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영 칼럼] "상상할 수 없는 일이 벌어져도 침착하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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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정치 커뮤니케이션 능력 불구 국정지지율 하락세…'오만과 독선' 때문
김인영 객원 칼럼니스트
김인영 객원 칼럼니스트

국정 지지율과 공감의 정치 커뮤니케이션

취임 이후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70~80%대를 오가는 고공행진의 지속이었다. 지지율이 높았던 이유는 촛불에 의해 탄생한 정권에 대한 맹목적 지지, 새로운 정부에 대한 기대감, 남북 정상회담이 가져올 한반도 긴장완화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었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의 개인적 장점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 있다. 부드러운 말투, 권위적이지 않은 겸손한 태도, 그리고 자신이 동의하는 사안에 대한 공감 능력과 진심 표현력이 그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진심임을 의심할 수 없게 하는 뛰어난 공감 제스처의 능력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2017년 5·18 기념식 중 아버지를 잃은 유족의 낭독이 끝났을 때 문 대통령은 돌발적으로 걸어가 위로하며 한참을 끌어안고 있는 순발력을 보여주었다. 미국 오바마 대통령이 자신의 연설 가운데 청중의 동의를 구하는 중요한 대목에서 10~20초 정도를 공감의 제스처로 침묵의 시간을 갖는 것과 같다. 공감의 달인, 연설의 달인을 만드는 순발력으로 정권 유지에 꼭 필요한 정치 커뮤니케이션(political communication)의 능력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러한 공감을 표현하는 제스처에 뛰어나지 않았고 청와대 참모들도 정치 커뮤니케이션에 집중하지 않았기 때문에 지지층의 콘크리트 지지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인 지지율 하락을 막아내지 못하였다. 하지만, 문재인 청와대는 대통령이 가진 뛰어난 공감 제스처의 능력과 정치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지대한 관심 때문에 국정 지지율이 쉽게 곤두박질치지 않을 것을 예상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국정 지지도가 5월 첫째 주 83%였던 것이 넉 달 만인 9월 첫째 주에 49%를 기록하며 50% 밑으로 내려앉았다. 그것도 한국갤럽의 조사이니 더 큰 오차를 감안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평양 남북 정상회담 확정으로 50% 지지율로 다시 턱걸이를 했지만 지지율 연속 하락의 추세는 국내외의 악재들 때문에 거스르기 힘들어 보인다. 만일 평양 남북정상회담에서 기대와 달리 북핵 폐기 실행은 없고 여전히 큰 틀의 합의에 머무른 반면 남북경협을 통한 북한 퍼주기만 발표된다면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머지않아 대선 득표율 41% 정도에 고착될 것을 예상할 수 있다.

그러나 남북관계의 개선이 북한 핵무기의 위협을 실질적으로 제거하는 것이 아니며 현실적으로 남은 것은 북한 철도 등 인프라 건설에 국민 세금을 투입하는 일만 남았음을 국민도 알게 되는 날이 올 것이고, 또 수치상으로 보도되던 경제의 추락을 현실 경기로 체감하게 되는 날이 올 것이며, 정부가 아무리 세금 투입으로 일자리 감축을 감추더라도 결국에는 일자리가 줄고 있음을 국민도 느끼게 될 날이 올 것이며, 집값 상승을 막겠다고 세금 철퇴를 내리고 있지만 국민들은 더 나은 거주환경을 가진 지역을 찾아 가는 일에 고율의 세금을 매기는 정부에 결국 분노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국민을 실망의 나락으로 떨어뜨리게 되는 악재만 즐비하게 기다리고 있기 때문에 문재이 정부의 국정 지지도는 더 이상 상승하지 않고 30~50% 이하로 고착되는 ‘집권 2년 차 신드롬’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사실 국민은 드러내 말은 하고 있지 않지만 1년 반이 넘게 지속되고 있는 적폐청산 드라이브에 피곤해 하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일상적인 생활도 벅차고 힘든데 압수수색하고 소환하여 포토라인에 세우고 구속영장 청구하여 쇠고랑 채우기가 무한 반복되는 TV 뉴스가 더 이상 즐겁거나 기분 좋지 않다. 국민은 적폐청산, 해 볼만큼 해보았으니 이제부터는 ‘경제·민생 문제를 해결’할 것을 주문하고 있는 것이다.

