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개혁은 군대 축소·폐기 아닌 예산內 최대 국방역량 갖추는 것"
국방개혁 2.0, 낙관적 남북관계 전망에 근거한 축소지향적 개혁안...전시작전통제권의 조기 전환 전제
한국군의 선제, 방어, 응징 능력(3축 체제)·참수부대·신작전개념 사라져...대북 억제력 급감
"모든 국방개혁은 안보정론을 준수하면서 수행돼야"

김태우 객원 칼럼니스트
김태우 객원 칼럼니스트

1979년 이란에서 혁명에 성공하여 친미(親美) 팔레비 정권을 축출하고 집권한 이슬람 정권이 미국 대사관 직원 및 가족 52명을 인질로 잡았다. 미국은 이들을 구출하기 위해 1980년 4월 24-25일 델타포스를 투입하여 ‘독수리 발톱 작전(Operation Eagle Claw)’을 감행했지만 작전은 처참한 실패로 끝났다. 이란에 투하된 요원들은 지나가는 유조차를 이란군으로 오인하여 공격하는 바람에 위치가 드러났고, 투입된 헬기들은 모래바람에 고장났으며, C-130 급유기가 헬기와 충돌하면서 폭발하여 승무원 8명이 사망했다. 멘붕에 빠진 대원들은 황급히 철수했다. 합동성의 실패였다. 육해공군과 해병대가 일사불란하게 정보를 교환하고 필요한 준비를 갖추었더라면 이 작전이 이런 웃음거리로 끝나지는 않았을 것이다.

미국은 2차 대전동안 드러난 전쟁성과 해군성 간의 경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947년 국가안보법(National Security Act)을 제정하여 국방부(DOD)로 통일했으나 이후에도 베트남전쟁, ‘독수리 발톱 작전,’ 1983년 베이루트 해병대 막사 테러공격, 1983년 그라나다 침공 작전 등에서도 혼선을 드러냈다. 미국은 1986년에 가서야 국방개혁법(Goldwater- Nicholas Act)을 통과시켜 군정(軍政)과 군령(軍令)을 구분하고 현재의 합참 및 통합전투사령부 체제를 갖출 수 있었다. 국방개혁이란 이렇게 어려운 것이다.

자고로, 국방개혁이란 군대를 줄이고 폐기하는 것이 아니라, 납세자 국민이 준 예산 내에서 최대한의 국방역량을 갖추기 위해 효율적·효과적인 방안들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그 과정에서 군간, 군내 사업 간, 부처 간 그리고 이해집단 간 ‘밥그롯 지키기’경쟁이 유발되기 때문에 성공적인 국방개혁은 쉽지 않지만, 어쨌든 국방개혁도 튼튼한 안보국방을 위한 것이므로 당연히 안보정론을 준수해야 한다. 그러나, 7월 27일 전군 주요지휘관 회의에서 보고된 「국방개혁 2.0」은 원래 의미의 국방개혁과는 달라 보인다.

「국방개혁 2.0」이 실행된다면 병 복무기간은 육군 기준 21개월에서 18개월로 줄고, 육군 11만8천 명이 감축되어 총병력은 2020년까지 50만 명으로 줄어든다. 육군장성 76명을 감축하여 장성 숫자도 436명서 360명으로 줄이고 사단도 39개에서 33개로 줄이며, 이를 위해 최전방 사단 11개가 9개로 줄고 제2선에 배치된 정예 예비사단의 상당수도 해체될 전망이다. 예비군은 275만 명 선을 유지하되 동원예비군을 130만에서 95만으로 감축하고, 동원기간도 4년에서 3년으로 단축한다고 한다. 국방부 직할부대장의 육·해·공 비율도 3:1:1에서 1:1:1로 바꾼다고 하는데, 육군의 수적 우위를 인정하지 않는 발상이라 할 수 있다. 요컨대,「국방개혁 2.0」은 낙관적인 남북관계 전망에 근거한 축소지향적 개혁안이며, 노무현 정부의「국방개혁 2020」과 마찬가지로 전시작전통제권의 조기 전환을 전제하고 있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물론 국민 사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부 관계관들에게는 국민의 우려를 덜어주기 위해서라도 이 계획이 원래 의미의 국방개혁과 안보정론에 부합하는 것인지를 묻는 국민에게 답할 의무가 있다.

