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nN 수첩/조준경] '문탁자'란 신조어 만들어낸 대통령의 처신
[PenN 수첩/조준경] '문탁자'란 신조어 만들어낸 대통령의 처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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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준경 기자
조준경 기자

지난 6일 싱식적으로 쉽게 이해하기 힘든 사진 몇 장이 인터넷을 장식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영빈관 회의장에서 다리를 번쩍 들어 책상 사이에 걸친 케이블(전기줄)을 타넘어가는 모습이 담긴 사진이다. 처음엔 “저게 뭐 하는 걸까?”하고 유심히 봤다. 아마 대통령이 저렇게 행동하는 걸 처음 봐서 어이없었던 것이리라. 필자가 아직 젊기 때문에 더 세상을 살아온 분들에게 여쭤봐도 역대 대통령 중에서 저런 모습은 처음 봤다는 반응이 돌아왔다.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이날 문 대통령과 회의 참석자들의 악수가 끝나자 의전비서관이 손을 펼쳐 자리를 안내했다. 문제는 안내한 방향이 책상이 ‘ㄷ’자로 배치된 안쪽이었다는 점이다. 막다른 길에 다다르자 비서관들이 책상을 밀어 공간을 만들고자 했지만 케이블 하나가 책상 사이에 걸쳐 있었다. 이때 대통령은 한쪽 손으로 책상을 짚고 다리를 번쩍 들어올려 케이블을 뛰어넘어갔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의 수준을 알 법한 의전 수준도 문제지만 공식적인 행사에서 ‘길이 아닌 곳’을 억척스럽게 뛰어넘어간 문 대통령도 아무리 봐도 정상적 행태는 아니었다. 그런데 이걸 또 ‘소탈한 대통령’이라며 청와대가 자랑스럽게 사진을 공개했다.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

대통령은 국가 원수(元首)다. 외국에 대해서는 국가를 대표한다. 복잡한 의전이 있는 이유는 대통령의 말투와 행동거지가 곧 국격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일개 필부(匹夫)도 소년에서 어른이 되면 사회생활에 필요한 매너를 배운다. 나이 먹고 갈 곳, 안 갈 곳만 구분해도 철 들었다는 소리를 듣는다. 이번 사진이 외신을 통해 국제사회에 전해지면 '소탈한 한국 대통령'이란 반응이 나올까, 아니면 '어이없는 한국 대통령'이란 반응이 나올까.

문 대통령의 이런 ‘소탈한’ 행보는 이전에도 있었다.

지난해 12월 중국을 3박 4일 일정으로 국빈 방문했을 때, 문 대통령은 10끼 중 8끼의 밥을 혼자 먹었다. 공항에 영접 나온 관리는 ‘차관보급’이다. 아무리 기다려도 식사대접 소식이 안 왔는지 문 대통령은 베이징 서민식당에 들어가 ‘만둣국’을 먹는 쇼맨십을 발휘했다.

같은 해 독일에서 열린 G20행사 정상 단체사진 촬영때는 대통령 내외가 왼쪽 모퉁이에 꿔다놓은 보릿자루처럼 멀뚱히 서있고 다른 정상들은 서로 인사하며 대화하는 분위기가 연출됐다. 아예 가운데에 섰을 때는 좌우에 위치한 사람이 모두 문 대통령을 등지고 무시하기도 했다. 대통령 신분에 국민 세금으로 비행기타고 외국 나갔으면 대접받고 오는 것은 의무다. 그리고 총성 없는 전쟁터인 외교 현장에 갔으면 좀 야무지게 어울려 놀아야 국민 체면이 살 것 아닌가?

물론 그게 모두 문 대통령의 잘못은 아니다. 필자도 어떤 사람은 상대하기 싫어서 말 걸어오는 것도 그냥 피할 때가 있다. 그렇다고 대통령 행동이 저리 가벼우면 되겠나? 행동만 가벼운 게 아니라 정책도 가벼운 것 같다.

‘대통령 월탁(越卓)’사진이 공개되자 인터넷에선 곧장 날 선 비판이 일었다. 차마 옮기기도 민망한 살기등등한 글귀도 많았다. 지난 7일 한국갤럽에 따르면 문 대통령 직무 수행 부정평가에서 경제/민생 문제 해결 부족이 41%로 최대 비중을 차지했다. 가벼운 대통령 몸처럼, 국가 경제 정책도 깊은 고민 없이 가볍게 결정된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소셜미디어에는 문 대통령의 별명으로 '문재앙(문재인 정부 출범은 대한민국의 재앙이라는 뜻)', '문A4(정상급 회의때마다 A4용지를 들고 있어 붙은 별명)', '문석탄(북한산 석탄 밀반입 의혹과 관련된 표현)에 이어 이번에는 '문탁자(책상 뛰어넘어가 새로 붙은 별칭)'란 신조어(新造語)까지 나오고 있다.

문 대통령에 대한 세간의 평가는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한때 그를 열렬히 지지했던 국민 중에도 이제는 차마 변호하지 못하는 사람도 늘어나고 있다. 청와대가 책상 사이의 케이블을 뛰어넘는 대통령을 두고 ‘소탈한 행보’ 같은 소리할 때 국민은 얼굴이 화끈거린다. 무엇보다 국가 원수로서 대통령의 처신이 저리 가벼워서야 되겠느냐는 비판이 쏟아지는 현실을 문 대통령과 청와대는 직시하길 바란다.

조준경 기자 calebcao@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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