적폐청산의 정치는 민주주의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일 청와대에서 당·정·청 전원회의를 주재하며 “강력하고 지속적인 적폐청산”을 문재인 정부 2기의 ‘소명’으로 제시했다. 과거 정권의 모든 것을 ‘구악’(舊惡)으로 규정하고 이를 쓸어 없애는 ‘청산’을 정부의 ‘소명’으로 정의한 것이다. 이러한 고집스러움에 화답하여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국회에서 정기국회의 과제로 “협치와 경제, 평화, 적폐청산”을 꼽으며 "적폐청산으로 민주주의를 바로 세우는 게 이번 국회의 과제"라고 연설했다.

과거 숙청이 ‘민주주의 세우기’라는 이해하기 힘든 논리가 동원되었는데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독재정권’이라면 국민이 투표로 독재자를 뽑았다는 것인가? 그러면 국민은 뭔가? 노무현 후보는 49.82%, 이명박 후보는 48.67%, 박근혜 후보는 51.58%, 문재인 후보는 41.1%의 대선 득표율로 대통령이 되었는데 이명박을 뽑아준 48.67%와 박근혜를 뽑아준 51.58%는 잘못된 국민이었고, 노무현을 뽑아준 49.82%와 문재인을 뽑아준 41.1%만 올바른 국민이었다는 말인가.

민주주의는 다양한 관점과 이해관계의 공존을 전제로 이들이 경쟁을 통해 의견을 개진하고 다수의 의견에 기반 해서 정부가 집행을 하는 체제를 의미한다. 따라서 민주적 태도라는 것은 한마디로 ‘다름과의 공존’을 의미한다. 때문에 민주주의는 ‘동의하지 않음에 동의’(agree to disagree)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 과거 정권을 ‘적폐’로 규정하여 없애버려야 하는 것으로 인식하는 것은 자신들만 옳다는 도덕적 독선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민주주의와 함께 할 수 없다.

도덕적 독선의 모습을 보이는 정권을, 국민을 무시하는 오만한 정권의 시기에 국정 지지율은 떨어졌다. 그런데 정권 일부에는 적폐청산을 5년 내내 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오만과 독선이 하늘을 찌르고 있다.

‘남북대화 = 절대선’의 오만과 독선

오만함과 독선의 최고봉은 남북대화를 그 무엇에도 우선하는 ‘절대선’(絶對善)으로 보는 태도에도 나타난다. 문재인 정부가 남북대화의 진행을 위해 북한 김정은 앞에 국회 지도부와 삼성·현대·LG·SK의 최고 경영자를 줄 세우는 것을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했는지는 임종석 비서실장의 “꽃할배” 발언에서도 드러난다. 국민은 이미 노무현 대통령의 당선자 시절 발언인 “남북대화 하나만 잘되면 다 깽판 쳐도 괜찮다”고 언급했던 ‘남북대화 = 절대선’의 폐해를 이미 경험했는데 ‘노무현 시즌 2’를 보고 있는 듯하다.

‘남북대화 = 절대선’ 공식은 운동권 정권이 80년대식 역사의식에 갇혀 ‘우리 민족끼리’의 민족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생겨난 발상이다. 또한 북한에 대한 운동권식의 환상이 작용한 때문이다. 아직도 매판자본가, 경제적 종속, 외교적 자주라는 개념에 청와대 참모 일부가 꽂혀 있다는 것이다. 매판자본가는 언제든 불러서 김정은 앞에 줄 세우고 자신이 번 돈을 민족 자주국가 북한에 기부하게 해도 된다는 의식이다.

