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파 정책으로 교육 양극화 경제 이상으로 심각 
혁신 학교 등 실패 감추려 통계 축소에 왜곡까지
‘무능 김상곤’ ‘무지 유은혜’로 교육 문제에 손 놓은 것 아닌가

홍찬식 객원 칼럼니스트

서민을 위한다는 좌파 경제정책이 소득 양극화를 줄이기는커녕 더 심화시켜 가난한 사람들을 울리는 역설을 우리는 요즘 체험 중이다. 똑같은 양상이 벌어지는데도 다수 국민들의 무관심 속에 지나쳐버리는 분야가 있다. 좌파 교육정책이다.

전국 17개 교육청 가운데 14곳의 교육 권력을 차지한 좌파 교육감들의 트레이드마크가 혁신 학교다. 김상곤 교육부총리는 경기도교육감 시절에 혁신 학교 근처의 아파트 전세 값이 다른 곳보다 높다고 자랑한 적 있다. 젊은 학부모들이 혁신 학교라는 이름만 보고 솔깃했던 모양이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혁신 학교는 학력 저하의 대명사임이 드러나고 있다. 

정부 주관으로 치러지는 2016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조사에서 혁신 학교 고교생의 기초학력 미달 비율은 전체의 11.9%로 전국 고교 평균인 4.5%보다 2.6배 많았다. 기초미달 학생은 학업성취도 시험에서 100점 만점에 20점미만의 점수를 얻은 학생들을 말한다. 생각해 보시라. 4지 선다형 객관식 시험에서 같은 번호를 찍더라도 확률적으로 25점은 맞을 수 있다. 기초 학력 미달 학생은 그보다 못한 수준이라는 의미다. 학생들을 기존 교육의 틀을 깨기 위한 실험 대상으로 삼는 혁신 학교의 성격 상 학력 저하는 당연한 귀결이었다. 

또 다른 통계를 보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세계 70개국의 15세 학생들을 상대로 3년마다 실시하는 국제학업성취도 평가(PISA)라는 게 있다. 가장 최근 실시된 2015년 조사에서 한국 학생들은 사회경제적 지위가 하위 25%인 학생들이 상위권 성적을 얻는 비율이 급락했다. 가난한 집 아이가 공부 잘하기 어려워졌다는 의미다. 한국은 2012년 평가 때만 해도 이 비율이 54.9%를 차지했으나 2015년에는 36.7%로 18.2% 포인트 떨어졌다.

외국 학자들은 이 통계를 보고 그 몇 년 사이에 한국 교육에 무슨 일이 있었느냐고 우리 학자들에게 물어온다고 한다. 배경을 분석한다면 2013년 취임 이후 ‘행복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좌파 교육에 영합했던 박근혜 정권의 잘못도 있지만 절대 다수 좌파 교육감들이 이 물음에 답해야 할 것이다. 저소득층이야말로 자녀들의 학력이 저하되고 신분 상승의 기회가 막혀버리는 최대 피해자다. 

좌파 세력은 이런 통계마저도 축소하거나 왜곡할 태세다. 국내 학업성취도 평가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과거 ‘전수 평가’에서 학생 3%만을 뽑아 실시하는 ‘표집 평가’로 변경됐다. 시도별 평가 결과와 학교별 평가 결과도 공시 대상에서 제외했다. 경제 통계가 마음에 안 든다고 통계청장을 경질한 것처럼 학력 저하와 학교별 차이 같은 불리한 뉴스가 싫었을 것이다.

게다가 좌파 교육감들은 기존 학업성취도 평가가 상상력 창의력 등을 측정하지 못한다며 새로운 평가시스템을 만들겠다고 나섰다. 전국적으로 1000개가 넘어버린 혁신 학교에 대한 학부모들의 불신과 불안감이 커지자 아예 평가 기준을 바꾸겠다는 것이다. 축구로 말하면 득점이 안 된다고 골대를 다른 곳으로 옮기려는 것이다. 기초 학력 없이는 감성 능력도 나오지 않는다는 것은 과학적 진리다. 상상력을 어떻게 수치로 측정하겠다는 것인지 알 수 없는 일이다.

교육 양극화를 해소하거나 최소한 완화시키기 위해서는 국가 역할이 중요하다. ‘서민 정부’와 ‘평등한 세상’을 입에 달고 사는 문재인 정부라면 더욱 사명감을 갖고 나서야 한다. 하지만 이 정부는 교육 문제에서 정부의 존재감마저 느껴지지 않는다. 최근 현 정부의 교육정책에 대한 긍정 평가가 26%라는 여론조사 결과(한국 갤럽)가 나오자 “그리 형편이 없는데 어떻게 26%의 수치가 나올 수 있는지 놀랍다”는 반응이 나온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 개선될 전망이 보이지 않는 점이다. 교수로서의 명망보다는 논문 표절 의혹과 강남 아파트 매각 문제 등으로 훨씬 유명해진 김상곤 교육부총리의 후임으로 유은혜 국회의원을 지명한 것을 보면 그렇다. 유 의원이 인사청문회를 통과한다고 해도 그는 길어야 1년 남짓이면 교육부총리 자리를 떠날 사람이다. 2020년 4월 총선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전임 김상곤 부총리는 교육정책을 발표했다가 번복해 일대 혼란을 일으키거나 ‘공론화 결정’이라는 이름으로 슬그머니 뒤로 빠져 버렸다. 무능의 극치라고 할 만 하다. 그 후임자로 1년짜리 시한부 인사를 임명하겠다는 것은 이 정권이 교육 문제에 별 관심이 없음을 보여준다. 더구나 유 의원은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학교 현장을 도외시한 법안 발의로 원성을 자아냈다. 그런 그가 자신의 전문성 부재를 추궁 당하자 “어릴 적 교사가 되는 게 꿈이었다”고 대답한 것은 황당하기까지 하다. ‘교육을 팽개친 정부’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여러 발언 중에서 개인적으로 인상적이었던 것은 2009년 7월 흑인 사회를 향해 던진 ‘쓴 소리’였다. 그는 흑인 학부모들에게 “지금이라도 아이들의 게임기를 빼앗고 책을 읽어주라”고 요구했다. 흑인 아이들에게는 “환경이 안 좋은 것이 나쁜 성적과 수업을 빼먹는 이유가 될 수 없다”며 “백인 학생보다 불리한 만큼 더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고 질책하기도 했다. 필요할 때 이런 솔직한 화법이 최고지도자로서 책임 있는 자세라는 점에서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한국의 지도자들은 좌우를 막론하고 미래 세대에게 듣기 좋은 소리, 기분 좋은 단어들만 나열할 뿐 정작 그들에게 절실히 필요한 말, 실질적으로 도움 되는 일은 하지 않는다.  

그러는 사이 저소득층 아이들은 스스로 그 이유도 깨닫지 못한 채 빈곤 세습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다. 학부모, 특히 가난한 학부모들은 ‘혁신’ ‘진보’ 같은 겉포장에 제발 속지 말기를 바랄 뿐이다.

홍찬식 객원 칼럼니스트(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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