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유세가 가장 높은 나라는 미국·영국...그러나 한국보다 주택가격 더 많이 올라
집 값이 오르는 곳은 강남 등 고급주거지...정부의 서민주택 공급은 집값 낮추지 못해
높은 강남 집값은 고급주거지의 공급을 용납하지 않은 못난 정서에 대한 시장의 복수

 PenN 객원 칼럼니스트
 PenN 객원 칼럼니스트

이번에도 보유세 강화가 맨 앞에 나섰다. 종부세 최고세율을 2%에서 3.2%로 높이겠다고 했다. 정부는 대단한 효과를 기대하고 있겠지만 헛된 꿈이다. 보유세는 집값을 잡는 수단이 될 수 없다.

미국과 영국은 세계에서 보유세 부담이 가장 높은 나라다. 한국의 보유세 실효세율이 0.16%인데 미국은 0.7%, 영국은 0.79%다. 한국보다 4-5배다 더 높다. 시가 5억 짜리 주택일 경우, 한국에서는 재산세를 100만원정도 내는데 미국에서는 대부분 지역에서 500만원은 내야 한다. 미국의 보유세는 한국처럼 부자, 서민을 가리지도 않는다. 세구조가 조금 더 복합하긴 하지만 영국도 재산세 부담이 미국과 비슷하게 높다.

미국과 영국은 보유세가 높아 부동산 투기가 잡혔는가? 천만의 말씀이다. 다음의 그래프는 1990년 이후 한국과 미국, 영국의 주택가격지수다. 한국의 주택가격은 이 기간 동안 1.8배가 됐는데 미국은 2.5배, 영국은 3.8배로 뛰었다. 미국, 영국의 주택가격이 한국보다 훨씬 더 많이 올랐다. 가격의 출렁거림도 더 심하다. 보유세 부담이 가장 낮은 한국의 주택가격 상승률이 가장 낮다. 출렁거림도 작아서 가장 안정적이다. 한국인들 스스로는 이 나라를 세상에서 가장 투기가 심한 헬조선으로 느껴왔지만 객관적 상황은 그렇다.

보유세가 높은데도 가격이 뛰는 이유는 크게 두가지다. 첫째, 보유세로 거둬들인 돈이 세상을 좋게 만드는데 쓰이기 때문이다. 그 돈을 학교에 투자하면 학군이 좋아져서 주택가격이 올라간다. 공원을 만들면 주거환경이 좋아져서 또 주택가격이 올라간다. 둘째, 보유세 부담이 일단 주택가격에 반영되고 나면 다른 요인들이 주택가격을 움직인다. 금리가 낮아지면 가격은 오르고 소득이 높아져도 가격이 뛴다. 결론은 이렇다. 보유세가 높은 나라도 있고 낮은 나라도 있지만 보유세로 집값을 잡은 경우는 없다.

수요가 늘면 가격이 오르고 공급이 늘면 가격이 떨어지는 것은 주택시장도 예외가 아니다. 금리가 낮으면 보유수요가 늘고 그래서 값이 오른다. 대책은 금리를 높이거나 또는 공급을 늘리는 것이다. 이 정부도 토지규제를 풀어서 서민주택의 공급을 늘리겠다고 선언했다. 투기꾼 잡기에만 몰두하는 것보단 낫지만 서민주택에 초점을 맞춘 것은 잘못이다. 값이 뛰는 것은 강남집값이지 않은가. 진짜 서민들의 주택, 예를들어 강북의 연립주택은 실질적으로 값이 떨어졌다. 고급주거지가 부족한 것이고 그래서 강남 및 그 비슷한 곳들의 값만 뛴다. 강남 사람들
이 기존의 강남을 버리고 옮겨갈 정도로 좋은 주거지를 공급해야 강남 집값이 떨어진다. 공공임대주택 같은 서민주택은 아무리 공급을 하더라도 강남집값을 낮추지는 못한다. 강북의 연립주택, 김포나 남양주의 아파트 등 지금도 값이 떨어지는 주택가격만 더욱 낮출 것이다.

정상적인 시장경제 국가라면 이런 문제는 시장이 알아서 해결한다. 강남 주택값이 올라가면 개발업자들이 그보다 더 좋은 주택지를 공급할 것이고 그 덕분에 가격 상승 압력은 줄어들 것이다. 아쉽게도 한국의 주택 공급은 40년전부터 사회주의 방식을 택했다. 택지의 공급은 토지공사나 지자체의 전유물이고 부자지역의 재건축은 서울시가 허가를 내주지 않는다. 그 정부와 시민단체들이 새로 공급되는 모든 택지들을 서민주택으로만 쓰게 한다. 서울시는 강남의 재건축을 기를 쓰고 막아왔다. 강남의 희소성은 나날이 높아질 밖에. 한국인의 정서로는 고급주거지의 공급을 용납할 수 없다. 높은 강남 집값은 그 못난 정서에 대한 시장의 복수다. 강남 집값을 잡고 싶다면 강남 사람들이 이사 가고 싶은 도시를 만들 수 있게 규제를 풀어줘야 한다.

다시 보유세로 돌아가자. 보유세는 집값을 잡기 위한 도구일 수 없다. 집 값은 늘 변하기 마련이어서 그것을 막겠다는 것은 신기루를 쫓는 것과 다름 없다. 토지가 아예 국가 소유인 중국과 베트남도 극심한 부동산 투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국유화로도 투기는 막을 수 없음을 말해준다. 대책이 있다면 공급이 원활히 수요에 대응하도록 길을 열어주는 것뿐이다.

보유세는 세금이고 세금은 정부의 재원 조달 수단이다. 기초자치단체들이 쓸 돈을 마련할 때 가장 좋은 수단이 보유세다. 미국은 보유세가 지방정부의 가장 중요한 수입원이다. 우리나라는 보유세를 투기꾼 잡는데에 동원하다 보니까 국세처럼 되어 버렸다. 보유세로 투기를 잡겠다는 미망에서 벗어나시라. 그리고 보유세를 지방정부에 되돌려 주시라.

김정호 객원 칼럼니스트(전 연세대 경제대학원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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