이 들썩였다.그런 반응은 문화에 별 관심이 없던 자유우파 진영에서도 마찬가지였을 정도로 사회적 이슈였다.그 정도로 오스카 수상의 의미는 영화계를 넘어 의미하는 바가 크고, 필자 역시 비판적 시각을 가진 영화와 감독이지만 축하의 글을 남기기도 했다.누가 뭐라건 그건 분명 대한민국의 국격을 한 단계 높인 일임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그런데 우파진영의 반응은 사뭇 달랐다.많은 사람들이 박수갈채를 보내고 있을 때, 우파진영에선 비판적 시각을 견지한 말들이 들
문재인 정권은 그 정체성이 뭔지 한 번도 스스로 정직하게 천명한 적이 없다. 586 운동권도 자신들이 누구인지, 뭘 하려는 자들인지를 외부 세계에 대해서는 단 한 번도 정확하게 고백한 적이 없다. 그저 막연하게 (국회에 출석해서) “나는 젊었을 때 민주주의를 위해 헌신했노라”라고만 했을 뿐이다. 자유민주주의에서 자유란 두 글자를 뺀 채 그저 민주주의라고만 한 것으로 미루어 볼 때 그들이 말하는 민주주의란 일종의 전체주의적 직접민주제 같은 게 아닌가 짐작된다.그러나 1980년대 중반부터 그들 내부의 은밀한 담론과 의식(儀式)이 바깥
연금 사회주의란 국가 권력이 국민연금 등을 통해 기업들을 장악한 후 국영기업처럼 쥐락펴락하게 되는 현상을 말한다. 이번 3월 주총부터 연금 사회주의의 문이 본격적으로 열릴 것 같다. 국민연금 공단의 2월 7일자 공시가 신호탄이다. 공시의 내용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차, 대한항공 등 56개 상장기업 대한 주식 보유 목적을 '단순 투자 목적'에서 '일반 투자 목적'으로 변경한다는 것이다. ‘일반 투자 목적’이란 기업에 대한 배당 요구, 정관 변경 요구, 위법 행위를 한 임원의 해임 청구 같은 행위를
사회주의 개헌을 하자는 사람들총선을 앞두고 있는 지금, 더불어민주당의 이인영 원내대표는 갑자기 개헌을 언급했다. 되돌아보면 이는 갑작스러운 것이 아니고, 오래 전부터 여당의 지도부 사람들이 치밀하게 준비해온 발언이라 생각된다. 그는 총선 후 개헌을 통해 ‘토지공개념’을 명확히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경자유전(耕者有田)원칙’ 등을 개헌주제로 다루자며 사적인 ‘토지소유권’의 제한을 거론했다. 이러한 발언은 처음 나온 것이 아니다. 2017년 당시 민주당의 추미애 대표는 ’농지개혁에 버금가는 지대개혁을 해야‘한다며, 중국 방식대로, 토
우한 바이러스 방역망은 사실상 뚫린 상태이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중국 정부는 우한 폐렴 발생을 한 달 이상 숨겼고, 그 사이에 인구 1100만의 우한시에서 무려 500만 명 이상이 빠져나가고 나서야 도시 봉쇄가 이뤄졌다. 또한 이 바이러스의 염기서열을 알고도 외부에 공개하는 것을 늦췄다. 염기서열은 백신과 치료제를 개발하는데 필요한 정보인데도 말이다. 이미 우한 바이러스의 수습은 불가능한 상태가 됐고 시진핑 체제가 흔들거릴 정도의 사태로 발전됐다. 준(準)전체주의 또는 유사전체주의 체제인 중국공산당체제의 무능력과 무책임을 보여주는
이틀 전부터 우한 시내에는 까마귀 떼가 목격됐다. 황야에서 하늘을 덮은 경우는 최근에 있긴 했지만 도심의 까마귀는 세기말의 풍경이다. 시신을 얼마나 많이 화장하는지 우한시내의 공기질이 급격히 악화됐다는 음울한 소식도 들린다. 철저히 봉쇄된 도심 아파트에서 도와달라고 울부짖는 광경에다 이제 돈도 필요 없다면서 100위안권 지폐를 창문 아래로 던지는 모습도 목격됐다. 우한이 위치한 후베이와 안후이, 쟝시, 랴오닝등 4개 성이 봉쇄되고 광저우, 선전, 톈진 등 80여 개 시 역시 봉쇄됐다. 상하이와 베이징은 봉쇄라는 말 대신 봉폐식관리(
유독 이번 문재인 정부에서는 총선 출마자들이 많다. 70여명을 훌쩍 넘어서는 모양인데, 이들이 총선 과정에서 내세울 청와대 경력이 얼마나 호소력이 있을 지 모르겠다. 청와대 출신 인사들은 "문재인 청와대의 브랜드 파워가 세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사람들의 마음을 누가 정확히 알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기대처럼 호감을 얻기 힘들 것으로 본다. 경제 상황이 워낙 좋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에 검찰개혁 등 청와대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무리수는 물론이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대처 방안에서도 국민들 가운데 불만이 많은 사람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