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법연구회 등 신주류 추진 안건 부결은 전례가 드문 일
판사들이 선거로 법원장 뽑는 제도...법원도 정치판 만들일 있나?
김태규 부장판사 "법원장, 지역법조 전체 영향...그런 식이면 주민들도 투표권 줘야"

전국법관대표회의 3차 임시회의 (연합뉴스 제공)
전국법관대표회의 3차 임시회의 (연합뉴스 제공)

우리법연구회 국제인권법연구회 등 사법부 내 좌파 성향 판사들이 주축이 된 '사법부 신주류(新主流)가 추진한 '법원장 추천제'가 전국 각급 법원 대표판사들의 회의체인 전국법관대표회의에서 부결됐다. '판사 노조' 논란이 적지 않은 법관대표회의에서 좌파 성향 판사들이 제출한 안건이 부결된 것은 전례가 드문 일이어서 주목된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관대표회의는 10일 경기도 고양시 사법연수원에서 열린 회의에서 ‘법원장 추천제’ 안건에 대한 투표를 벌인 결과 박빙의 차이로 부결됐다. 지금까지 법원 신주류가 제안한 안건은 법관대표회의에서 비주류의 반론이 크면 6대4, 크지 않으면 8대2 또는 9대1 비율로 가결된 것으로 알려져 이번 투표 결과는 이변으로 꼽힌다.

이날 부결된 ‘법원장 추천제’는 판사들이 선거로 법원장 후보를 선출하는 제도다. 선출된 후보를 대법원장에게 추천하면 대법원장이 이를 수용하는 방식이다.

법원장을 법관들이 선출한다면 민주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자칫 법원도 정치판·선거판이 될 우려가 있고 특정 성향 판사들이 세(勢)를 모아 사실상 인사권을 좌지우지할 수 있어 법원 안팎에서 비판이 적지 않았다. 이 때문에 좌파 성향 판사 가운데도 상당수가 이번 안건에 대해서는 거부감을 표시한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정권 출범과 김명수 대법원장 취임 이후 사법부내 우파 성향 비주류 법관의 상징적 존재 중 한 명인 김태규 울산지법 부장판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지금까지 주류가 제안하는 안건은 예외없이 가결돼 왔다”며 “그런데 오늘 처음으로 주류가 제안한 안건이 박빙의 승부로 부결됐다”고 밝혔다.

해당 안건은 법관 투표 결과, 반대가 48표로 찬성 45표보다 많았다. 

이 안건은 법원장 보임에 법관들의 의사를 반영한다는 1항과 순번제나 호선(互選)제 등 구체적인 방안에 대한 2항으로 구성돼 있었다. 법원장 호선제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자, 2항을 빼고 1항만 포함된 수정안에 대해 표결에 부쳤다고 한다. 

해당 수정안에 대해 48명이 찬성해 호선제를 사실상 반대한 것이다. 

이에 당초 1안과 2안을 모두 포함한 원안을 발의했던 일부 법관이 '과반수에 미달했다'는 이유로 재투표를 실시하자는 의견을 냈으나, 대다수 법관들이 재투표를 반대했다. 

김태규 부장판사는 “그들의 주장에 양보해 선출제를 하려면 사법행정의 중요한 축인 법원 일반공무원에게도 선거권을 주어야 한다. 지역 법조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인물을 선출하는 것이니 변협 내지 변호사님들의 의견도 반영해야 한다. 궁극적으로는 지역주민들에 의해 선출해야 하며, 법원장 뿐만 아니라 대법원장도 추천을 통해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해야한다”고 회의에서 반론을 제시했지만 수용 받는 느낌을 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왕의 간섭은 못 견디면서, 아전(衙前)이나 백성들이 자신들의 반열로 높여지는 것은 도저히 참지 못하는 사림들의 양반놀음”같다고 덧붙였다.

이번 대표회의에서는 법원행정처를 폐지하는 안은 의결하고 법원행정처 기능을 대신할 기구를 분리해 운영하는 방안이 제안됐다. 

이에 따라 사법정책과 사법행정에 관한 의사결정을 하는 회의체와 결정사항을 집행할 집행기구, 대법원 운영조직인 사무국을 분산 설치할 전망이다. 

법관대표회의는 이 외에도 ▲법관의 사무분담 기준에 관한 권고 의안 ▲법관 근무평정의 개선 의결사항 재확인 등 의안 ▲법관 전보인사 개선에 관한 의안 등도 추가로 논의할 예정이었지만 시간이 부족해 다음 회의에서 논의하기로 했다.

법관대표회의는 일선 판사들에게 사법행정에 대해 건의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해 올해 2월 상설화된 사법부 공식 건의기구다.

지난 4월 법관회의 의장에는 좌파성향 판사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출신인 최기상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가 선출됐다. 최 부장판사는 참석한 116명의 판사들로부터 93표의 지지를 얻어 '몰표 당선'됐다. 

'사법부 신주류'는 우리법연구회 국제인권법연구회 민변 출신 등 김명수 대법원장 사법부에서 요직을 장악한 좌파 성향 법관들을 지칭한다.

조준경 기자 calebcao@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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