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회의서 판문점선언 비준동의안 의결…곧 국회 제출
임종석 靑실장 방북 동행 제안에 국회의장단 즉각 거부했는데 대통령이 후속 압박
"北核 폐기단계로 나아가려면 美 상응조치로 여건 갖춰야" 양비론 거듭

문재인 대통령은 18일부터 2박3일간 평양에서 열리는 김정은과의 남북정상회담에 입법부 요인까지 방북에 총동원하려다 거절당한 것과 관련해, 국회와 야당을 향해 '당리당략(黨利黨略)'에 따른 행동이라는 취지로 비난했다.

문 대통령은 11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국회와 야당을 겨냥해 "우리는 이번 평양 정상회담을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다시 한번 큰 걸음을 내딛는 결정적인 계기로 만들어내야 하고 북미(미북) 대화의 교착도 풀어야 한다"고 전제했다.

이어 "그러기 위해선 강력한 국제적인 지지와 함께 국내에서도 초당적인 뒷받침이 필요하다"며 "이처럼 중차대한 민족사적 대의 앞에서 제발 당리당략을 거두어주기 바란다"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국회 차원에서도 이번 정상회담을 국회 회담의 단초를 여는 좋은 기회로 삼아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국무회의에서 발언하는 문재인 대통령.(자료사진=연합뉴스)

앞서 10일 청와대는 평양 남북정상회담에 국회의장단과 여야 5당 대표, 국회 외교통일위원장 등 9명에게 정치 분야 특별대표단 자격으로 동행해줄 것을 요청했다가 야당 대표들은 물론 국회의장단에게도 거부당했다.

여당 출신 문희상 국회의장마저,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의 '초청' 형식의 방북 동행 공개요청 1시간여 만에 '방북 불가' 입장을 냈다. 문 의장은 "입법부 수장으로서 자존심 상한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던 것으로도 전해진 상황이지만, 문 대통령이 한발 늦게 나서서 사과는커녕 "당리당략을 거두라"며 압박에 나선 셈이다.

당리당략은 '당의 이익과 당파의 계략'을 뜻한다. 정치권에서는 이 표현을 일반적으로 대통령과 청와대가 국회와 야당을 압박하는 데 쓰는 '여권의 언어'로 본다. 일례로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지난 2015년 6월 25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국회가 여야 합의로 통과시킨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국회가 꼭 필요한 법안을 당리당략으로 묶어놓고 있으면서 본인들이 추구하는 당략적인 것을 빅딜을 하고 통과시키는 난센스적인 일이 발생하고 있다"고 했다. 

집권 16개월차인 문 대통령이 당리당략이라는 정쟁의 언어로 국회를 겨냥하면서, 이날 오전 '평양 동행'을 거듭 제안하기 위해 국회와 야당 대표를 찾은 한병도 청와대 정무수석비서관은 빈손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커졌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평양 정상회담에 대해서는 북한 핵폐기보다 이른바 '미국의 상응조치'가 우선한다는 북측의 입장과 궤를 같이 했다. 북핵 문제의 '당사자'가 아닌 '중재자'를 거듭 자임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남북간에 필요한 것은 새로운 공동선언이 아니라 남북 관계를 내실 있게 발전시켜나가는 것"이라며 "특히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남북미 간의 군사적 긴장과 적대 관계 해소에 집중적인 노력을 기울이려고 한다. 그래야만 남북 경제 협력과 한반도 신경제지도의 추진이 본격화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는 기본적으로 북미(미북) 간의 협상으로 해결되어야 할 문제"라면서도 "북미 간의 대화와 소통이 원활해질 때까지는 우리가 가운데서 중재하고 촉진하는 노력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도 제게 그러한 역할을 해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또 "이제 북한이 보유 중인 핵을 폐기하는, 한차원 더 높은 단계로 나아가려면 다시 한번 북미(미북) 양 정상간의 통 큰 구상과 대담한 결단이 필요하다"며 "북한은 핵 폐기를 실행해야 하고 미국은 상응 조치로 여건을 갖춰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 과정에서 양국은 70년의 적대 관계에서 비롯된 깊은 불신을 거둬내야 한다. 북미(미북)간의 진정성 있는 대화가 조속히 재개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국무회의에서는 남북경협을 주 내용으로 하는 판문점선언 비준동의안이 의결됐고, 정부는 조만간 국회에 이를 제출할 예정이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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