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북한 정권 수립 70주년 기념 야간 행진(출처:iTV)
지난 9일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북한 정권 수립 70주년 기념 야간 행진(출처:iTV)

지난 9일 밤 평양 김일성광장.

수만 명의 젊은이들(이들은 대학생과 고등학생들로 알려졌다)이 북한정권의 수립 70주년을 기념하는 마지막 행사를 치루기 위해 어둠이 내린 평양 김일성광장에 모였다. 이들의 양손엔 활활 타오르는 횃불이 들려있었다. 김정은은 이날 야간 행사에 참석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횃불을 치켜든 젊은이들의 얼굴은 하나같이 까맣게 그을려 있었고 오랫동안 굶주린 야생 동물처럼 눈빛이 퀭했다.

사진출처(iTV)
사진출처(iTV)

집단속에 무화(無化)된 개인. 이들은 하나의 횃불이었다. 허리를 곧추세우고 무릎을 굽히지 않는 제식동작으로 일사분란하게 어둠을 뚫고 행진했다. 이들이 있는 힘껏 내지르는 함성으로 광장이 크게 울렸다.

행사의 클라이맥스는 출렁이는 횃불이 켜진 김일성 광장 한 가운데를 가르는 김일성이었다. 만면에 인자한 미소를 띤 '아버지 수령님'을 옹위하는 젊은 남녀의 얼굴은 인형처럼 무표정했다. 광장을 가득 메운 젊은이들은 횃불을 높이 치켜들고 김일성을 향해 함성을 질렀다.  

한편 지난 2016년 10월 하순부터 약 5개월 동안 광화문 광장을 점령했던 촛불시위에도 횃불이 등장한 적이 있다. 

2017.02.25 광화문 광장 촛불시위 장면(출처: 이다 블로그)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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