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원 나중에 문제 안 된다는 보장 있나"…"10대 그룹중 한화·포스코만 티켓 구매 협조
-기업의 박근혜 정부 스포츠 지원을 '뇌물'이라고 해놓고 현 정부가 어떻게 손 벌리나

이낙연 국무총리(왼쪽에서 두 번째)가 지난 1월10일 전경련회관 콘퍼런스센터에서 열린 '2018평창 동계올림픽대회 및 동계패럴림픽대회 성공을 위한 후원기업 신년 다짐회'에서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맨 왼쪽) 등 참석자들과 함께 건배를 하고 있다.(사진=국무총리실)
이낙연 국무총리(왼쪽에서 두 번째)가 지난 1월10일 전경련회관 콘퍼런스센터에서 열린 '2018평창 동계올림픽대회 및 동계패럴림픽대회 성공을 위한 후원기업 신년 다짐회'에서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맨 왼쪽) 등 참석자들과 함께 건배를 하고 있다.(사진=국무총리실)

한 달도 남지 않은 평창 동계올림픽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시들하면서 정부에 비상이 걸렸다. 급기야 이낙연 국무총리가 나서 대기업에 '입장권 구매 요청'까지 했지만 성과는 어떨까?

박근혜 전 대통령이 대기업들에 공익 목적으로 미르·K스포츠 재단 출연을 요구·관철한 것이 강요에 의해 "기업의 재산권"과 "시장경제질서"를 훼손했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으로 탄핵된 지 오래 되지 않았다. 지금도 뇌물죄 등 관련 혐의로 유수 대기업 총수가 재판을 받는 가운데, 탄핵의 여파로 출범한 문재인 정부에서도 '평창 동계올림픽 입장권 구매'라는 비슷한 요구를 내놓자, 민간기업들은 '떨떠름'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12일 조선일보 등 일부 매체 보도에 따르면 SK·LG·롯데·GS·LS·금호아시아나·두산·한진·코오롱 등은 "현재로선 평창 동계올림픽 입장권을 구매할 계획이 없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이재용 부회장이 뇌물공여 등 혐의로 징역 5년형을 받고 항소심 중인 삼성전자는 "외부에 얘기할 게 없다"는 입장이다. 10대 그룹 중에서는 한화와 포스코만 입장권을 각각 1300~1400장씩 사들였다.

탄핵 사태와 관련 재판을 미루어, 재계에 후원을 꺼리는 분위기가 팽배하다는 해석이 나온다. 한 기업 관계자는 "기업인들 사기가 많이 저하돼 있다. 후원 활동이 나중에 또 문제가 될까 봐 조심하는 분위기 아니겠느냐"고 했다.

정부는 작년부터 평창 올림픽의 성공을 위해 기업 후원을 요청해왔다. 문재인 대통령은 평창 동계올림픽 D-200일이던 지난해 7월24일 강원도를 방문해 "기업들, 특히 공기업들이 올림픽을 위해 더 많이 후원해주기를 부탁한다"고 공언한 바 있다. 

올해 들어서는 이낙연 총리가 지난 10일 전경련 회관 콘퍼런스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 동계올림픽대회 및 동계패럴림픽대회 성공을 위한 후원기업 신년 다짐회'에 기업인 7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여러분께서 도와주신 덕분에 평창올림픽은 동계올림픽 역사상 가장 많은 후원사를 확보했다"면서도 "기왕 신세를 진 김에 한두 가지만 더 부탁드리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올림픽 티켓 판매율 65%, 패럴림픽 59%인데 아직은 조금 더 갈 길이 남아있지 않나. 큰 부담이 안 되는 범위에서 도와달라"고 요구했다. 또한 "티켓을 사셨으면 꼭 경기장에 와달라"며 "후원사 임직원, 국민들이 함께해 (올림픽이) 성공하는 데 도움을 달라. 올림픽 성패는 첫날 개막식 때 스탠드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있는지에 달려있다"고 했다. 

이희범 평창올림픽 조직위원장은 '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까지 언급하며 "기업의 경우 티켓 제공자가 공직자가 아닐 경우 청탁금지법에 해당하지 않는다. 공직자에게도 5만원 이하일 경우 티켓을 제공해도 된다"고 거들었다.

재계에서는 기업들의 반응이 저조한 이유가 '반(反)기업 정서'를 인기 유지 수단으로 활용하는 현 정부에 대한 불만을 간접적으로 표현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현 정부는 출범 직후 '재벌 개혁'을 기치로 내걸었고, 문 대통령은 10일 신년 기자회견에서도 재벌 개혁을 입에 올리며 "기업활동을 억압하거나 위축시키려는 게 아니다"면서도 "경제 성과를 중소기업과 국민에게 돌려준다"는 취지를 강조했다. 특히 재계 일각에서는 내놓고 말은 못하지만 "박근혜 정부가 추진한 스포츠 사업에 삼성 등 대기업이 협조했고 이 과정에서 박 전 대통령은 단 한 푼도 개인적으로 착복하지 않았는데도 이를 '뇌물'이라고 말도 안 되게 옭아맨 마당에 과거와 달리 어느 기업이 선뜻 국가적 스포츠행사를 지원하고 싶겠느냐"는 불만도 만만찮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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