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생일 광고’에 대해 ‘과하다’, ‘우상화하나’, '반발만 심화시킬 뿐'이라는 비판이 확산되고 있다. 반면, 문 대통령 지지자들은 ‘자발적인 광고인데 무엇이 문제냐’, ‘부러우면 너네도 하던가’, ‘배아프냐’라는 식의 옹호하고 나서면서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서울 지하철 5‧7‧8 노선 중 유동인구가 많은 지하철역들에는 13일에도 여전히 문 대통령의 생일을 축하하는 영상광고가 걸려있다. 한 지하철 역에서는 에스컬레이터 한쪽 면을 광고로 가득 채우고, 아이들의 목소리로 ‘Happy birthday to you’라는 곡이 흘러나왔다. 이 지하철 광고는 생일 전후로 한달 여 간 걸린다고 하며, 생일 당일에는 조선일보 옥외광고판에서도 생일 축하 영상을 추진하겠다는 소리도 나오고 있다.

 

사람들이 광화문역 광고판에 주목하고 있는 모습. 어머니와 딸이 함께 광고판을 보고 있다.
사람들이 광화문역 광고판에 주목하고 있는 모습. 어머니와 딸이 함께 광고판을 보고 있다.

이러한 행태를 비판하는 이들 사이에서는, 사적 공간이 아니라 지지자와 반대자가 섞여 있는 공공장소에서 축하한다는 발상은 오히려 반발감만 부추길 뿐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자발적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자발적으로 광화문에 축하 동상도 세우지?’라는 냉소가 나왔다. 또한 ‘자발적이란 단어는 어디까지 허용되는 것인지, 자신들의 자발적이란 단어만 용서받는 것인지’, '자신은 보고싶지 않다'는 의견도 나왔다. 과거 우파적 성향을 지지하면 ‘극우’ ‘박사모’ ‘광신도’라는 프레임을 밀어붙이기도 했었는데 ‘자신들은 건전한 문화이다’라고 하는 이중적 잣대에 대한 반발이 고조되고 있다. 송평인 동아일보 논설위원은 13일자에서  “집권 시절의 이명박 대통령이나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대통령 생일 축하 광고를 냈다면 어땠을까. 역지사지(易地思之)해서 생각해볼 능력이 떨어지거나 ‘내로남불’이다.”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또한 ‘연예계와 달리 정치권을 이미지 전쟁터로 만드는 것은 우상화로 가는 단계적 절차'라는 지적도 나왔다. 축하하기 위한 좋은 의도라지만 ‘그럼 광고 싣는 기간은 언제까지 가능한 것이냐’, ‘곧 있을 지방선거 전에 이런 행태가 옳은가’, '이미지에 기반해서 정치인을 이해하게 해서는 안 된다', ‘이미지에 기반해 판단하는 청소년들에게, 공공장소에서 맹목적으로 찬양하는 것은 편향적인 사고로 흐르게 할 확률이 높다’ ‘결국 장기적으로 우상화 전략으로 이어진다’는 등의 비판이 나왔다.

반면, 광고 게재를 찬성하는 인터넷 댓글 사이에는 ‘생일축하 한번도 못 받아본 사람들만 있나’라는 댓글이 수백개의 추천을 받기도 했다. 또한 ‘이 광고가 왜 나왔는지, 젊은이들의 문화가 어떤지, 이해 못하는 정치적 꼰대이거나 적폐 알바이거나’라는 비난성 댓글도 주목 받았다.
 

(네이버 댓글 캡처)
(네이버 댓글 캡처)

‘김정은 우상화랑 다를 게 무엇이냐’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다소 ‘웃기다’는 반발도 나왔다. ‘JTBC 5시 정치부회의’라는 프로그램에서는 “그러면 방탄소년단도 우상화인가”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정치권도 너무 딱딱할 필요 없이, 정치권에 관심을 갖게 하고 또다른 문화를 형성할 수 있다는 의미로도 풀이된다.

한편, 이러한 행태는 오히려 국론을 더 분열시킬 수 있기 때문에, 정치권 혹은 청와대에서 직접 자성의 목소리를 내야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전 국민을 염두에 두고 포용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행위에 대해 자제해달라는 먼저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것이다. 송 논설위원은 “이승만 대통령 시절 대통령 생일 축하 행사는 서울운동장 같은 거대한 장소에서 열렸다. 남녀 고교생 수만 명이 참가한 매스게임이 열리고 여고생들이 생일 축하 노래를 불렀다. (그러나) 민주 정치에서는 오히려 전체주의적으로 비치는 그런 행태가 이승만 몰락의 원인(遠因)이 됐다고도 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세영 기자 lsy215@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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