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대변자 입장서 "나같으면 '잘되길 바란다' '다음 기회에'라 했을 것" 주장
7월 해외순방 땐 "백성 생활 중히 생각하는 지도자(김정은) 마침내 출현하셨다" 失言

이낙연 국무총리가 12일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이 정치권과 사전 협의 없이 공개 제안한 '평양 남북정상회담 동행'을 제1·2야당이 거절한 데 대해 "거절할 수도 있지만 거절의 이유가 좀 더 우아했으면 좋겠다"고 빈정대는 태도를 보였다.
  
이낙연 총리는 이날 제4차 동방경제포럼이 열린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극동연방대에서 취재진과 가진 조찬간담회에서 "(대통령의) '들러리니까 안 간다'든가 이런 표현을 지도자들이 쓰는데 굉장히 서운하고 아쉽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총리는 "나 같으면 '잘되길 바란다' '다음 기회에 가겠다'라고 말했을 것"이라는 주장도 폈다.

그는 "(야당 대표들이) 올드보이 귀환이라 할 정도로 충분한 경험을 가진 분들인데, 그분들마저도 들러리, 체통, 교통편의 불편 등을 이유로 말하는 것은 아쉽다"고 덧붙였다.

러시아를 방문한 이낙연 국무총리.(사진=연합뉴스)
이낙연 국무총리가 11일 오후(현지시간)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극동연방대에서 양국 기업인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한-러 비즈니스 다이얼로그에서 연설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 총리는 "한국 정치도 그렇고, 언론도 그렇고, 미세한 테크닉을 더 본질인 것처럼 보는 경향이 있다"며 "본체라는 것은 역시 국가적 대의, 민족적 대의를 정치가 어떻게 대하느냐의 문제다. 그 점에서 아쉽다"고 강변하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임종석 비서실장이 3부 중 2부 요인을 북한 비핵화 확약이 없는 채로 열리는 방북(訪北) 정상회담에 '전례 없이' 총동원하려던 것을 국회의장단과 야당 대표들이 반대하자, '당리당략'이라는 정쟁의 용어까지 동원하며 압박한 데 이어 '대의에 어긋난다'는 비판으로 가세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지난 10일 청와대는 임 실장 기자회견을 통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출신 문희상 국회의장(법률상 무소속)과 이주영 자유한국당·주승용 바른미래당 국회부의장, 강석호 국회 외교통일위원장(한국당 소속), 이해찬 민주당 대표, 김병준 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 이정미 정의당 대표 등 9명을 평양 정상회담에 초청했다.   
  
초청 당일 이해찬 대표와 정동영 대표, 이정미 대표는 함께 가겠다고 했지만 김병준 비대위원장과 손학규 대표는 거부 의사를 밝혔고 이날까지도 고수했다.

이주영‧주승용 부의장도 거절로 입장을 정한 가운데 문희상 의장이 이들과 협의해 정기국회와 국제회의 참석 등에 전념하려고 정상회담에 동행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 총리는 오는 18~20일 열리는 평양 남북정상회담을 크게 낙관하기도 했다. 

그는 "판문점선언 당시와 국면이 달라졌다. 뭐가 있을 수 있다고 본다"며 "(평양에서) 2박 3일이면, 상징적인 몇 가지 일들이 벌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날 이 총리는 동방경제포럼 전체 회의 시작 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도 면담했다. 

푸틴 대통령은 "문 대통령께서 제안한 9개의 다리 구상팀 내에서 구체적인 프로젝트를 모색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고, 이 총리는 "올 6월 문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의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내용을 이행하기 위해 착실히 노력하고 있다"고 화답했다.
  
'9개 다리'는 문 대통령이 지난해 9월 제3차 동방경제포럼에서 제시한 한‧러시아 간 9개 핵심 협력 분야로 조선과 항만·북극항로·가스·철도·전력·일자리·농업·수산 분야를 뜻한다.

한편 이 총리는 지난 7월 중순 해외 순방 도중 '3대 세습독재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대해 '극존칭'까지 동원하며 실언(失言)에 가까운 찬사를 늘어놓아 비판을 자초한 바 있다.

그는 7월19일(현지시간) 케냐 나이로비 빌라 로사 켐핀스키 호텔에서 개최한 동포 만찬 간담회에서 최근 한반도 상황을 설명하던 중 "(북한에) 여러가지 변화가 있겠지만 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백성의 생활을 다른 것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지도자가 마침내 출현하신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이어 "평화를 정착시키고 번영의 길로 들어서야만 한다는 데 남북의 의견차가 크지 않아 보인다"고 자의적인 해석을 내놓은 뒤 "크게 변한 것은 북일 수 있다"며 "체제의 제약이나, 권력의 속성이 갑자기 사라지진 않겠지만 경제발전과 민생의 향상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쪽으로 (북이) 변하는 것은 틀림없다"고 참석자들에게 낙관론을 설파했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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