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여론조작 공모·국회위증 혐의 전면 부인

박승춘 전 국가보훈처장이 12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연합뉴스).
박승춘 전 국가보훈처장이 12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연합뉴스).

국가정보원 예산 지원으로 이른바 '우편향 안보 교육'을 했다는 혐의를 받는 박승춘 전 국가보훈처 처장(71)이 12일 검찰에 소환됐다. 박 전 처장은 이날 취재진을 향해 “국가를 위해 좋은 일을 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검찰이 제기한 국정원 여론조작 공모 및 국회위증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이날 오전 검찰에 소환된 박 전 처장은 국정원 여론조작 공모 혐의를 인정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인정 안 한다”고 일축했다. 이어 “국민에게 안보 실상 교육을 한 것이기 때문에 크게 잘못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또 국회 위증 혐의에 대해서도 “위증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국정원에서 ‘우리가 줬다는 것을 밝히지 말아 달라’고 요청해 DVD 출처를 국회 국정감사에서 밝힐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내용이 우편향됐다는 지적에 대해서 그는 “내용이 좀 왜곡돼서 전달된 게 있다”면서도 “자세히 보면 전부 사실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당시 국정원이 DVD(호국·보훈 교육 자료집)를 제작해서 이를 보훈단체 등에 배포하고 싶으니 배포처를 알려달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당시 국발협 업무를 할 때 (국정원에) 지침도 받고 협조해서 했다”며 “국민에게 안보 실상 교육을 한 것이기 때문에 크게 잘못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박 전 처장은 2010년 예비역 장성이 주축이 된 국가발전미래교육협의회(국발협) 초대 회장, 2011년부터 2017년까지 국가보훈처장을 지냈다. 그는 국정원 지원을 받아 우편향된 호국·보훈 교육 자료집 DVD 1000세트를 제작·배포한 혐의로 이날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됐다. 박 전 처장은 국가보훈처장 재직 당시 국가 공식행사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을 반대해 좌파 세력과 당시 야당(현 여당)의 집중적인 공격을 받은 바 있다.

검찰은 박 전 처장을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국정원법 위반(정치관여·국고손실 혐의) 공범으로 보고 있다. 국발협 회장 당시 그가 국정원과 협력해 국민을 대상으로 정치적으로 편향된 내용의 안보 강연을 하고 보훈처장 재직 시절인 2011년 11월 국정원이 제작한 ‘우편향’ 안보교육용 DVD 11장짜리 1천 세트를 만들어 배포한 혐의가 있다는 것이 검찰의 판단이다. 검찰은 이날 국발협 초대 회장을 지낸 박 전 처장에게 국정원과의 협력 경위를 확인하며 원 전 원장과 공모 여부를 집중 추궁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원 개혁위원회는 앞서 작년 10월 국발협이 원세훈 국정원장 시절 외곽 조직으로 운영됐다고 발표했다. 개혁위원회는 국정원이 국발협에 사무실 임대료, 인건비, 강사료 등의 비용을 지원했다고 주장했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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