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구속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 인정하기 어려워" 영장 기각
검찰 "노조 파괴 공작 승인·지시해" 반박

이상훈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

법원이 삼성전자서비스 노조와해 공작에 가담한 혐의를 받고 있는 이상훈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63)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서울중앙지법 이언학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11일 이 의장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하고 "장기간 수사를 통해 증거자료가 충분히 수집돼 있으며, 핵심 관여자들 대부분이 구속돼 말을 맞출 염려가 없는 등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려운 사정들을 종합하면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이 부장판사는 "인사팀장이나 인사지원그룹장의 진술로 구체적으로 뒷받침되지 않는 한, 이 의장이 보고받은 것으로 보이는 문건의 존재 만으론 공동정범에 이를 정도로 관여했다는 점 소명이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이에 검찰은 '이해할 수 없다'며 격한 반응을 보였다. 검찰 관계자는 "상하지휘 관계에서 상사가 한두번도 아니고 수년간 지속적으로 관련회의에 참석해 보고를 받아왔다면, 노조 파괴 공작을 승인·지시한 것으로 봐야 한다"며 "구속영장을 기각한 것은 경험칙과 조리에 반(反)하는 것으로 납득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서울중앙지검 공공형사수사부(김수현 부장검사)는 지난 7일 이 의장에게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이 의장이 삼성전자서비스 노조가 설립된 2013년 이후 삼성전자서비스 노조 와해 과정인 이른바 '그린화 전략' 작업을 보고 받고 지시했다는 설명이다. 검찰은 지난달 전 삼성전자 노무담당 전무 목모(54)씨를 같은 혐의로 구속했지만, 옛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부사장 강모(55)씨의 구속영장은 기각된 바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이 의장은 전략기획실·미래전략실 등 그룹 콘트롤타워 임원을 거쳐 지난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삼성전자 경영지원실장(CFO)을 역임했다. 이재용 부회장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그는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되며 사실상 삼성의 '2인자' 자리를 이어받았다는 평이 재계에서 나왔다.

검찰은 이 의장을 비롯해 공작에 가담한 임원들의 사법처리 방향을 결정하고 삼성전자서비스 노조와해 의혹 수사를 마무리할 방침이다. 다만 보안업체 에스원, 급식업체 삼성웰스토리 등 노조가 전날 사측의 노조활동 방해를 수사해달라며 고발장을 제출해 삼성의 다른 계열·협력사로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홍준표 기자 junpyo@pennmike.com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