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회담 장소는 중립적이어야...평양 개최 매우 위험"
"북한 편들기式 외교는 한미동맹 악화·국제사회의 신뢰 실추 불러올 것”
“김정은, 비핵화 진심이라면 ‘한반도 비핵화’ 아닌 ‘북핵폐기’라 표현했어야...”

김태우 전 통일연구원장
김태우 전 통일연구원장

김태우 전(前) 통일연구원장은 6일 대북특별사절단이 ‘문재인-김정은 3차 남북정상회담의 평양 개최’ 등의 결과물을 들고 돌아온 것에 대해 “문재인 정부가 또다시 위험부담이 높은 중재외교를 시작했다”고 우려했다. 김 원장은 “현재 미국과 북한은 비핵화와 관련해 누가 먼저 행동에 나설 것인가 즉 ‘시퀀싱(sequencing)’에 대한 의견대립을 보이고 있다”며 “앞으로 문 정부가 남북경협 등을 가속화하는 등 북한측 입장에만 초점을 맞춘 중재를 계속 해나갈 경우 한미동맹이 매우 악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남북정상회담 장소가 역사상 세 번째로 평양에서 개최되는 것에 대해 북한의 선전선동에 이용될 가능성이 높다며 우려를 표했다. 다음은 문재일 대통령의 대북특사단의 방북 결과 발표 직후 김 원장과 나눈 문답 내용이다.

 

Q. 대북특별사절단의 방북 결과 발표를 어떻게 보셨는지?

A. 문재인 정부가 또다시 위험부담이 높은 중재외교를 시작했다.

현재 미국과 북한은 비핵화와 관련해 시퀀싱 즉 누가 먼저 행동에 나설 것인가에 대한 의견대립을 보이고 있다.

북한이 지금까지 취한 이른바 ‘비핵화’ 조치는 두 가지다. 첫째 풍계리 핵실험장 입구 폐쇄, 둘째 동창리 핵미사일 발사장 부분 해체. 북한은 ‘우리가 이렇게 큰 비핵화 조치를 했으니 이제 종전선언에 서명하고 미북 관계개선에 들어가자’고 주장한다. 반면 미국은 ‘한미연합훈련 중단이라는 가장 큰 카드를 양보했고 대북제재도 이미 많이 느슨해지지 않았느냐’는 주장이다.

미북 간 의견차이로 인해 종전선언 논의가 중단된 바로 이런 시점에서 한국정부가 중재에 나선 것은 원칙적으로 당연한 일이라고 본다. 그러나 미국과 북한 모두를 동시에 만족시키는 중재안이 있기는 어렵다. 한국은 또다시 중대한 기로에 선 것이다. 미국에 보조를 맞출 것이냐 아니면 북한에 보조를 맞출 것이냐 하는... 대북특사단의 발표에 따르면 한국이 앞으로 북한측 입장에 초점을 맞출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Q. 김정은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의지를 적극 피력하면서 전세계가 이를 몰라주는 것이 답답하다고 호소했는데?

A. 김정은이 진심이라며 ‘한반도 비핵화’가 아니라 ‘북핵폐기’ 의지가 있다고 밝혀야 한다. 김정은은 왜 자꾸 ‘한반도 비핵화’란 표현을 사용하나? 모두 알다시피 북한이 말하는 ‘한반도 비핵화’는 남조선에 대한 미국의 핵 영향력을 싹 제거하는 것이다. 핵우산, 핵전략자산 전개를 하지 말라는 것이다. 이 과정이 완성되면 북한도 핵폐기를 고려해보겠다는 듯이다.

김정은이 정말로 ‘우리는 할 만큼 했는데 왜 전 세계가 이에 제대로 보답해주지 않느냐’고 말할 수 있으려면 ‘한반도 비핵화’라는 용어를 더 이상 쓰면 안 된다. 반드시 ‘북핵 폐기’란 용어를 사용해야 한다.

 

Q. 미국이 비핵화보다 앞서는 남북관계 개선 특히 남북경협에 불편한 시선을 보이고 있다. 문정부의 중재외교로 인해 한미관계가 악화되지는 않을까?

A. 우리는 잃는 것과 얻는 것을 따져봐야 한다. 가장 우려되는 상황은 앞으로 한미동맹이 악화되고 미국의 신뢰를 잃는 것이다. 반면 성과라고 한다면 북핵문제가 타결되지 않는 상황에서도 남북관계가 계속 진전하는 것이다.

문 정부는 이념적 목표를 가지고 남북관계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시각에서 볼 때 ‘동맹 신뢰 실추’, ‘국제사회의 신뢰 실추’ 등 잃을 것이 더 많아 보인다.

그동안 미국은 한국에 상당히 많은 경고를 보냈다. 남북철도를 연결한다고 할 때 유엔사를 통해 거절했고,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의 개소를 서두르지 말라고 분명히 말했다. 대북제재문제에 대해서도 주시해 보겠다고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특히 남북정상회담에 대해 ‘서두르지 말라’는 메시지를 여러 형태로 보냈다. 미 정계에서 한국을 향해 ‘과속하지 말라’는 경고도 흘러나왔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미국의 목소리를 무시했다. 앞으로 한미관계에서 잃을 상당한 손실이 우려된다.

 

Q. 대북제재 공조 반열에서 이탈하고 있는 한국정부를 향한 미국의 반응은?

A. 인내하거나 아니면 더 강한 메시지를 던질 수도 있다. 

 

Q. 남북정상회담 장소가 또다시 평양으로 결정된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는가?

A. 남북정상회담을 평양에서 개최하는 것에 매우 반대한다. 정상회담은 판문점에서 열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구태여 왜 또 평양에서 하겠다는 것인가? 그동안 대통령이 평양에 갈 때마다 우리가 우려하는 일들이 굉장히 많이 발생했다.

지난 2000년 김대중 대통령이 평양에 갔을 때 북한매체들은 ‘남조선 김대중 대통령이 평양에 와서 김정일 장군님을 알현하였다’고 보도했다. 북한은 ‘남쪽의 대통령이 정부가 바뀌면 우리한테 와서 인사를 한다’는 식으로 우리 대통령의 평양 방문을 선전수단으로 이용한다. 모든 행사가 북한 지도자의 위상을 높이는 쪽으로 진행된다.

북한처럼 국내 정치에 모든 것을 활용하는 나라를 상대할 때는 정상회담의 장소 선정도 중립적이어야만 한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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