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제출본에는 ‘남북은 年內 종전선언 합의’ 명시..."靑공개한 영문번역본과 다르다"
외교부 "유엔에 제출한 판문점선언 영문본은 남북이 합의한 국문본에 충실한 번역본"
VOA “유엔에 제출한 판문점선언은 한국보다는 북한의 해석에 더 가까워”

남북한이 유엔에 제출한 판문점선언은 당초 청와대 영문본과 달리 '연내 종전선언'을 못 박고 있다(출처:VOA)
남북한이 유엔에 제출한 판문점선언은 당초 청와대 영문본과 달리 '연내 종전선언'을 못 박고 있다(출처:VOA)

남북한이 유엔에 공동 제출한 판문점 선언 영문본이 청와대가 공개한 영문 원본과 달라 파문이 일고 있다.

미국의소리(VOA) 방송은 12일 청와대가 지난 4월 27일 남북정상회담 직후 발표한 판문점선언의 영문본과 최근 남북한이 유엔에 공동으로 제출한 판문점선언의 영문본 내용이 다르다고 폭로했다. 

남북한이 지난 6일 유엔에 공동으로 제출한 판문점선언은 연내 종전선언 합의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11일 일반에 공개된 이 문서의 3조 3항에는 “남북이 정전협정 65주년이 되는 올해 종전선언을 하기로 합의했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한 이와 더불어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대체하고 항구적이고 공고한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남·북·미가 관여하는 3자 혹은 중국을 포함한 4자 회담 개최를 적극 추진하기로 합의했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이 합의한 4.27 판문점선언 한글 원문에는 이 문구가 “남과 북은 정전협정체결 65년이 되는 올해에 종전을 선언하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며 항구적이고 공고한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회담 개최를 적극 추진해 나가기로 하였다”고 되어 있다.

한글 원문은 남북 정상이 연내 ▲종전선언과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 그리고 ▲항구적이고 공고한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3자 혹은 4자 회담 개최를 적극 추진 총 3가지 합의를 한 것처럼 해석된다.

그러나 백태현 한국 통일부 대변인은 판문점선언 사흘 뒤 정례브리핑에서 종전을 선언하고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며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문제는 남북 간에 합의를 했지만 남북만이 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고, 3자 또는 4자 회담을 개최해서 적극 추진해 나가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즉 올해 안에 종전선언을 하기로 ‘합의’한 것이 아니라 이를 위해 다자 회담을 ‘추진해 나가기로’ 남북이 합의했다는 것이다. 청와대의 이러한 설명은 4.27 남북정상회담 후 공개한 영문 번역본에도 잘 나타나 있다.

판문점선언 두달 뒤 6월 청와대가 발행한 남북정상회담 결과집 28페이지에는 ‘65주년이 되는 올해에 남과 북은 3자 혹은 4자 회담을 적극 추진하기로 합의했다(During this year that marks the 65th anniversary of the Armistice, South and North Korea agreed to actively pursue trilateral meetings involving the two Koreas and the United States, or quadrilateral meetings involving the two Koreas, the United States and China with a view to declaring an end to the War, turning the armistice into a peace treaty, and establishing a permanent and solid peace regime)’고 나와있다. 이에 따르면 남북 간 합의된 사항은 다자회담을 적극 추진한다는 한 가지뿐이다. 종전선언, 정전협정의 평화협정 전환, 항구적이고 공고한 평화체제 구축은 이러한 다자 회담의 개최의 목적이다.

반면 당시 북한은 판문점선언의 해당 내용을 다르게 해석했다.

조선중앙통신에 공개된 판문점선언 영문 번역본은 “북과 남은 정전협정 65주년이 되는 올해 종전선언을 하기로 합의했다(The north and the south agreed to declare the end of war this year, the 65th anniversary of th Armistice Agreement, replace the Armistice Agreement with a peace accord and actively promote the holding of north-south-U.S. tripartite or north-south-China-U.S. four-party talks for the building of durable and lasting peace mechanism)”고 명시하고 있다.

이어 정전협정을 평화합의안(peace accord)으로 대체하기로 합의했고 또한 지속가능하고 항구적인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3자 혹은 4자 회담을 적극 추진하기로 합의했다고 명시했다. 결국 북한이 해석한 영문본에 따르면 남북한은 총 3개 사항에서 합의를 이룬 것이 된다. 

VOA는 “남북한이 유엔에 공동으로 제출한 판문점선언은 한국보다는 북한의 해석에 더 가까워 보인다”고 지적했다. 당초 3자 혹은 4자회담 개최를 적극 추진하기로 합의했던 판문점선언 원문은 이런 과정을 거쳐 남북 두 정상이 ‘올해 종전선언을 합의했다’는 내용으로 바뀐 채 조태열 유엔주재 한국대사와 김인룡 북한 대사대리의 공동서명을 거쳐 유엔총회와 유엔 안보리에 동시 회담됐다.

파란 하크 유엔사무총장 대변인은 원문 내용과 달라진 판문점선언이 제출된 것에 대한 VOA의 논평 요청에 “서로 다른 문구에 대해 언급할 내용은 없다”며 “유엔은 회람 요청이 들어온 문건을 그대로 배포했다”고 설명했다.

한국외교부 박은주 유엔과장은 PenN과의 전화통화에서 "남북은 4.27남북정상회담 판문점선언 상 정전협정 체결 65주년이 되는 올해 종전을 선언을 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며 "유엔에 제출한 판문점선언 영문본은 남북이 합의한 국문본에 충실한 번역본"이라고 밝혔다. 청와대가 공개했던 영문본과 유엔 제출 영문본이 다른 것에 대해서는 "청와대의 영문본은 사실 비공식 문서며 정본은 국문으로 쓰인 판문점선언"이라고 했다. 판문점선언 국문본에서는 남북 양쪽이 연내 종전선언에 합의하기로 했다는 내용이 분명하다는 설명이었다. 그러나 청와대가 지난 6월 공식 영문 자료집까지 발행한 마당에 이제 와서 ‘비공식 영문본’이었다고 발뺌하는 것은 국민과 전 세계를 기만하려고 했다는 비판을 잠재우기엔 역부족으로 보인다.  

유엔주재 한국대표부는 11일 VOA에 “한국 외교부에 문의하라”고 대답했다.

미 터프츠 대학 이성윤 교수는 VOA에 “유엔에 제출된 문건만 보면 남북이 종전선언을 연내에 하기로 했다는 내용을 매우 확정적으로 설명하고 있다”며 “행정적 오류라고 보기에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최초 채택된 4.27 판문점선언 문구 자체에 오해의 소지가 있었다”며 “특히 남북이 올해 종전을 선언하겠다는 식으로 해석될 여지를 남겨 이런 주장이 나오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청와대의 영문 번역본이 이런 오해를 해소하고 있는데도 이를 유엔에 제출하지 않은 건 정치적 의도를 의심케 한다”며 “미국을 더 압박해서 종전선언을 미국이 주도해서 남과 북이 같이 올해 내에 단기간 내에 종전선언을 하자, 이러한 미국에 대한 메시지와 유엔에 지지를 얻으려는 의도로 해석된다”고 지적했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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