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기개선 추세' 문구 삭제하고 경기 하락 시사한 KDI와 입장 달라

정부가 우리 경제가 회복세라는 판단을 유지했다. 최근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가 이달 들어서는 경기가 정점을 지나 하락할 위험이 크다고 진단해 입장을 선회했지만, 정부는 10개월째 이같은 회복세라는 판단을 유지하고 있어 시각이 갈린다.

기획재정부는 14일 발표한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9월호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수출·소비 중심의 회복세를 이어나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투자가 조정을 받는 가운데 미·중 무역갈등 심화 등에 따른 대외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정부는 작년 12월부터 우리 경제의 회복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는 판단을 고수하고 있지만, 정부 안팎에서의 기류는 바뀌고 있다. KDI는 지난달까지만 해도 총평에서 생산 측면의 경기개선 추세가 더욱 완만해지고 있지만 개선 추세 자체는 이어지고 있다고 진단했었다. 그러나 지난 11일 발표한 'KDI 경제동향' 9월호에서 '경기개선 추세'라는 문구를 삭제하고 경기가 빠르게 하락할 위험은 크지 않다고 언급하며 경기 하락을 시사했다.

그린북 9월호에 따르면 8월 취업자는 1년 전보다 3천명 늘어나는 데 그쳤다. 증가 폭이 7개월 연속 10만명 전후에 그치면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좋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 실업자는 113만3천명으로 전년 같은 달 대비 13만4천명 증가했고, 실업률은 60대 이상을 제외한 전 연령대에서 1년 전보다 상승해 0.4%포인트 오른 4%로 치솟았다. 다만 8월 수출은 전년 같은 달보다 8.7% 증가한 512억 달러로 역대 8월 기준으로 최대실적을 기록했다.

7월 소비는 내구재 화장품 등 비내구재, 의복 등 준내구재, 가전제품 등 내구재 판매가 모두 늘어 전월보다 0.5% 증가했다. 8월 소비 속보치를 보면 국산 승용차 내수판매량은 1년 전보다 6.8% 증가해 두 달째 늘었다. 정부가 7월 19일 출고분부터 승용차 개별소비세를 30% 인하한 효과가 일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백화점 매출액(2.9%)과 카드 국내승인액(8.8%), 할인점 매출액(2.0%)은 작년 8월보다 모두 증가했다.

반면 7월 설비투자는 전월보다 0.6% 줄며 5개월 연속 내리막을 걸었다. 1997년 9월∼1998년 6월까지 10개월 연속 감소한 후 이번에 약 20년 만에 가장 긴 기간 마이너스 행진을 했다. 건설투자는 건축과 토목 공사실적이 모두 줄면서 전월보다 0.1% 줄었다.

정부는 세계 경제 개선, 수출 호조는 긍정적인 요인이지만, 고용 상황이 미흡한 가운데 미·중 무역갈등 지속, 미국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 국제유가 상승 등을 위험요인으로 꼽았다.

홍준표 기자 junpyo@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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