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사기를 두 번 당하면 그때는 당한 사람 과실이다. 마찬가지로 같은 패배를 연달아 당했다면 그건 운이 아니라 실력이다. 하여 이번 총선 결과를 놓고 가슴아파할 것도 속 터져 할 것도 없다. 개헌선 저지한 게 어디냐. 그걸로 만족하자. 겸허하게 인정하고 묵묵히 다음 일정 준비하면 된다. 3년 뒤 그리고 4년 뒤다. 정신승리 아니다. 보수, 우익의 유구한 낙관주의다. 잘 될 거야, 어떻게든 답을 찾아낼 거야, 이런 정신으로 우익은 시련과 맞서왔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하나님이 보우하시는 나라다. 그래서 지난 대선도 기적적으로 이기지
‘역사학자’ 황현필은 요새 고민이 많을 것이다. 이승만 영화 ‘건국전쟁’의 여파를 막아보겠다며 나선 것까지는 좋았는데 자기 진영에서 도통 참전을 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는 동안 우익 매체에서는 황현필을 사방에서 난타하는 중이다. 궁금할 것이다. 대체 왜 자기를 구하러 달려오지 않는지 왜 아무도 지원사격을 않는지. 그러나 그를 제외한 다른 좌파 인사들은 다 안다. 그동안 우익의 지적 게으름 덕분에 날로 먹었던 反이승만 논설이 이제는 전혀 먹히지 않는다는 사실을. 황현필은 말마다 팩트를 강조한다. 한 인터넷 방송에 출연해서는 ‘건국전쟁
‘이 분’을 보면 ‘그 분’이 생각난다. 그 분은 알키비아데스다. 맞다. 펠로폰네소스 전쟁 당시의 그 알키비아데스다. 기억이 가물가물하실지 몰라 간단한 이력 적는다. 그는 외모 지상주의의 나라 아테네에서도 소문난 미남자였다. 여성도 아닌데 ‘꽃처럼 활짝’ 피었다는 소리를 들었다. 머리도 좋아 소크라테스가 가장 아끼는 제자였다. 외모와 머리만 복 받은 게 아니다. 스포츠에도 만능이어서 올림픽 우승 기록까지 보유하고 있었으니 말 그대로 아테네의 아이돌이었다.단점도 있었다. 너무 잘난 나머지 매사에 나서기를 자제하지 않았고 허영심은 하늘
사놓고 안 먹었더니 당근에 싹이 났다. 파릇한 게 얼마나 귀엽고 섹시한지 차마 칼을 댈 수가 없었다. 당근 하나 빠졌다고 카레 맛 크게 달라질 것도 아니고 빈 병에 물을 채우고 담가놓았더니 기분까지 좋아졌다. 사람 마음이란 게 그런 거다. 넓게 보아 측은지심이다. 그런데 만약 싹이 난 채소를 먹어서는 안 된다, 같은 규정이 있었더라면 반발심에서라도 그 즉시 토막을 냈을 것이다. 사람 마음이 다 그런 거니까. 강제가 개입하면 불만이 생기니까.얼마 전 개 식용금지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2027년부터는 식용을 목적으로 개를 사육하거나 도
그 해 여름 미군들을 가장 고통스럽게 만든 것은 모기도, 지긋지긋한 더위도, 칼을 물고 달려드는 베트콩도 아니었다. 그것은 자신들의 마음 속 연인이었던 한 미국 여배우가 베트남까지 날아와 미국 비행기를 격추하는데 사용했을 대공포 위에 북베트남 군대와 함께 앉아있는 사진이었다. 심지어 그녀는 자신들의 동료를 죽였을지도 모르는 북베트남 군인들과 시시덕대며 장난까지 치고 있었는데 이는 미군들에게 절망감을 넘어 공포심까지 안겨주었다. 나는 대체 여기서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인가. 내가 여기서 낯선 동양인들과 싸우고 있는 이유는 대체 무엇인가