한국의 안보정론(安保正論)

“안보는 최악의 경우에 대비하는 것이다” “안보정책은 상대의 약속이나 선언이 아닌 상대의 실질적 능력에 근거하여 수립된다” “안보에는 연습이 없다” 등은 만고불변의 안보 진리들이다. 이를 포괄하는 개념으로는 ‘안보딜레마(Security Dilemma)’라는 개념이 있다. 경제에서는 실책을 저지르거나 상대국에게 기만을 당하더라도 만회할 기회가 있지만 안보에서는 한번의 실패가 망국(亡國)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그런 기회가 없다는 뜻이다.

모든 것을 종합할 때, 한국에게 필요한 정론을 가르쳐주는 사자성어들이 있다. “철저히 대비하여 근심을 없애라”는 유비무환(有備無患:), “평안할 때 위기를 생각하라”는 거안사위(居安思危), “백번을 연습하고 천번을 닦으라“는 백련천마(百練千摩) 등이 그것이다. 종합하면, 안보란 당면 위협과 미래의 위협에 대처해야 하고 상대의 선언이나 문서를 믿지 말고 끊임없이 훈련하여 위기시 즉각 대처할 수 있는 임전태세를 유지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것이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정론이다.

北의 양적 우세, 북핵, 도발 등 감안한 것인가

「국방개혁 2.0」은 3군 균형발전, 장성숫자 축소 등 필요한 개혁방안들도 담아냈지만, 전반적으로 남북 상생시대 개막이라는 장밋빛 전망에 근거한 것으로서 128만의 정규군과 700만의 예비군을 가진 북한군의 양적 우세를 충분히 감안한 것인지 의심스럽다. 앞으로 초래될 병력부족, 숙련도 약화, 단기장교(ROTC) 모집 애로 등에 대한 설득력 있는 보완책이 눈에 띄는 것도 아니다. 첨단장비 도입, 유급하사관제, 비전투 민간인 활용 등으로 보완한다고 하지만 예산 현실성이 의문스럽다. 현 국방예산 규모(43조)로 군사력의 획기적인 첨단화가 가능하다고 믿는 전문가는 없다. 예비군 예산이 국방비의 0.3%에 지나지 않고 동원예비군도 감축되는 상황에서 33개 사단으로 80개가 넘는 북한군 사단을 감당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육군의 사기를 지나치게 저하시킨다는 우려도 있다. “군사력은 양이 아니고 질이다”라는 교과서적 원칙론은 성실한 답변이 되지 않는다. 쌀이나 물이 떨어지면 가게에서 사면 되지만 군사력은 미리 양성해놓지 않으면 필요할 때 사용할 수 없다. 즉, 군사력에는 공급탄력성이라는 개념이 존재하지 않는다.

북한이 보유한 대량살상무기를 감안하면 걱정은 증폭될 수밖에 없다. 4.27 남북정상회담과 6.12 미북 정상회담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아직도 핵폐기 약속을 내놓지 않고 있으며, 핵실험 및 미사일 발사 중단, 핵실험장 입구 폐쇄 등 북한이 취한 조치들은 先 종전선언을 얻어내기 위한 카드일 수는 있어도 실질적인 핵폐기와는 무관한 것들이다. 그래서 국민은 북핵 폐기 이전의 군사력 축소가 유비무환의 안보정론에 부합하는 지를 묻고 있다.

「국방개혁 2.0」에는 전임 정부들이 구축해온 3축체제, 2017년에 창설된 참수부대, 송영무 국방장관이 취임초기에 제시했던 공세적 신작전개념 등에 대한 언급이 없다. 3축 체제란 2010년 국방선진화 추진위원회가 국방개혁 차원에서 건의했던 것으로서 미 핵우산이 약화되는 경우에도 독자 억제력을 발휘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한국군이 선제, 방어, 응징 능력을 갖추는 것인데, '3축 체제의 조기 구축’ 목표는 슬그머니 사라지고 참수부대도 유야무야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껄끄럽게 생각하는 전략이나 무기체계들을 포기하는 것은 결국 대북 억제력의 손실로 이어진다.

