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핵능력 고도화 포기했다고 '말할 수 있다' '생각한다'" 논거없이 私見뿐
"北 생각엔 韓美훈련 언제든 재개 가능, 美 상응하는 조치 있어야되겠다"
'미래핵 폐기 완료' 슬쩍 못박고 양비론적 美北 중재 주장 반복
차명진 "北핵무기들 기정사실화하는 도둑놈 심보 주장을 대통령이 버젓이 '복사'해"
익명 전문가 "멱살 잡은 깡패가 더 이상 창 안겨누니 칼 내려놓자는 얘기, 안타까워"
시민들은 "상상초월" "작년 선거로 北대변인 참 어렵게도 뽑았다" 개탄

문재인 대통령이 뚜렷한 논거 없이 북한 김정은 정권이 핵 폐기를 위해 일일이 '불가역적 조치'를 해왔다고 주장하면서 미국에 이른바 '상응조치'를 요구하고 나서 '북한 대변인 논란'이 일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3일 오후 청와대에서 김대중·노무현 정부 통일부 장관 출신 인사 등으로 구성된 남북정상회담 원로자문단과 오찬 간담회를 가진 자리에서 "북한은 자신들이 취한 조치는 하나하나가 다 불가역적 조치인데 우리 (한미)군사훈련 중단은 언제든 재개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생각하는 게 북미(미북) 교착의 원인"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낮 청와대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 원로자문단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고, 문정인(왼쪽 세번째) 통일외교안보특보, 서훈(오른쪽 두번째) 국가정보원장, 송영무(오른쪽) 국방부 장관이 경청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낮 청와대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 원로자문단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고, 문정인(왼쪽 세번째) 통일외교안보특보, 서훈(오른쪽 두번째) 국가정보원장, 송영무(오른쪽) 국방부 장관이 경청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이런 주장의 근거로 "북한은 핵과 미사일을 더 고도화하는 능력을 포기했다고 '말할 수 있으며', 표현하자면 미래 핵을 폐기하는 조치를 이미 취했다고 '생각한다'"는 등 사견(私見)을 내세웠다.

나아가 "(김정은 생각에는) '북한이 좀 더 추가적인 조치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미국에서 상응하는 조치가 있어야 되겠다'라고 하는 것"이라고 북측 입장을 대변했다.

그러면서 "이제 북한은 미래 핵뿐만 아니라 현재 보유하고 있는 핵무기, 핵물질, 핵시설, 핵프로그램 등을 폐기하는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는 북한이 일부 외신기자 육안으로만 원거리에서 보게 해 준 풍계리 핵실험장 폭파 추정 행사, 스커드/노동/대포동 등의 탄도미사일과 무관한 동창리 미사일 엔진실험장 폐쇄 조치를 "불가역적 조치"로 치켜세우며, 이미 '미래 핵 폐기'를 완료했다고 단정하는 화법이라는 지적이다.

문 대통령은 또 "북미(미북) 양측 모두 (비핵화 협상을) 하지 않겠다는 게 아니다. 다만 서로 상대에게 '선(先) 이행하라'는 요구를 가지고 지금 막혀있는 것이어서 저는 충분히 접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접점을 찾아 시행하고 대화를 재추진시켜 비핵화를 하고, 그에 대한 상응 조치를 하도록 하는 게 우리가 해야 할 역할"이라고 주장했다.

문 대통령 스스로 지난해 6월말 방미(訪美)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한미 공동선언'을 채택한 뒤 직접 "한미 양국이 직면한 가장 심각한 도전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이라고 했었지만, 북핵 위협 당사자가 아닌 '중재자'를 강변하며 양비론을 거듭 취했다는 지적이다.

차명진 자유한국당 전 재선 국회의원
차명진 자유한국당 전 재선 국회의원

이와 관련해 차명진 자유한국당 전 의원은 14일 페이스북을 통해 "황당하다"며 "어느새 대한민국 대통령이 핵도둑(김정은)의 충실한 대변인이 돼 버렸다"고 비판했다.

차명진 전 의원은 "김정은 왈, 앞으로 핵무기를 더 안 만들테니까 현존 핵무기에 대한 제재를 풀어달란다. 실컷 훔쳐놓고 '앞으로 더 훔치지 않겠으니 잡아가지 말라'는 도둑놈 심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 주장대로라면 지금까지 훔친 물건은 '합법적으로 도둑놈 것'이 돼버린다. 지금 북한땅 곳곳에 숨겨진 핵무기들이 기정사실화돼버린다"고 강조했다.

그는 "구한말 한일의정서를 강요할 때 일본놈들이 그랬다. 궁궐 안까지 쳐들어 와 난장질 실컷 하고, 또아리까지 틀어놓은 후에 '서로 동작그만하자'고 우겼다"며 "그렇게 해서 일제는 한발 한발 조선의 심장으로 파고들었다"고 밝혔다.

차 전 의원은 "진짜 황당한 것은 북한 아나운서 리춘희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대통령이라는 자가 (북측의) 이 말도 안 되는 주장을 국민 앞에서 버젓이 '복사'하고 있다. 그러면서 '미국이 더 양보해야 한다'고 슬쩍 떠보고 있다"라며 "오호애재라!"라고 개탄했다.

문 대통령의 '북한이 불가역적 조치' 발언에 비판 여론 역시 고조되고 있다.

페이스북에서 한 익명의 군사전문가는 13일 "북핵은 미국 본토만을 노리는 무기가 아니다"며 "여전히 북한이 개발한 핵탄두 10~수십여기가 상존하고 있고 이런 핵탄두를 장착하고 발사하면 남한을 초토화시킬 수 있는 수백~1000기의 중단거리 탄도탄이 북한군에 의해 아측을 노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진=페이스북 페이지 글 캡처
사진=페이스북 페이지 글 캡처

그는 "오늘 대통령의 발언은 우리와 멱살을 잡고 있는 깡패가 우리를 도와주러 오는 친구를 겨누던 장창을 버리는 것도 아니고, 더 잘 쓸 수 있게 개량하는 걸 중지한 것을 가지고 '깡패가 더 이상 우리에게 창을 겨누지 않으니 화해하고 우리도 칼을 내려놓자'는 이야기와 다름없다"며 "대통령의 인식이 참으로 안타깝다"고 밝혔다.

이 글을 접한 시민들은 "정말 몰라서 저러는 건지 알면서도 저러는 건지 화가 난다", "북한 대변인을 작년에 어렵게도 선거로 뽑았다", "정말 상상을 초월한다", "북한에서 지령 내려온 듯하다. 정말 답이 없다", "한패 아니면 저런 소리를 하겠나", "불가역적 핵보유국으로 인정해주자는 말로 들린다" 등 비판 댓글을 남겼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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