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판문점선언 靑영문본에 ‘非공식’ 표기 누락은 실수” 군색한 변명
靑 “판문점선언 靑영문본에 ‘非공식’ 표기 누락은 실수” 군색한 변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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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제출 영문본의 번역 갑자기 바꾼 건 제재해제 통한 남북 경협이 목적”
청와대가 6월 발행한 '평화를 향한 여정' 영문판 28페이지에 실린 판문점선언 3조 3항(붉은 네모 안)
청와대가 6월 발행한 '평화를 향한 여정' 영문판 28페이지에 실린 판문점선언 3조 3항(붉은 네모 안)

문재인 정부는 지난주 유엔에 제출한 판문점선언 영문본이 유일한 공식 번역본이며 몇 달 전 배포한 영문본은 비공식 번역이었다고 왜곡 의혹을 일축했다. 그러나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판문점 선언 직후 배포된 영문 외에 다른 번역본은 최근까지 없었다며 종전선언에 유연성을 만들려는 시도로 해석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12일 미국의소리(VOA) 방송과의 전화통화에서 “유엔에 제출되기 이전에 공개된 판문점선언 영문본은 비공식 번역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종합적으로 영어 전문가들이 국문을 번역해 유엔에 제출해 (이번 문건은) 문제가 없다”고 했다.

그러나 VOA는 청와대가 ‘비공식 번역’이었다고 해명한 이 같은 영문은 그러나 판문점 선언 이후 두 달이 지난 뒤인 6월 청와대가 발행한 남북정상회담 결과집 28페이지에도 그대로 실려 있다고 지적했다.

‘정상회담 두 달 뒤 발행된 남북정상회담 결과집에 같은 영문 번역본이 정식으로 게재됐고 여기에는 공식, 비공식이라는 말이 없지 않느냐’는 VOA의 질문에 “해당 결과 책자는 싱가포르 정상회담 때 해외 기자 등에게 배포하기 위해 만든 것”이라고 대답했다. 이어 “비공식 번역이라는 말이 누락된 건 담당부서의 실수였다”며 “주의 조치하겠다”고 덧붙였다.

한국 외교부는 이날 ‘공식 번역본이 5개월 뒤인 유엔 제출 시점에서야 나오게 된 배경’을 묻는 VOA의 질문에 직접적인 답변을 하지 않은 채 “이번 문서 회람은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유엔 차원의 후속조치로서 남북 양측 간 협의 하에 추진됐다”고 했다.

VOA는 “한국정부의 이러한 해명을 토대로 본다면 문재인 한국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올해 4월 27일, 연내 종전선언을 하기로 했다는 해석에 무게가 실린다”며 “이 경우 전 세계 외신을 통해 판문점선언을 접했던 비(非)한국어권 인구와 6월 싱가포르에서 청와대의 책자를 접한 해외기자 등은 유엔에 제출된 문서가 공개된 9월 11일까지 종전선언과 관련해 한국정부가 비공식 번역이었다고 주장하는 영문만을 접한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11일 이전까지 인터넷 등에서 찾아볼 수 있는 한국정부의 영문 번역본은 종전선언에 합의했다는 내용이 아닌 종전선언을 위한 회담을 적극 추진한다는 청와대의 기존 문서가 유일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미국 터프츠 대학 이성윤 교수는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판문점선언 이후 4개월 만에 공개된 번역본을 어떻게 ‘최초의 공식 문서’라고 할 수 있으냐”며 한국정부의 주장을 비판했다. 이 교수는 “정상회담 직후 청와대의 번역본은 이미 외신기자 등을 통해 전 세계에 전해졌다”며 “이후 추가적인 번역이 이뤄지지 않아 당시 내용만이 전 세계에 배포된 상태”라고 지적했다.

미 국무부 대변인실 관계자는 이날 ‘한국정부로부터 판문점선언의 어떤 번역본을 전달받았느냐’는 VOA의 질문에 즉답을 피했다. 이어 “미국은 판문점선언을 싱가포르 회담에서 재확인했다”며 “이는 남북관계 진전이 비핵화 과정과 함께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다만 “(번역본) 차이에 대해선 밝힐 게 없다”며 “한국정부에 문의하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한국정부가 이 같은 문서를 최초로 유엔에 제출한 배경에 대해서도 주목했다.

한국 외교부는 남북정상회담 결과 문서를 유엔 공식 문서로 회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확인했다.

로버트 매닝 애틀랜틱 카운슬 연구원은 이날 “한국정부가 종전선언에 대해 약간의 유연성을 만들고 싶어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매닝 연구원은 “한국은 북한과 강력한 의제를 추진하고 있지만 현재 트럼프 대통령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북핵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서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며 “그러나 북핵문제에 획기적인 진전 없이 미국이 종전선언에 서명하도록 하는 것은 불가능한 상태”라고 분석했다.

스티븐 노퍼 코리아소사이어티 부회장은 판문점선언의 영어 번역이 달라진 것은 “종전선언과 새로운 현실에 대한 (한국정부의) 인식이 변했고 여기에 대한 의지 또한 강해졌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이성윤 교수는 대북 제재 해제를 통한 남북 경제협력이 목적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유엔 제재를 반드시 해제해야 한국이 지원을 하고 투자를 할 수 있다”며 “그런 취지에서 이번에 유엔에 협조를 구하는, 양해를 구하는 형식으로 남한과 북한이 영문 번역본을 제출하지 않았나 하는 의구심이 든다”고 했다.

실제로 판문점선언에는 2007년 10.4선언에서 합의된 사업들을 적극 추진해나간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다. 당시 국회에 제출된 자료는 10.4선언의 경제 협력 규모를 14조원으로 추산했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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