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6.25전쟁 당사자이기 때문에 종전선언 참여' 기존 입장과 달라져
"비핵화·평화보장 두 축, 中·러 합의된 로드맵 있다" 평화협정 개입하려는 듯
시진핑, EEF 좌담회 현장서 예정에 없던 이낙연 총리와 면담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최근 이른바 '한반도 평화체제'의 당사자를 한국과 미국, 북한으로 지목하며 "결자해지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당초 중국은 6.25 종전선언에 개입해 '4자 선언'을 추진하려는 움직임을 보여 왔지만, 한발 물러선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13일 동아일보에 따르면 시진핑 주석은 지난 12일 오후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동방경제포럼(EEF) 좌담에서 "국제사회가 함께 (한반도 평화체제를) 보장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이 문제를 해결할 주인공은 누구냐? 바로 당사자다. 지금 당사자는 북한, 한국, 미국이다. 결자해지(解鈴需系鈴人)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그들(한·미·북)은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 과정의 각종 일들을 계속해야 하고 우리는 그들을 도울 것"이라며 "모두의 노력을 통해 이 좋은 목표가 실현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12일 오후(현지시간)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극동연방대에서 열린 제4차 동방경제포럼에서 기조연설을 마친 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악수를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낙연 국무총리가 12일 오후(현지시간)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극동연방대에서 열린 제4차 동방경제포럼에서 기조연설을 마친 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악수를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시 주석의 이같은 발언은 한반도 평화체제 수립, 즉 북한의 체제 안전 보장을 국제사회가 함께 제공해야 줘야 한다는 맥락에서 나왔다고 동아일보는 해설했다.

이 신문은 또 "한반도 비핵화와 북한 체제 안전 보장 과정의 주인공은 남북미이며, 중국은 이런 과정에서 남북미를 돕겠다는 뜻"이라며 "중국이 남북 분단의 원인이 된 6·25전쟁 당사자이기 때문에 종전선언 과정에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해 왔던 그동안의 입장과는 다르다"고 주목했다.

일각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미북간 비핵화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진 원인으로 중국 배후설을 제기하고 중국이 참여하는 4자 종전선언에도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자 시 주석이 한발 물러선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시 주석의 이날 발언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이낙연 국무총리,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등의 개별 연설이 끝난 뒤 함께 앉아 좌담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시 주석은 해당 발언 직전 "중국과 러시아는 합의된 공동의 로드맵이 있다"며 "한 축으로는 한반도 비핵화를 추진하면서 다른 한 축으로는 한반도 평화 보장 기제를 건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는 국제사회가 함께 (보장)해줘야 한다. 어느 한쪽만이 해줄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종전선언 이후 평화협정 체결 단계에서는 중국 러시아 등의 개입해야한다는 취지로 주장한 것으로 보인다.

시 주석은 좌담에 앞서 연설을 마친 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중국 비행기를 타고 싱가포르에 갔는데 그에게 써준 쪽지가 있느냐'는 러시아 사회자의 질문에 웃은 뒤 "북-미(미북) 정상회담은 좋은 일이다. 특히 동북아 각국은 (회담을) 지지해야 한다"며 "우리(중국)는 북-미(미북) 회담의 적극적인 추동과 성공을 축원한다", "이게 (김정은에게 써준) 쪽지에 해당한다"고 받아 넘겼다.

한편 동아일보는 "시 주석의 (3자 결자해지) 발언이 비핵화 속도를 높이기 위해 중국이 종전선언에 참여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의미일 경우, 연내 종전선언을 적극적으로 추진 중인 한국과도 사전 조율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짐작했다.

실제로 현장에서 시 주석은 이 총리와 예정에 없던 면담을 가졌다. 13일 이 총리와 총리실에 따르면 두 사람이 귀빈 대기실에서 10분간 대화를 나눈 가운데, 시 주석은 "3차 남북정상회담이 성공하길 바란다. 문재인 대통령에게 인사를 전해달라"고 이 총리에게 말했다.

이 총리는 "시 주석께서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정착을 위해 역할을 해주시는 데 대해 감사드린다. 문 대통령도 감사하게 생각한다"며 "앞으로도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정착을 위해 많이 도와달라'고 화답했다.

이 총리는 자신이 시 주석이 저장성 당서기 시절 '자매관계'인 전라남도를 방문했을 때 전남지사였고, 자신도 저장성을 방문한 바 있다는 개인적 인연을 소개하기도 했다. 그러자 시 주석은 "우리는 형제군요"라고 호응한 뒤 이 총리를 중국으로 초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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