하지만 90년대 공산권 붕괴 시 운동권에게 해주었던 말을 다시 해야 하겠다. ‘우리 민족끼리’의 민족에는 오직 프로레타리아(proletariat) 인민(人民)만 포함된다는 것, 그리고 그들이 자랑하는 인민민주주의는 이론적으로는 ‘프로레타리아 독재’(the dictatorship of the proletariat)이고 현실로는 김일성-김정일-김정은의 3대 세습독재라는 것, 남북경협이 한국경제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주장은 터무니없는 주장이라는 것, 즉 북한에는 우리의 물건을 팔만한 구매력을 갖춘 시장이 존재하지 않고, 국제경쟁력을 갖춘 투자할 만한 경제성 있는 지하자원도 없고, 공장을 짓고 물건을 만들어 수출할만한 전력·도로·항만 등 인프라가 갖추어지지 않았다는 것이 이미 잘 알려져 있다는 것을 다시 깨우쳐 주고자 한다. 또 북한 노동력이 우수하다는 것은 편견에 불과하다는 것, 즉 북한 교육이 식량 부족, 인프라 부족, 이념 교육 때문에 기술 교육수준이 낮아서 단순 노동 이외에 시킬 것이 없다는 것, 또한 인센티브 적응도의 측면에서 중국이나 베트남 노동자보다 결코 더 우수하지 않다는 것을 지적해야 한다. 다시 말해 북한 노동력을 입 마르게 칭찬하지만 북한 상급자를 통하지 않고서는 작업 지시를 내릴 수도 없고 월급도 직접 지급할 수 없어 생산성 증가가 가능하지 않는 현실이라는 것을 밝혀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남북경협의 본질은 국민 세금으로 하는 대북 인프라 건설 지원 사업일 뿐임을 떳떳이 밝혀야 한다. 남북경협이 침체에 빠진 우리 경제에 무슨 돌파구나 될 것처럼 이야기 하는 일부 장관이나 청와대 관료들의 인지 부조화는 상상할 수 없는 수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평양 남북정상회담에서 또 무슨 상상하지 못할 합의를 해서 국민을 놀라게 할지 두렵다.

“상상할 수 없는 일이 벌어져도 침착 하여라”

“상상할 수 없는 일이 벌어져도 침착 하여라”는 티머시 스나이더(Timothy Snyder)가 『폭정』(On Tyranny)에서 한 경구(警句)이다. ‘폭정’을 막기 위 알아야 할 역사의 교훈 20가지 가운데 마지막 부분의 경구이다. 독일 나치의 제국의회 방화 사건을 설명하면서 상상하지 못한 사건에도 침착하라는 지적이었다.

우리 사회와 정치, 남북관계에서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상식으로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어 내 사고에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내가 사실을 잘못 알고 있는지를 의심하곤 한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으로 이어진 2016년 겨울 촛불시위 때부터 생긴 내 두뇌의 현상이다. 신문과 방송을 보면서 도대체 이게 말이 되는가를 되묻는 순간이 적지 않다. 그러면서 나와 다르게 “이게 정의로운 국가다”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구나를 인식하며 그들의 사고체계와 생각의 경로를 추적해 보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그럼에도 분명히 해야 할 것은 다름이 나쁨은 아니며, 다르지만 상대가 나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면 서로 공존하는 체제가 민주주의라는 것이다. 법(法)의 형식을 빌렸더라도 강제적 청산은 안된다는 것이다. 대신 다음 선거에서 나라를 이 지경으로 망쳐 놓은 것에 대하여 심판하는 것이 민주주의라는 것이다. 그것이 자유민주주의다. 자유민주주의에서 과거 청산은 선거로 하기 때문이다.

또한 평양 남북정상회담에서 상상할 수 없는 일이 벌어져도 상상할 수 없는 것에 합의하더라도 침착해야 한다. 『폭정』의 경구처럼 견뎌 내야 한다. 아무리 힘들어도 다음 선거까지 ‘자유’의 희망을 버릴 수 없기 때문이다.

김인영 객원 칼럼니스트(한림대 정치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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