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우 칼럼] 야만 시대의 방조자–이산가족 상봉에 가려진 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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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초승인 2018.09.07 10:28:05
  • 최종수정 2018.09.08 18:24
  • 댓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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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가족 자유상봉 원천 거부, 北의 억지…야만사회서 일어나는 일
정말 인도주의 추구한다면 이산가족 전체 생사확인부터 진지하게 요구해야
야만 정권 비위 거스르지 않으려는 정부나 적십자사도 비난 대상
전대협 4기 의장 출신 與송갑석 '납북자→실종자 법안', 살인을 자살이란 격
北인권예산 삭감, 北정권 지원예산은 늘린 그들의 인권·민주주의는 무엇인가
김석우 객원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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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8월 20일부터 금강산 면회소에서 남쪽의 89명, 북쪽의 81명의 초 고령 노인들이 전쟁으로 70년간 헤어졌던 이산가족들을 각각 2박 3일간 도합 12시간씩 만났다. 중앙일보는 “당첨된 이들에게는 상봉로또요, 생존자들에겐 희망고문인 셈”이라고 지적하였다.

전혀 상봉을 못하는 것보다는 그나마 다행이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당국이 이루어낸 특별한 성과로 생각한다면 그야말로 야만사회의 사고방식이다.

우리 대한민국은 선진국으로 진입하였다고 하는데도, 아직도 억지와 떼쓰기가 통용되는 야만적 요소가 남아 있다. 대표적인 것이 이산가족 문제다. 문제의 근원은 북한당국의 생떼와 억지에서 시작한다.

1949년 제네바에서 채택된 4개 협약은 무력분쟁에 적용될 인도주의적 법규범으로 이미 관습법화 되었다. 육전·해전에서의 군대부상자 및 병자의 상태개선, 포로에 대한 대우, 그리고 전시민간인의 보호를 위한 것이다.

전투상황 속에서도 전투요원이 아닌 민간인은 보호해야 한다는 것이 주요 원칙이다. 전투행위가 끝나면 민간인들이 헤어진 가족과 합류하고 원하는 장소에서 안전한 생활로 복귀하도록 해주어야 한다. 그것이 거주이전의 자유, 건강한 가족생활을 영위할 권리와도 일관하는 원칙이다.

1953년 7월 27일 정전협정 체결로 한반도에서 전투행위가 종료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산가족들이 자유롭게 부모형제를 만나는 것은 원천적으로 거부되었다. 야만사회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1971년 최두선 대한적십자사 총재가 1천만 이산가족들의 인간적 고통을 해소하고 궁극적으로 재결합을 주선하기 위한 남북적십자회담을 제의하였다. 72년 6월 16일 남북 예비회담에서 (1) 이산가족의 생사 소재확인 및 통보, (2) 상봉 및 방문, (3) 서신거래, (4) 가족 재결합, (5) 기타 인도문제 해결을 본회담 의제로 합의하였다. 실제 본회담에 들어갔으나 북한 측의 정치문제 제기로 말미암아 아무런 실질적 해결을 보지 못한 채 중단되었다.

그런 교착상태에서 남북 관계에 물꼬가 트일만할 기회에 남북 양측 각 100명 내외가 그들의 가족 친척들을 만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몇 시간의 제한된 만남 이후 영원히 헤어지는 이별의 비극을 언론이 보도하여 전 세계 시청자들의 눈물을 자아낸다. 과연 인도주의적인 조치인가? 정치적 쇼에 지나지 않는다.

정말 인도주의를 추구하는 당국이라면 적십자의 기본정신에 따라 이산가족의 생사확인부터 시작하는 성실한 노력을 해야 한다. 우리 적십자사는 북한당국에게 전체 이산가족의 생사확인을 얼마나 진지하게 요구하여 왔는가? 시민단체들의 질책을 면하기 위해 기록상 몇 마디하고 눈물 흘리는 이산가족 상봉을 과대포장해서 적십자정신에 충실했다고 발뺌하는 것이 아닌가? 곧 노인들이 사망하고 나면, 문제가 해결되었다고 오리발을 내미려는 것이 아닌가?

남북 적십자사가 진정성을 가지고 노력하면 이산가족의 생사 확인은 어렵지 않다. 세계 최고의 해킹 기술을 자랑하는 북한 당국이 전산화가 안 되어 확인이 어렵다고 하는 것은 핑계에 불과하다.

