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전선언은 북한의 비핵화 진전에 달려있어...”
“지나치게 밀접한 남북관계, 자칫 한미관계 경색시킬 수 있어”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특별사절단의 방북 결과 발표에 대해 미국 정계는 대체로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미국의 목표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이며 ‘종전선언은 북한의 비핵화 진전에 달려있다’는 미국의 원칙을 거듭 강조했다. 김정은이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 내 비핵화’라는 시간표를 처음으로 제시한 것에 대해서도 ‘말보다는 행동을 보이라’며 진정성을 의심하는 분위기였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6일(현지시간) 자신에 대한 신뢰를 표명해준 김정은에게 감사의 뜻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반응은 존 볼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전화통화를 통해 대북특사단의 방북 결과에 대해 설명을 들은 직후 나온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북한 김정은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변함없는 신뢰’를 표현했다”며 김 위원장에게 감사하다고 했다. 이어 “우리는 함께 해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에 앞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북한이 지난 6월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한 비핵화 약속을 충족하려면 “할 일이 여전히 산적하다”고 했다.

인도를 방문 중인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수행 기자단과의 기자회견에서 “그동안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가 없었던 것은 좋은 일이지만 북한주민들의 더 밝은 미래를 위해 전략적 전환을 하도록 김정은을 설득하는 작업은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유엔 안보리 결의는 물론 김정은이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한 약속을 이행하도록 북한과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미 국무부는 대북특사단의 방북 결과와 관련해 “미국의 목표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라고 강조했다.

국무부 대변인실 관계자는 6일 김정은이 한국의 대북특사단을 만난 자리에서 비핵화 시간표를 제시한 것에 대한 미국의소리(VOA) 방송의 논평 요청에 “전 세계가 집중한 것은 김 위원장의 비핵화 약속”이며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의 약속은 이행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했다.

남북한이 오는 18일부터 20일까지 2박 3일 간 평양에서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하기로 합의한 것에 대해서는 남북 관계 개선 속도에 대한 신중한 입장을 확인했다. 그는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 판문점 선언을 재확인했다”며 “이는 남북관계의 진전이 비핵화 진전과 엄격히 보조를 맞춰 진행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문재인 대통령이 앞서 언급한 것처럼 남북관계 개선은 북한 핵 프로그램 문제 해결과 별개로 진전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남북 정상회담과 관계 개선이 미국의 북한 비핵화 노력에 도움을 줄 것으로 보는지 아니면 국제사회의 압박 캠페인을 훼손할 것으로 보는지를 묻는 질문에는 “미국은 모든 유엔 회원국들이 유엔 안보리 결의에 의해 금지된 ‘특정분야 제품(sectoral goods)’을 비롯해 유엔 제재를 완전히 이행하기를 기대한다”며 “모든 나라들이 북한의 불법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끝내도록 돕는 책임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종전선언이 한미동맹 약화나 주한미군 철수와 상관없다’는 김정은의 입장 표명에 대해선 “싱가포르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은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노력하고 한반도에 항구적이고 견고한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데 함께 노력하기로 합의했다”며 “영구적인 평화체제를 위한 노력은 완전한 비핵화를 향한 진보에 달려있다”고 선을 그었다.

미 상원의원들은 김정은의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거듭된 의지 표명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진정성에 한층 더 회의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김정은의 말은 진정성이 없는 이전 약속과 다를 바가 없다며 말보다는 행동을 보일 것을 촉구했다.

린지 그레이엄 공화당 상원의원은 6일 VOA에 “김정은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어떤 신뢰를 가지고 있다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남북 간) 이번 대화는 위험이 높거나 아니면 보상이 크지만 내가 바라는 것은 북한이 핵을 포기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상원 군사위원회 소속 마이크 라운즈 공화당 상원의원은 김정은이 대북특사단에게 비핵화 의지를 강조한 것은 비핵화를 지연시키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정은으로부터 ‘비핵화를 원한다’는 말을 들어 좋지만 북한은 행동을 전혀 보이지 않는다며 현재로선 말뿐인 단계라고 했다.

상원 외교위 소속 제프 플레이크 공화당 상원의원도 “김정은의 이전 약속도 진정한 약속이 아니었다”며 “북한이 핵 프로그램을 동결할 가능성은 있지만 비핵화 의지가 있다고 믿은 적은 단 한 번도 없다”고 했다.

신임 상원 군사위원장인 제임스 인호프 공화당 상원의원은 김정은이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 내 비핵화라는 시간표를 언급한 것에 대해 진정성에 모순되는 행동이라며 북한의 의도를 경계했다. 인호프 위원장은 “김정은이 비핵화에 정말로 진지하다며 비핵화 시간표를 언급할 필요조차 없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위협이 닥쳤을 때 곧바로 보복하는 방식으로 대응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북한은 두려움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한편 미 전직관리들은 북한으로부터 비핵화 다짐을 받은 것은 고무적이지만 여전히 세부합의가 없다고 지적했다. 한국정부는 한미관계에 흠집을 내려는 북한의 의도에 현명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경계의 목소리로 나왔다.

조셉 디트라니 전 6자회담 미국 측 차석대표는 6일 VOA에 “대북특사단이 북한을 방문한 점과 (비핵화 의지를 밝힌) 김정은의 발언은 매우 긍정적이지만 이제는 상세한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첼 리스 전 국무부 정책기획실장은 “말은 성공의 척도가 아니다”며 “북한은 지난 1991년 이래 비핵화 의지가 있다고 주장해왔다”고 꼬집었다. 이어 “이는 새로운 메시지가 아니며 새로운 것이 있다면 이는 메시지의 전달 방식”이라고 했다.

데니스 와일더 전 백악관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은 “북한의 의도는 시험해 볼 필요가 있다”며 “북한이 미국과 한국 간 분열을 적극 조장하는 모습을 봐왔기 때문에 한국정부는 어떤 결정을 내리는 데 신중하고 조심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어 “중요한 문제는 미국과 한국이 공동의 목표인 비핵화를 이루기 위해 뜻을 같이 하는 것”이라며 “지나치게 밀접한 남북관계가 자칫 한미관계를 경색시킬 수도 있다”고 했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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