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은 미래지향적이라기보다는 과거지향적이다. 한국인의 이같은 성향은 DNA에 뿌리박힌 것처럼 연원이 깊은 것이라고 하겠다. 6.25 침략전쟁을 '승리한 항미원조(抗美援朝) 전쟁'이라며 역사를 왜곡하는 중국 공산당에 대해서는 변변한 항의조자 못 하면서 과거의 제국주의 일본이 아닌, 자유민주주의 세계의 일원(一員)인 일본에 대해서는 유독 강퍅하다. 이 나라에 베스트팔렌조약 이후 보편화된 국제외교질서의 관념이 있는가? 아직도 역대 중국 왕조의 화이질서(華夷秩序) 안에서 '소중화'를 자처하고 있는 조선의 뿌리
2018년 제73차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비핵화를 위한 관련국들의 조치들이 실행되면 종전선언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북한 비핵화와 종전선언을 병행할 수 있다는 논리였다. 하지만, 2020년 9월 22일 제75차 유엔총회에서 영상으로 발표한 기조연설에서는 “종전선언을 통해 화해와 번영의 시대로 전진할 수 있도록 유엔과 국제사회가 힘을 모아주길 바란다”고 했고, “종전선언이야말로 한반도 비핵화하 항구적 평화체제의 길을 여는 문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종전선언이 비핵화를 견인할 수 있으므로 비핵화와 무관하게
내내 이 정권의 부동산 정책을 조롱하고 비웃었다. 시장을 무시하고 앞일을 하나도 예측하지 않는 무모함 혹은 무식함이 참사를 불러오고 있다고 진단했다. 내 생각이 짧았다. 이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어떻게 해도 이기는 게임이었다. 혹시라도 부동산 시장이 잡히면 정책 성공을 자랑하면 되는 거였고 ‘삑 사리’가 나면 부동산 가격이 올라 세수가 늘어나니 그 또한 싫을 게 없었다. 물론 말은 그렇게 안 한다. 당장은 아니지만 장기적으로 정책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주장한다. 아마 말하고도 자기들도 안 믿었을 것이다. 부동산 가격 안정은 공급으
지난 9월 초 방탄소년단(BTS)이 미국의 대표적 친한 단체인 코리아소사이어티(Korea Society)가 주는 밴플리트상을 받았다. 그 자리에서 방탄소년단 대표는 미국은 6.25 전쟁 때 우리와 큰 시련을 함께 극복한 혈맹이었음을 상기시키는 말을 했다. 이는 지극히 당연한 인사말이었다. 그런데 중국이 이에 발끈하고 나섰다. 자기들의 ‘항미원조(抗米援朝)’를 무시하고 미국을 치켜세웠다는 것이다. 곧 이어 중국의 한국전 개입 70주년을 맞으면서 시진핑 주석부터 일반 언론 기관에 이르기까지 ‘항미원조’ 나팔을 불기 시작했다. 마치 모든
내년 4월 7일에는 서울특별시장과 부산광역시장 등 2개의 광역자치단체장과 기초자치단체장, 광역의원과 기초의원의 재보궐 선거가 예정돼 있다. 이번 재보궐 선거의 초점은 당연히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보궐선거이다.보궐선거에서 뽑힌 서울 및 부산 시장의 임기는 1년 반 정도이다. 하지만 짧은 임기에 비해 정치적 의미는 매우 크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두 광역단체장의 보궐선거 결과가 1년 뒤 대통령 선거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서울시장과 부산시장 보궐선거는 모두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 소속 시장의 문제가 원인이다. 시민
한국사회를 냉정하게 되돌아보자. 연예계와 스포츠 스타에게 열광하면서 그보다 더 치열하고 불가역적인 상업세계에서 분투하고 있는 기업인에게는 공감이 없는 사회이다. 기업은 국가와 국민이 다 키워줬고 수출은 당연히 되는 것으로 여기는 사회다. 기업 경영을 ‘금수저’ 물고 나온 사람들이 자기 재산 지키는 정도로 여기는 사회, 기업인이 사망하면 상속세로 그 모든 것을 사회에 환원하라고 윽박지르는 사회가 우리의 얼굴이다.이건희는 누구인가? 직설과 은유, 눌변과 열변, 은둔과 절대적 존재감, 온유와 격정. 도저히 양립될 수 없는 단어의 조합을