미래위협에 대비하는 청사진 있나

국민은「국방개혁 2.0」에 미래위협에 대한 대책이 어디에 있느냐냐고 묻고 있다. 중국은 경제력 및 군사력의 성장을 바탕으로 반접근/지역거부(A2AD) 군사전략, 일대일(一帶一路)로 구상, 구단선 전략, 도련선 전략, 중러 전략적 제휴, 북핵 방조, 남중국해 내해화 등으로 미국 패권에 도전하고 있다. 그것이 시진핑 주석의 ‘중국몽(中國夢)’이다. 이와 함께 2016-7년 사드(THAAD) 보복, 서해 123.5도 이동(以東) 해역에서의 해군활동 급증, 빈번한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 침범 등에서 보듯 중국은 서해를 내해화하고 한국에게 수직적 서열을 요구하고 있다. 이는 북한 문제의 소멸 이후 중국이 한국의 안보주권과 독립성을 위협할 최대 변수로 다가오고 있음을 의미한다. 물론, 중국과는 군사적으로 맞서기보다는 비적대적 우호관계를 유지발전시키는데 최선을 다하는 것이 맞지만, 문제는 선의(善意)와 저자세 외교로 그렇게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래서 확고한 안보의지와 이를 뒷받침하는 ‘작지만 강력한 독침을 지닌 국방역량’은 필수이다.

또한 미래의 전쟁은 사이버, 정보융합, 빅데이터, 네트워크 등과 관련 신기술들이 사용될 것이며, 획기적인 신무기들이 등장할 것이다. 여기에서 낙후하면 곧 군사 후진국으로 전락한다. 정부가 조기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발표된 국방개혁안이라면 당연히 이것들이 초래할 안보환경의 변화도 감안했어야 했다.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이 서명되면 한미동맹, 주한미군, 유엔사 등의 존재 명분이 약화되고, 북한은 한국군이 고수해온 북방한계선(NLL)과 해군 작전수역(AO)의 무력화를 시도할 것이다. 즉, 12해리 영해만을 인정하겠다고 나올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서북 5개 도서는 극히 취약해지고 인천 앞바다에 북한 잠수함들이 넘나들게 될 것이다.

국민은 북핵 폐기가 실현되지 않은 상태에서 한미 연합훈련들이 중단되는 것에 대해서도 걱정하고 있다. 2018년도 을지프리덤가디언 훈련은 취소되었으며, 한미 공군의 Red Flag 훈련, Max Thunder 훈련, Vigilant Ace 훈련, Buddy Wing 훈련, 한미 해군의 연합해상훈련, 한미 해병의 KMEF 훈련 등의 실시 여부도 불투명하며, 최대 연합훈련인 키리졸브-독수리(Key Resolve-Foal Eagle) 훈련의 2019년도 실시 여부도 불확실하다. 한미군의 경우 복무기간이 짧고 보직이동이 빈번하기 때문에 한 해만 연합훈련을 건너뛰어도 유사시 한미군은 훈련해보지 않은 상황을 맞닥뜨린다. 전작권 전환까지 조기에 이루어진다면, 동맹 희석, 미국의 대한(對韓) 방위공약 약화, 연합전력 약화 등은 불가피할 것이다. 그래서 국민은 “연합훈련 없이 임전태세를 유지할 수 있는가”라고 묻고 있다.

안보정론 준수하는 국방개혁을

현재 국민은「국방개혁 2.0」이 군사적 관점보다는 남북관계 개선이라는 정치외교적 관점에 비중을 두고 스스로 군사력의 양적 축소와 수세지향적 전략을 추구하는 내용이라는 사실에 주목하며, 그것이 유비무환, 거안사위, 백련천마라는 안보정론에 부합하는가를 묻고 있다. 당연히, 국방개혁은 계속되어야 하는 안보과제이다. 주어진 예산을 효율적·효과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끊임없이 개선책을 찾는 것은 납세자 국민에 대한 의무이자 변화하는 안보정세에 대응하는 길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모든 국방개혁은 안보정론(正論)을 준수하면서 수행되어야 한다. 북핵 폐기를 선도하고 남북상생 시대를 열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어떤 정부 하에서든 추진해야 할 국가적 과제이지만, 그럴수록 안보정론에 충실해야 한다.

김태우 객원 칼럼니스트(前 국방선진화추진위 군구조개선 소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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