길 가던 나그네가 굴뚝 옆에 땔감이 잔뜩 쌓여 있는 것을 보고 화재의 위험이 있으니 다른 곳으로 옮기라 했다. 주인, 무시하고 그대로 방치했다가 결국 불이 났고 이웃의 도움으로 겨우 화마를 잡았다. 고마움을 표시하기 위해 이웃에게 술과 음식을 대접했지만 진즉에 땔감을 치웠더라면 이런 자리도 필요하지도 않았을 것이라는 빈축을 샀다. ‘한서’에 나오는 사후약방문 고사의 기원이다.칼럼 쓰는 날짜가 정해져 있다 보니 결국 사후약방문 꼴이지만 그래도 글을 쓰는 것은 나그네의 충고가 아직 일부 유효하기 때문이다. 강서구청장 보궐 선거 참패 이
한국 유력 정치인이 북아일랜드를 방문했을 때다. 우리도 당신네들처럼 지역 갈등이 심각하다고 하자 역시 유력한 북아일랜드 정치인이 물었다. 종교가 다르냐. 아니라고 하자 민족이 다르냐고 물었다. 역시 아니라고 하자 그럼 언어가 다르냐고 물었다. 셋 다 아니라는 대답에 북아일랜드 정치인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런데 왜 싸워?물론 인간은 평화보다 분쟁을 좋아하는 동물이다. 꼭 그런 거시적인 지표가 아니더라도 인간은 어떤 핑계를 만들어서라도 반드시 싸운다. 그런데 우리처럼 극악으로 싸우는 나라가 또 있을까 싶다. 일본인들은 조선이 당쟁으로
“엄마, 우리 미래가 더 긴데 왜 미래 짧은 분들이 1대 1 표결을 해? 남은 수명 따져 비례해서 투표해야 하는 거 아냐?” 김은경 전 민주당 혁신위원장의 아들이 중학교 때 했다는 말이다(이하 존칭 생략). 내 생각에 이 아드님은 천재다. 나는 그 나이에 그런 위대한 발상은커녕 선거나 투표에 대한 개념 자체가 없었다. 김은경은 아들이 많이 기특했던 모양인지 이 에피소드를 전하면서 ‘되게 합리적이며 민주주의 국가에서 1인 1표라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지만 맞는 말’이라며 소감을 피력했다. 그걸로 끝? 이 대목에서 나는 실망을 금할 수
한동안 인어공주의 피부색을 가지고 인종차별이니 어쩌니 소란스럽더니 이번에는 춘향이의 외모를 놓고 난리다. 남원시가 새로 공개한 춘향이 영정을 두고 노안이라 이몽룡도 못 알아보겠다, 월매인 줄 알았다 등의 반응이 나왔다. 실존인물이 아니니 증언이 남아있는 것도 아니고 대체 왜들 그러시는지 모르겠다. 제 눈의 안경이니 이몽룡에게만 예뻐 보이면 그만이고 같은 논리로 변학도에게만 미스 남원이면 그걸로 땡이다. 물론 이 경우 18세기 조선 남성들의 미적 감각에 대해 심하게 회의적인 생각이 들기는 한다. 남원시가 작가에게 제시한 주문서는 얼굴
제목과 사진 하나가 전부인 글이다. 제목은 1962년 라디오 연속극 ‘남과 북’의 주제가에서 가져왔다. 노래는 1983년 이산가족 찾기 이벤트의 배경음악으로 쓰여 다시 한 번 큰 인기를 누렸다. 문법상 틀린 문장이지만 유명해서 그냥 쓴다.(사진 찍어 놓은 것도 몇 년 전이고 글로 쓰려고 한 것도 여러 번이지만 매번 다른 글감이 생기는 바람에 이제야 쓴다. 반포 고속터미널 지나갈 때마다 짜증이 났다. 출동하려는 경찰의 발목을 잡고 있는 이 광고판 때문이다. 남성이다. 그리고 (이런 표현 좀 그렇지만) 총체적으로 ‘찐따’상이다. 마치