10월은 (살짝 오버해서) 박정희의 달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0월 유신과 10.26일 서거일, 그리고 11월 14일 그의 생일까지. 유난히 빨리 다가온 찬바람을 스산하게 느끼며 박정희와 그의 시대를 반추해 본다. 100년도 안 되는 한국정치사에서 박정희라는 인물은 그를 옹호하는 전통주의자들과 그를 극렬하게 비판하는 수정주의자들의 끝나지 않는 대립 의제다. 그만큼 박정희가 한국사에 남긴 족적이 물질적으로든 정신적으로든 크다는 이야기다. 누구는 박정희의 만주군 이력을 갖고 뼛속가지 친일파라고 한다. 이 주장은 2015년 박근혜
기(起) : 항일무장투쟁의 3대 승첩, 왜 1920년에 일어났을까?지금으로부터 100년 전, 만주 북간도에서는 우리의 용맹한 항일 전사들이 5,000명의 일본군 정규군을 상대로 청산리 일대에서 빛나는 활약을 펼쳐 압승을 거두었다고 알려진 청산리대첩의 웅대한 승전보가 울렸다.1920년대 만주와 연해주 일대에서 우리 무장 독립군이 기록한 항일무장투쟁의 3대 승첩으로 꼽히는 것이 니콜라예프스크(니항·尼港) 탈환전투(1920년 3월), 봉오동전투(1920년 6월), 청산리전투(1920년 10월)다. 일정을 추적해 보면 1920년에 3대 승
정부의 고위 관리들과 그 가족들이 심각한 비리를 저지르고 상식에 어긋나는 짓을 하면서도 이리저리 구멍난 곳을 막으려 구차한 변명을 둘러대고 있다. 심지어 그들을 옹호한답시고 또 다른 유력 인사들이 되지도 않는 ‘막말 릴레이’를 줄지어 펼치고 있다. 그런데도 국민의 절반 가까이는 그들을 지지한다. 그들이 잘못하고 있음을 아는 지지자들도 있는 듯하다. 그래도 지지를 거두지 않는다. 그 가장 큰 명분은 “전(前) 정권 사람들은 더 했다”라는 근거 없는 비교다.설사 전 정권 사람들이 부정한 일을 저질렀다 해도 그것을 이유로 부정(不正)과
지난 개천절과 한글날 광화문 이승만 광장은 철저하게 봉쇄되었다. 500여 대 경찰버스를 이어붙여 ‘재인산성’을 쌓고, 1만여 명의 경찰병력이 이중 삼중 철제 펜스로 광화문 광장으로 가는 길을 막아버렸다. 어느 외신 기자는 “마치 평양에 간 것 같다”고 했다.그날 당국은 집회를 일절 허용하지 않았고, 집회와 상관없는 시민이 광화문 광장의 세종대왕 동상 앞으로 가는 것도 막았다. 우리 헌법 제14조에 명시한 국민의 거주 이전의 자유를 박탈한 것이다. 이게 자유민주주의 국가인가?문 정권은 중국발 코로나바이러스의 확산을 막기 위한 불가피한
백신이 나오면 이 속박에서 벗어날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한국인은 그러기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 같다. 백신이 나온다 해도 당분간 우리 한국인에게 돌아올 몫은 거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외신 보도에 따르면 화이자 백신이 11월 말에 사용 허가 신청에 들어간다고 한다. 빠르면 내년 초에는 판매가 시작될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우리 한국인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미국, 영국 및 유럽 국가들이 이미 2.3억 도스의 백신을 선구매해 놓았기 때문이다. 도스(dose)란 1회 투약분을 말한다. 한국 정부는 아직까지 어떤 제약사와도 백신
모든 문명국가 헌법에는 자기책임의 원리가 명시적으로 선언되어 있다. 자신의 선택과 자기 행동에 따른 책임 그 이상을 져서 안되고, 또 한편으로 자기의 선택과 기여 행위가 없음에도 불공정한 혜택을 누리는 것은 금지되어야 한다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전자가 “모든 국민은 자기의 행위가 아닌 친족의 행위로 인하여 불이익한 처우를 받지 아니한다.”는 헌법 제13조 제3항의 연좌제 금지이다. 후자는 특수계급 창설의 금지로 나타난다. “사회적 특수계급의 제도는 인정되지 아니하며, 어떠한 형태로도 이를 창설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는 헌법 제
사람들이 절망에 대해 얘기한다. 그리고 그 절망감의 근원을 묻는다. ‘군부독재시절’이라고 했던 70년대, 80년대, 그 때도 사법부 판사들은 결코 넘지 않았던 선이 있었다. 이에 대한 믿음은 선량한 약자들이 믿고 의지하는 마지막 보루이자 희망이었다. “법이 있어, 법이!”라는 약자의 말 한마디는, 그 법이 우리 개인과 공동체를 보호해준다는 믿음을 표현이었고, 그 법은 모두가 받아들이는 성역 같은 것이려니 하고 믿고 법치를 존중하면서 살아왔다. 요즘 우리 사회에 이것이 깨어진 것으로 보인다. 정의의 표상이어야 할 대법원은 선거도중 허
