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태 "일자리를 만들기는 커녕 민간 부분에서 대량 일자리 파괴가 지속"
오정근 "정책기조의 변화가 없으면 정말 大亂이 올지도"
조동근 "날씨 탓, 전임정부 탓, 생산인구감소 탓하더니 이번엔 경제체질 변화 탓"
KDI "인구구조 변화만으로 취업자 증가폭 위축 설명하기 어려워"

12일 통계청의 '8월 고용지표'가 발표되면서 경제분야 전문가들의 비판이 잇달아 이어졌다. 7월 고용이 5천명 증가에 그친 데 이어 이번 7월 고용은 3천명 증가에 그쳤기 때문이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학 교수는 12일 펜앤드마이크와의 인터뷰에서 "8월 고용 통계가 또다시 충격적으로 나왔다. 일자리를 만들기는 커녕 민간 부분에서 대량 일자리 파괴가 지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3천개의 일자리가 늘어난 것도 공공부문 등 정부의 예산으로 늘린 일자리가 20만개 이상이며, 민간 일자리는 전년 동기 대비 30만개 정도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근 고용 지표와 관련해 생산 인구의 감소 때문이라는 정부의 해명에 대해선 "만약 생산인구가 감소되고 고용율이 유지된다면 실업자 수는 줄어야 정상이다. 그러나 실업자 수는 매달 기록을 갱신하고 있어 우려되는 상황이다. 특히 한참 일을 해야하는 40대에서 실업자가 급증하고 있고, 고용율이 그나마 유지되는 계층은 고령층이어서 고용의 질로 보면 심각한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장하성 실장을 비롯해 정부에선 고용률은 유지되고 있으니까 괜찮다는 식으로 강변하고 있지만 고용률도 0.3%p 하락했다"며 "고용 문제에 대해 흔히들 '고용쇼크'라는 말이 나오고 있는 데 이 표현이 이상할 것이 하나도 없다"고 말했다.

오정근 전 건국대 특임교수는 "30-40만개 만들어지던 일자리가 52조원 쏟아붓고도 7월 5천, 8월 3천개로 폭락하는 고용 재난이 지속되고 있다. 이런데도 정책기조의 변화가 없으면 정말 대란이 온다. 설상가상 미국금리 인상으로 남미 등 신흥국 위기도 가시권. 인도네시아 등 한국 턱밑까지 와 있다. 위기가 오면 구제금융 등 재정수요도 급증하는데 퍼주기 정책으로 재정건전성도 위협하고 있으니 고용(실물)위기, 외환위기, 재정위기의 총체적 복합위기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경제체질이 바뀌면서 수반되는 통증"이라는 청와대의 해명을 비판하며 "날씨 탓, 전임정부 탓, 생산인구감소 탓하더니 이번엔 경제체질 변화 탓"이라고 1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남겼다. 또 "문재인 정권은 8월 고용참사의 책임을 신임 통계청장 에게 엄중히 물어라. 그래야 형평이 맞는다. 이 정부의 치욕적 인사 실패가, 납득할 만한 이유 없이 통계청장을 경질한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한편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는 11일 최근 ‘고용 참사’의 원인에 대해 “인구구조 변화와 경기 상황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렵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단순한 인구구조 변화 때문이라는 정부의 해명으론 최근의 고용참사를 설명하기엔 불충분하다는 것이다. 

KDI는 이날 '9월 경제동향' 보고서에서 "고용 상황이 악화되는 추세가 지속되고 있다"며 "7월 취업자 수 증가폭의 위축은 인구구조 변화와 경기 상황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정도였다"고 밝혔다.

정부는 7월 취업자 수가 전년 동월 대비 5000명 증가하는 데 그친 것에 대해 생산가능인구(15∼64세)가 감소하고 제조업이 부진해 취업자 증가폭이 크게 축소됐다고 설명한 바 있다. 8월엔 취업자 수가 전년 동월 대비 3000명 증가하는 데 그치자 청와대에선 '체질 개선에 따른 통증'이라는 진단을 내놓았다. KDI는 이같은 정부의 끊임없는 긍정적인 진단에 7월 취업자 수 증가 폭은 '인구구조 탓'이 아니라는 분석을 내놓은 것이다. 

보고서 작성을 총괄한 김현욱 KDI경제전망실장은 이날 "제조업 분야의 구조조정 등으로 고용이 악화된 것은 사실이지만, 5000명 수준으로 줄어들 만큼 어려운 상황은 아니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며 "최저임금 인상, 주 52시간으로 근로시간 단축 등 정책적 요인이 고용에 부정적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또 KDI는 '8월 경제동향 보고서'에선 경기개선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진단을 내린 바 있지만, 이번 9월에 발표한 보고서에선 경기가 하락할 위험이 크다는 진단으로 선회했다. KDI는 최근 한국 경제에 대해 "투자 부진을 중심으로 내수증가세가 약화하면서 고용도 위축되는 모습"이라고 진단하면서도 "수출증가세가 유지됨에 따라 경기의 급격한 하락에 대한 위험은 크지 않은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홍준표 기자 junpyo@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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