술레이만 모스크를 구경하다 길을 잃었다. 웃을 일이 아니다. 이스탄불은 대로변에서 안으로 조금만 들어가도 영어가 통하지 않는다. 마침 골목길에서 내려오는 여성 둘이 보였다. 하나는 양복이고 하나는 전통의상인데 학생인 듯 싶어 말을 걸었고 다행히 소통이 됐다. 복잡하니 직접 길을 안내해주겠다며 친절이다. 어디서 왔냐 해서 한국이라고 했더니 양복 입은 여학생 입에서 바로 한국어가 튀어나왔다. 한국사람 처음 만나본다며 환하게 웃던 여학생의 이름은 딜안이었다. 한국 드라마 중에서도 사극을 보며 한국어를 공부한 탓에 말투가 곱고 단정했다(깡
퍼주기의 계절이 돌아왔다. 총선을 앞두고 적대적 적대관계였던 여야가 적대적 공생관계로 돌아서며 서로 부조를 해주느라 바쁘다. 때마다 그래왔던 까닭에 이제는 놀랍지도 않지만 짜증은 재발한다. 자기 지역구에 유리한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상대 당(黨) 혹은 상대방과 법안 주고받기는 기본이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은 대구, 경북 신공항 특별법과 광주 군(軍)공항 이전 법(法)을 임시국회에서 나란히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국고로 사업비를 보조하고 예비 타당성 조사를 면제하는 것이 핵심이다. 두 사업에 들어갈 국고는 10조원 이상이다. 우리
차라리 놀고 싶어서라고 솔직히 말해라. 별 것도 아닌 일로 만날 아옹다옹 얼굴 붉히고 싸우다보니 지겨워서 바람 좀 쐬러 나왔다고.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이야기다. 지난 주 위원장과 여야 간사가 유럽 출장을 다녀오셨다. 출장 목적은 두 가지다. 베를린 국제 관광 박람회에 참석해 관광 활성화 방안을 모색하고 이탈리아 볼로냐에서는 국제아동도서전을 참관해 내년 부산 국제아동도서전 준비 상황을 점검하고. 베를린 국제 관광 박람회는 세계 최대 규모라고 알려져 있고 국제 아동 도서전도 만만찮은 행사로 알고 있다. 충분히 참석, 참관할만하다.
어릴 적 만화영화를 보면 인류를 지배하려는 악당들이 등장한다. 항상 궁금했다. 의지는 알겠는데 대체 나 같은 건 지배해서 뭐하려고? 세월이 가고 세상이 바뀌었다. 이제 인류를 지배하거나 하려는 것은 인간이 아니다. 미래 디스토피아를 다룬 영화를 보면 인공지능과 인공지능이 탑재된 로봇이 인류를 지배한다. 분개하시는 분도 있겠지만 이는 인간이 자초한 결과다. 로봇 공학 3원칙 중 첫 번째가 인간을 위험으로부터 보호하는 것이다. 인간에게 가장 위협적인 존재는 무엇일까. 인간이다. 해서 인공지능과 로봇이 인간을 통제하고 규율하는 것은 지극
한 분은 가고 한 분은 남았다. 각자 자기 분야에서 괴상하고 해괴한 이론으로 사람들을 미혹시켜온 사람들이다. 가신 분은 변형윤이다. 그를 우두머리로 하는 속칭 한현학파(조선시대냐 아직도 호를 쓰게)는 한국 경제와 서민들의 생활을 망친 장본인이다. 분배와 복지를 강조한 끝에 무책임하게 돈을 풀었고 이게 자산과 소득의 불평등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전 정권에 소득주도 성장 이론이라는 영감을 주신 것도 이 분들이다. 변형윤의 목표는 대한민국이 잘 살고 선진국이 되는 것을 가로막는 것이었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의 시비 걸기는 박정희