추석 명절 기간은 연평도 사건에서의 정부의 태도로 국가란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하는 시간이었다. 피해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근거없는 억측과 계몽군주 발언 물의까지 뒤섞인 상황은 문제의 본질을 왜곡하여 정부의 책임 회피를 방조하고 있다. 아무리 그럴듯하며 고급스럽다고 자부한들 권력을 옹호하는 아첨(阿諂)의 성찬(盛饌)에 불과하다. 방역을 빌미로 명절 기간 중에 광화문 광장을 경찰버스로 에워싼 차벽은 권력을 방어하려고 안간힘을 쓰는 아첨의 물리적 표현이다.공동체에 대한 논의의 장인 광장을 폐쇄하여 현실을 가리고 비판을 잠재우며 장벽 안에
라임자산운용 사태의 주범으로 꼽히는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강기정 전 청와대 정무수석에게 5천만원을 건넸다'는 취지의 법정 증언이 나오고 강 전 정무수석은 사실무근이라고 김봉현 전 회장을 역으로 고발함으로써 라임펀드사태는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는 모습이다. 권력형게이트로 번질 것인지 초미의 관심이 집중되는 가운데 여야간 공방도 치열해 지고 있다. 라임자산운용은 한 때 6조원 가까운 자산을 운용하던 국내 최대의 헤지펀드 운용회사였다. 그러나 부실자산투자로 손실이 커지면서 돌려막기를 해 오다 마침내 1.6조
김어준은 악명 높은 방송인이다. 언론과 인터넷상에서 누리꾼들이 그를 부르는 여러 화려한 별칭들이 있다. 그는 '음모론자', '무당', '사이비교주', '피리부는 사나이', '냄새맡는 자' 등으로 불리고 있으며, 도쿄 시내 지하철 역사에 사린가스를 살포해 14명을 사망케 하고 6000명이 넘는 이들을 다치게 한 일본의 옴진리교 교주 아사하라 쇼코(麻原彰晃)나 제정(帝政) 러시아 말기의 요승(妖僧) 라스푸틴에 비유되기도 한다.이같은 악명에 걸맞게 방송인 김어준은 트
2018년 이후 일반에도 익숙해진 대외협상 방식이 하나가 있다. 이른바 '탑-다운' 접근(top-down approach)라는 것인데, 이는 실무선에서부터 차근차근 진행되어 온 협의나 합의들을 최종적으로 최고정책결정자 즉 해당 국가의 정상(頂上)들이 마무리 짓는 방식인 '버텀-업' 접근(bottom-up approach)과는 구분된다. 한 마디로 '탑-다운' 접근은 실무선에서의 합의가 쉽지 않고, 또 그 파급영향 때문에 중견 관료들이 과감한 결정을 꺼리는 사안에 대해 정상들이 '통
지난 6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부 장관은 일본·오스트레일리아(호주)·인도 외무장관과 일본 도쿄에서 비공식 4자(者) 안보회의을 갖고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의 실현이 공동의 목표라는데 인식을 같이 했다. 4자 회담이 국제적 관심을 모으게 된 것은 미국이 중국에 대해 전방위 압박을 계속하고 있는 상황에서 나머지 세 나라도 중국과 극도의 긴장상태에 있기 때문이다. 인도는 현재 중국과 라다크 지역을 둘러싸고 전면전(全面戰) 직전에 있는 상태이고, 호주도, 중국의 전방위적 침투공작이 드러난 이래, 미국의 대중(對中) 제재에 전면적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해 12월 31일 노동당 중앙위 제7기 5차 전원회에에서 “머지않아 세계는 우리의 새로운 전략무기를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었다. 2019년 2월 28일 김정은-트럼프 간의 제2차 미북 정상회담에서 핵시설의 일부만 사찰에 공개하고 대충 핵보유국의 지위를 인정받는 ‘나쁜 스몰딜(bad small deal)’이 미국의 거부로 무산되고 이어서 10월에 스톡홀롬에서 개최된 미북 실무대화까지 공전한 직후에 김정은 위원장이 한 말이다. 즉, 미국이 자신들의 ‘통큰 양보’를 거부했으니 다시 새로운 핵무기 개발에 박
어려서 읽은 책 중에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자의 죽음’이란 게 있었다. 제목 때문에 읽었다. 제목이 너무 슬펐다. 제목은 그래서 아직도 기억 속에 있다. 얼마 전 이 제목이 다시 떠올랐다. 어떤 남자의 죽음 때문이다. 이 남자의 이름을, 나는 모른다. 그냥 40대 공무원이라는 게 이 남자를 부르는 호칭이다. 이름 대신 사회적 지위와 소속으로 남은 이 남자는 외롭게 죽었고 아마 외롭게 잊힐 것이다. 사건은 간단하다. 북한이 바다에서 대한민국 국민을 사살하고 시신은 태워버렸다. 이후 사과인지 유감 표명인지 알쏭달쏭한 편지 한 장을 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