자신의 부모 형제가 살아있는지, 살아있다면 어디에 있는지, 부모님이 돌아가셨으면 제삿날은 언제인지는 최소한 알아야 하는 것 아닌가? 북한당국이 그와같은 인간으로서의 최소한의 요구조차 거부한다면, 전쟁으로 인한 민간인 피해를 해결할 의무는 게을리 하고, 경제적 이득을 뜯어내려는 데만 눈독 들이는 것이다. 문명국이 아니고, 야만국임을 폭로하는 것이다. 그 야만 정권의 비위를 거스르지 않기 위해 해야 할 요구를 삼가 하는 대한민국의 정부나 적십자사도 야만의 비난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8월12일 광주출신 송갑석 의원을 비롯한 12명의 통합민주당 국회의원이 6.25전시 “납북자”를 “실종자”로 바꾸자는 법 개정안을 제출하였다. 북한당국이 강한 거부감을 보이는 단어라는 이유다. 북한 정권의 비위를 맞추는 것이 그렇게 중요한가? 8만1821명 6.25전시납북자 가족협의회(이미일 이사장)회원들은 피가 거꾸로 솟는다. 정권에 의한 납치를 실종이라고 바꿔 부르는 것은 살인을 자살이라고 하는 것과 같다고 울부짖는다.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마치클 커비, 마르주키 다루스만, 소냐 비세르코 3인 위원)가 2014년 2월 17일 유엔총회에 제출한 최종보고서는 북한에서는 “광범위하고, 조직적이며, 심각한” 인권침해가 자행되고 있고, 이는 “인도에 반한 범죄(crimes against humanity)”에 해당한다고 결론지었다. 그 사유 중에 전시 및 전후 납북자 문제, 국군포로문제, 1969년 KAL항공기 납치사건도 주요항목으로 포함되어 있다. 그 범죄행위는 아직도 진행 중이고, 책임자들은 유엔 안보리가 결정하면 국제형사재판소에 제소될 사안이다.

임종석 전대협 제3기 의장 다음의 제4기 의장이던 송갑석 의원은 자민통 관련한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5년간 옥살이를 했다. 그가 전향을 했다는 얘기는 듣지 못했다. 그의 조국이 어디인지도 의심스럽다. 그들은 대한민국의 민주화 투사였다고 주장한다. 정말 자유민주주의와 인권에 대해 어떠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하다.

9월 18일 문재인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한다고 한다. 북한이 비핵화 한다는 전제하에 남북 경제협력을 추진하려고 지금 급발진하려고 한다. 말로는 북한의 비핵화를 촉진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이는 순서가 틀린 것이다.

미북 협상뿐만 아니라, 지금 전 세계적으로 북한의 비핵화가 핵심의제로 되어 있고, 국제적인 제재와 압박이 초미의 현안인데, 이러한 국제적 협력에 구멍을 내지는 말아야 한다. 남북정상회담에서는 당연히 북한의 비핵화가 핵심의제가 되어야 한다. 남북경협은 그 다음 일이다. 순서를 뒤바꿔서는 안 된다.

나아가 통일이라는 원대한 꿈을 구상한다면, 북한 인권, 전시 및 전후 납북자 문제, 국군포로문제와 같은 인권문제를 당연히 김정은에게 제기해야 한다. 사람을 우선으로 한다는 정부가 납북자, 국군포로와 같은 문제제기를 회피한다면 말이 되는가? 뭐가 무서워서 입도 벙긋하지 못한단 말인가?

정부가 2019년도 수퍼예산 편성에서 북한인권 관련 예산을 대폭 삭감했다. 전년도 138억원에서 25억원으로 줄였다. 반면 남북협력기금은 9624억 원에서 1조1004억 원으로 늘렸다. 북 비핵화조치가 지지부진한데도 북정권에 지원할 예산부터 늘렸다. 순서가 뒤바뀐 것이다. 노예와 같은 북한주민들을 짓밟는 독재자의 비위를 거스르지 않기 위해 노심초사하는 것이다. 그들이 말하는 인권과 민주주의는 무엇인가? 인권변호사는 북한동포가 아닌 북한 정권을 위한 변호인인가?

김석우 객원 칼럼니스트(現 21세기국가발전연구원 원장, 前 통일원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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