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 당국자 "납치세력으로부터 구체적 요구 조건 없어 답답"

지난 7월 초 리비아 현지에서 무장단체에게 납치된 한국인 피랍 사건이 발생한 지 70일 정도 지난 가운데, 특별한 진전이 이루어지지 않으며 사건이 장기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재 정부측은 납치된 우리 국민이 안전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리비아서 한국인 1명 무장단체에 피랍

외교부 당국자는 14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여러 경로를 통해 현재 우리 국민은 안전한 것으로 확인했다며 “전날에도 공관을 통해 안전하다는 내용을 보고받은 바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피랍된지 2개월을 넘긴 시점에서 납치 세력으로부터의 접촉이나 구체적인 요구 전달이 없다고 밝혔다. 당국자는 "현재까지 납치세력으로부터 구체적 요구 조건이 없어 답답하다"며 "리비아에서 발생한 유사한 납치 건을 보더라도 최초 접촉은 상당한 시간이 지난 다음에 오기도 한다"고 했다.

최근 리비아 정세가 불안해지면서 피해자 석방이 장기화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외교부 당국자는 "지난 2일 리비아 통합정부가 비상사태를 선포하는 등 공관이 리비아 정부 당국 접촉에 애로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다만 외교부 당국자는 리비아 당국과 접촉을 이어가고 있으며, 리비아 당국 역시 우리 국민이 수도 트리폴리와 떨어진 남부 지역에 있고 현 정세와 직접 연관성이 없어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앞서 앞서 지난 7월 6일 리비아 서부 자발 하사우자 지역에서 무장민병대가 현지 한 회사의 캠프에 침입해 한국인 1명과 필리핀인 3명을 납치하고 물품을 빼앗았다. 정부는 당시 '엠바고(보도유예)' 조치를 했으나, 피랍 27일째인 8월1일에 이르러 현지 매체 페이스북을 통해 공개되자 엠바고 유지가 불가능해져 청와대의 '늑장 대응'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지난 8월 2일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납치된 첫날 '국가가 가진 모든 역량을 동원해 구출에 최선을 다해달라'는 대통령의 지시가 내려졌다"며 "그의 조국과 그의 대통령은 결코 그를 잊은 적이 없다"고 했다. 이어 "그를 납치한 무장단체에 대한 정보라면 '사막의 침묵'에도 귀를 기울이고 있다"며 "우리는 그가 '타들어가는 목마름을 몇모금의 물로 축이는' 모습을 보았다", "아직은 그의 갈증을, 국민 여러분의 갈증을 채워주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노력을 믿고 그가 건강하게 돌아오기를 빌어달라", "마음을 모아주시면 '한줄기 소나기'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당시 수사 진척 내용보다 과도한 ‘문학적 수사’에만 초점을 두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이세영 기자 lsy215@pennmike.com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