얼마 전 외계인들이 지구탐방을 마치고 돌아갔다. 예전에는 백 년 단위로 방문하던 행사였는데(19세기까지는 백 년 전이나 이후나 별로 달라진 게 없다) 20세기 들어서면서 30년, 20년으로 간격이 줄었다가 21세기에는 10년 단위로 일정이 조정되었다. 과학기술의 발달이 워낙 빨라져 달에도 사람을 보내고 목성인지 금성인지까지 넘보고 있는 탓에 관찰을 게을리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20세기 초반까지 외계인들이 가장 많이 가져간 자료는 전쟁 기록과 포르노였다. 학문이나 과학은 너무 유치해서 쳐다볼 가치도 없었고 지구인들은 어떻게 번식을
대통령이 국회에서 시정 연설을 했다. 야당은 회의장에 들어오지 않고 본청 계단에서 농성을 했다. 이 XX, 사과하라, 팻말들이 질서정연하게 대통령을 맞았다. 느낌으로 안다. 문제가 됐던 “이 XX들”에서 ‘들’을 일부러 뺐다. 그러니까 입장하시는 ‘너님’을 ‘XX’라고 부른 것이다. 그거 트집 잡는 거 아니다. 그 정도로 책을 잡자면 매일 칼럼을 써도 부족하다. 중요한 건 이게 대통령의 시정연설이라는 것이다. 내년 재정을 어떻게 운용할지 방향을 제시하는 자리다. 정치인들이 만날 떠드는 게 민생이다. 그런데 그 자리에 책임 있는 역할
역사를 가장 ‘전라도’스럽게 가르친다고 자부하는 70만 구독자의 한 유튜버는 우리 역사상 최악의 인물 베스트 5를 꼽으면서 거기에 이승만을 집어넣었다. 영상을 보면 공부를 하면 할수록, 까면 깔수록 양파 껍질 같은 인물이라며(죄과가) 한숨부터 내쉰다. 보수 우익이 공부를 하면 할수록 이승만이 신박한 인물로 보이는 것과 정반대의 현상을 보이는데 이승만의 대표적인 죄상으로 민간인 학살(보도연맹), 한국전쟁 당시 홀로 도주, 해외에서 독립운동 당시에 자금을 착취(그의 표현이다), 친일파 청산 실패(역시 그의 표현), 독재(부산 정치파동,
가끔 글감이 떨어져 난감할 때가 있다. 시의성과 얼추 맞아떨어지는 칼럼을 쓸 때 더 그렇다. 사건은 알아서 때 맞춰 터지지 않고 뒷북처럼 시시한 글도 없다. 믿는 게 있다. 국힘당 관련 뉴스를 들춰보면 쓸 게 반드시, 꼭 한 두 개는 나온다. 그것도 대부분 코믹한 내용이어서 쓰면서도 독자들과 재미를 나눈다고 생각하면 매우 즐겁다. 항상 웃긴 것은 아니다. 가끔 그 당 의원들은 끔찍한 발언을 하신다. 국민들의 마음을 어루만져 드리지 못해 죄송하다, 따위가 그런 건데 아이 씨 만지긴 어딜 만져! 상상만 해도 몸서리가 쳐진다. 그냥 댁의
드라마가 좋으면 작가의 전작前作을 찾아보게 된다. ‘나의 해방일지’를 재미있게 봤고 예전에는 뭘 썼지 궁금해졌다. 해서 보게 된 게 ‘나의 아저씨’다. 보신 분도 있겠지만 미시청자도 계실 것이기에 이해를 돕기 위해 사진 몇 장 먼저 보여드린다.주인공인 이선균에게는 어린 시절 친구이자 공부 라이벌이었던 박해준이 있다. 그는 세사에 흥미를 잃고 고등학교 졸업하자마자 바로 머리를 밀어버린 인물이다. 극중 이름이 ‘상원’인데 별로 특이한 이름도 아니고 해서 흘려들었다. 그런데 어느 회인가에서 그의 성이 나왔다. 윤씨였다. 그러니까 윤상원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