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조사 끝낸 김경수 "유력한 증거 확인 안돼" 주장

허 특검, 구속영장 청구 여부 묻자 "너무 앞서가지 말라" 수사기간 18일 남아...靑인사 겨냥 가능성도 김경수 "충분히·소상히 해명…수사에 당당히 임했다" 동아일보 "드루킹 측근 3명, '킹크랩 시연회' 당시 金지사 모습 묘사 비슷"

2018-08-07     이세영 기자

'드루킹' 김동원 씨의 포털 댓글조작을 공모한 혐의를 받는 경남도지사가 18시간여에 걸친 밤샘 조사를 마치고 7일 새벽 귀가했다. 김 지사는 특검이 혐의를 뒷받침하는 유력한 증거를 제시하지는 않았느냐는 질문에 "유력한 증거나 그런 게 확인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김경수 경남지사가 7일 새벽 서울 강남구 '드루킹의 인터넷상 불법 댓글 조작 사건과 관련된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사무실에서 소환조사를 마친 뒤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 지사는 이날 조사에서 자신을 둘러싼 혐의들에 대해 전면 부인하는 진술을 내놓으며 특검과 평행선을 달렸다.

그는 특검에서 "산채를 세차례 방문한 사실은 있지만 킹크랩(댓글조작 프로그램) 시연회를 본 기억이 없으며, 드루킹이 불법 댓글조작을 하는 줄도 몰랐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드루킹과 인사 추천 문제로 시비한 적은 있지만 그 대가로 "지방선거를 도와달라"는 등의 '거래'를 한 적은 없다고 주장하며 인사청탁 의혹 또한 부인했다. 또 ‘김 지사가 지방선거까지 도와달라고 했다’는 드루킹 김 씨의 주장에 대해서는 “(김 씨가) 도와달라는 요청을 받았다는 시점이 지난해 3월이다. 지방선거까지 1년 3개월이나 남아 있던 시점인데 그런 요청을 했겠느냐”고 반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허익범 특별검사팀은 김 지사가 지난 40여 일간의 특검 수사 결과를 전면 부인하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조만간 김 지사의 신병 방향을 결정할 예정이다.

특히 특검은 김 지사가 드루킹과의 메신저 대화 등 각종 물증 앞에서도 혐의점을 부인하는 등 증거인멸 우려가 적지 않다고 판단하여, 김 지사의 진술 내용에 대한 분석을 마치는 대로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허 특검은 이날 오전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김 지사의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묻는 질문에 "너무 앞서가지 말라"며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또 '경남도정을 책임지고 있는 김 지사를 한 번 더 부르는 건 힘들지 않겠냐'는 기자들의 질문에는 "수사팀이 필요하면 뭐 (할 수 있다)"라고 답했다.

김 지사는 이날 오전 3시 50분께 조사를 모두 마치고 특검 건물에서 나왔다. 취재진과 만난 김 지사는 "충분히 소명했고, 소상히 해명했다"며 "수사에 당당히 임했다"고 밝혔다. 김 지사에 대한 신문은 전날 오전 9시 30분부터 자정께까지 14시간 30분가량 진행됐다. 이후 그는 변호인과 함께 조서 열람에 3시간 50분가량을 할애했다.

김 지사는 특검이 드루킹 일당의 진술 등에 지나치게 의존하며 무리한 논리로 자신을 겨냥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특검이 정치적 갈등을 부추기는 게 아니냐며 특검의 '의도'를 의심하는 상황으로 몰아가는 한편, 민주당 또한 이같은 ‘정치특검’이라는 구호에 힘을 실으며 김 지사를 비호하고 나섰다.

현재 수사 기간 18일을 남긴 특검은 김 지사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주중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김 지사의 신병 방향이 정해진 이후 이번 사건에 연루된 다른 여권 핵심 인사들에 대한 수사를 전개할지 여부도 가늠할 것으로 전망된다. 관련 대상으로는 김 지사에게 드루킹을 소개해준 송인배 청와대 정무비서관, 드루킹의 인사청탁 의혹에 관여된 백원우 민정비서관 등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한편 드루킹 측근 3명은 특검팀에서 ‘킹크랩 시연회’ 당시 김 지사가 앉아있던 위치와 몸짓을 묘사했는데 그 내용이 거의 일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아일보는 이날 경공모 회원이자 드루킹의 측근인 ‘서유기’ 박모씨(30‧수감중), ‘둘리’ 우모 씨(32‧수감중), ‘솔본아르타’ 양모씨(34‧수감중)가 ‘킹크랩 시연회’ 당시 진술이 비슷했다고 보도했다. 드루킹 김 씨는 그날 자신이 만든 경기 파주시 느릅나무 출판사(일명 ‘산채’) 2층 강연장에서 김 지사가 보는 가운데 ‘킹크랩’ 내용을 포함한 문서 파일을 대형 화면에 띄워 놓고 온라인 여론의 중요성을 설명했다고 특검팀에서 진술했다. 또 경공모 회원인 ‘서유기’ 박모 씨는 김 씨의 설명 속도에 맞춰 마우스를 작동시켜 문서 파일 내용을 순서대로 보여줬다고 진술했다. 이후 ‘둘리’ 우모 씨는 휴대전화를 전달해 김 지사에게 킹크랩을 시연했다는 게 우 씨의 진술이다. 당시 ‘솔본아르타’ 양모 씨는 2층 강연장 유리문 밖에서 이 장면을 지켜봤다고 진술했다.

드루킹 김 씨를 비롯해 시연회가 있던 날 산채에 있었다고 진술한 경공모 회원들은 김 지사가 이날 오후 8시경 산채에 도착했다고 진술했다. 김 지사는 자신의 카니발을 타고 산채에 왔다가 오후 9시 20분경 떠났다고 한다. 특검팀은 김 지사의 카니발 운전사가 산채 인근 식당에서 김 지사의 신용카드로 저녁식사를 결제한 명세를 확보한 바 있다. 또 이날 오후 10시경 김 지사의 카니발 차량이 판교 톨게이트를 지난 기록도 입수했다.

이세영 기자 lsy215@pennmik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