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에 SOS 친 문재인 정부...美 "한·미·일 관계 강화 노력할 것"이라는 원론적 입장 밝혀

오테이거스 국무부 대변인 11일 정례 브리핑에서 "양국 관계 모두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중요하다" "우리는 인도태평양 지역 및 전 세계에 걸쳐 공동의 역내 도전 과제들 및 우선 사항들을 공유하고 있다" 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 “한국 및 미국과 달리 일본은 아직 답이 없다” 전문가 "실질적 역할을 미국이 구체적으로 얼마나 할 수 있을지는 아직 예단하기 어려우며 한일 관계의 파국만큼은 막겠다는 정도의 의사 표시"

2019-07-12     김진기 기자

미국 국무부가 11일 일본의 대한(對韓) 수출규제 강화로 양국 관계가 파국으로 치닫고 있는 것에 중재 의사를 나타냈다. 이날 미국 국무부 정례 브리핑에서 “한·미·일 3개국의 관계 강화를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하겠다”는 미국 정부의 공식 입장이 확인된 것이다.

모건 오테이거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11일 브리핑에서 최근 한일 갈등 상황을 가리켜 “일본과 한국 양국은 친구일 뿐 아니라 동맹”이라며 “미국과 미국 국무부는 한·미·일 3국의 양자 간, 3자 간 관계를 강화하는 방안을 추구하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한 모든 일을 공식적으로든 막후에서든 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테이거스 대변인은 또 "양국 관계 모두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중요하다. 우리는 인도태평양 지역 및 전 세계에 걸쳐 공동의 역내 도전 과제들 및 우선 사항들을 공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오테이거스 대변인은 “따라서 우리는 한국, 일본 양국 모두와 공개적으로나 막후에서나 계속 협력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은 오테이거스 대변인의 “한국과 일본은 우리가 전 세계적으로 가장 친밀한 관계를 가진 나라들에 속한다”는 발언과 같이 한미일 3국 공조(共助)를 유지하려는 차원으로 보인다.

문재인 정부가 미국의 한미일 관계 강화를 위한 한일 양국 간 협력 요청에 소극적이다가 이번 일본의 대한 수출규제로 급소를 맞자 서둘러 미국의 역내 외교 정책에 호소하기로 했다는 게 세간의 중론(衆論)이다. 현재 미국으로 급파된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도 미국이 한미일 3국 고위급 협의에 적극적이라며 미국의 움직임에 희망을 거는 분위기다.

하지만 김 차장은 미국 현지 기자들과 만나 “한국 및 미국과 달리 일본은 아직 답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차장은 11일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만난 사실을 밝히며 “미국이 양국 간에 잘 해결할 것이라고 낙관하는 것 같고 도울 방법이 있으면 제게 알려주기로 했다”고도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외교계 인사는 12일 본지에 “미국이 중국의 ‘일대일로’에 대응하는 성격의 ‘인도태평양’이라는 권역을 정해 우방들의 협조를 요구했던 상황”이라며 “문재인 대통령이 이에 별 반응이 없다가 이번 일본의 조치를 해결하려 미국이 구축해가고 있는 국제질서 도식에 순응하는 척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미국의 입장 표명은 원론적인 수준으로 일본의 대한 수출규제를 풀 수 있는 실질적 역할을 미국이 구체적으로 얼마나 할 수 있을지는 아직 예단하기 어려우며 한일 관계의 파국만큼은 막겠다는 정도의 의사 표시라는 것이다.   

이날 오테이거스 대변인도 다음달 1∼3일 태국 방콕에서 열리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 장관회의를 계기로 한·미·일 3자 회동을 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무엇을 할지 미리 언급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김진기 기자 mybeatles@pennmik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