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정부 행사에 지방정부의 예산과 행정력 동원...이례적 수억원대 홍보비 지출
"지자체가 흥분해서 앞장설 상황 아냐...박원순 개인의 통일관 市政에 과도하게 투영"

서울시가 ‘남북 정상회담’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는 모습을 보이면서 중앙정부 행사에 대한 지방정부의 예산과 행정력을 동원한 과도한 홍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지난 11일 서울 중구 서울도서관 외벽에는 지난 4월 27일 남북 정상이 판문점에서 만나 악수하는 장면을 배경으로 '남북 정상회담의 성공을 기원합니다'라는 문구가 크게 적혀있는 대형 현수막이 걸렸다.

17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오는 18~20일 '3차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서울 전역에 평화 분위기를 확산시키자는 방침으로 시민홍보, 시민참여 프로그램 운영, 내외신 기자 취재 등 가능한 수단을 모두 활용해 홍보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홍보 사업에는 시비로 조성된 남북협력기금 3억7900만원이 투입됐다.

서울시가 국가 행사에 수억원대 홍보비를 지출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서울시

 

정상회담 이후 한 달 동안 서울지하철 1~2호선 시청역 등 지하철 역사 광고판 57개에 남북 정상이 악수하는 모습 등이 노출될 예정이며 시가 운영하는 영상 게시판 3만3000여 개엔 정상회담 성공 기원 문구가 송출된다.

서울역 인근 '서울로7017' 옆 미디어 파사드엔 한반도기와 악수하는 이미지가 어우러진 영상이 노출된다. 광화문 세종문화회관의 중앙계단은 600만원을 들여 통일 희망 메시지로 전체를 감쌀 예정이며 광화문광장 이순신동상 앞엔 문화체육관광부 주관으로 지난 판문점 남북정상회담 때 양 정상이 산책하며 대화를 나눠 화재를 모았던 ‘도보다리’가 재현되기도 한다.

시는 정상회담 생중계를 위해 대형 LED 스크린을 서울광장, 광화문광장 남측,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 설치했다. 또한 7000만원을 들여 서울광장 남측 화단에 남색 아스타꽃과 연초록색 회양목 등으로 만들어진 한반도기 조형물을 세운다.

정상회담이 끝난 후에도 일부 홍보물은 길게는 한 달 동안 시민에게 노출할 예정이다.

아울러 회담 전후로 25개 자치구 청사 외벽에는 대형 한반도기가 걸리며 세종대로 등 주요 도로변에도 한반도기가 게양된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서울시가 보유한 다양한 수단과 시민 참여 프로그램을 통해 서울 전역에 평화 분위기를 확산하고 1000만 서울 시민과 함께 남북정상회담 성공 개최를 기원하려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비핵화 등 한반도 문제의 엄중한 현실을 감안할 때 지자체가 흥분해서 앞장설 상황은 아니라는 지적과 함께 박 시장 개인의 통일관을 시정에 과도하게 투영시키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성기웅 기자 skw424@pennmike.com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