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FTA 폐기 문서 트럼프 결재 직전 참모가 훔쳐 없앴다" 등 한국관련 내용도 포함
워터게이트 특종’ 밥 우드워드의 신간 ‘공포: 백악관 안의 트럼프’ 일부 공개
트럼프 집권 이후 백악관 ‘내부 갈등·뒷말’ 묘사...11월 중간선거에 파장 촉각
'북핵 선제타격 플랜 요청, 시리아 대통령 암살 명령, 트럼프에 대한 뒷말' 등 포함돼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해 등장 인물들, 일제히 책 내용을 부인하는 성명 내
트럼프 “속임수로 만들어져...우드워드는 민주당 첩보원인가? 타이밍에 주목한건가?”
샌더스 대변인 “날조된 이야기...불만 많은 전직 직원들의 말”
국방부 대변인 “우드워드, 책에 인용된 내용 중 국방부 內 누구와도 확인한 바 없어”

밥 우드워드 신간 표지

'워터게이트 사건' 특종기자인 밥 우드워드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집권 이후 백악관 내부의 갈등을 폭로한 책 내용이 4일(현지시간) 일부 공개되며 파장이 커지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와 CNN 등 미 언론은 오는 11일 발간될 예정인 ‘공포: 백악관 안의 트럼프(Fear: Trump in the White House)’ 사본을 입수했다며 그 내용 일부를 미리 공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중간 평가가 될 11월 중간 선거를 두 달 앞둔 만큼 논란이 예상된다.

현재 워싱턴포스트(WP)의 부편집장인 우드워드는 이 책을 쓰기 위해 백악관 고위 관리들을 만나 수백 시간이 넘게 얘기를 나눈 것으로 전해진다. 보도에 따르면 '공포'는 트럼프 대통령의 '독특한' 국정운영 스타일과 그를 보좌하는 주변인들의 '좌절'을 그리고 있다.

트럼프 정부를 파헤친 책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연초 발간된 마이클 울프의 '화염과 분노'는 미 서점가에서 주목받았고, 최근에는 전직 백악관 참모 오마로자 매니골트 뉴먼이 회고록 '언힌지드(Unhinged)'를 펴내고 트럼프 대통령의 인종차별적 발언 등을 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우드워드의 책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폐기를 위한 서한을 작성했으나 게리 콘 전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이 이를 책상에서 몰래 치웠다’는 내용과 ‘북 선제타격’,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의 암살 명령’,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무시당한 관리들의 이야기’,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켈리 비서실장과 매티스 국방장관의 뒷말’ 등이 담겨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밥 우드워드

▲"한·미 FTA 폐기 서류, 개리 콘이 트럼프 책상에서 훔쳤다"

게리 콘 전 국가경제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공공연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폐기하려 했을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관련 서한에 사인을 할까봐 편지를 대통령의 책상에서 훔쳤다고 말했다. 공식서한이었던 해당 서한은 대통령 서명만 남겨 놓은 것으로 서명하는 순간 즉각 효력을 발휘하게 돼 있었다. 콘 위원장은 나중에 측근에게 "대통령이 그(편지)것을 보도록 놔둘 수 없었다. 사인할까 두려웠다. 난 나라를 지키기 위해 그걸 훔쳤다"고 털어놓은 것으로 전해진다.

▲‘북한 선제타격 검토’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한 달 뒤 시점에 조지프 던퍼드 합참의장에게 북한에 대한 선제 군사 공격 플랜을 요청했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한 한반도 내 대규모 주한미군 주둔의 중요성에 대해 꾸준히 의문을 제기했다고 한다. 지난 1월 19일 열린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자리에서는 15분 걸리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 감지를 7초 안에 할 수 있는 특수정보임무와 관련, 정부가 왜 이 지역에 재원을 써야 하는지 의문을 제기한 것으로 전해진다.

또한, 지난해 9월 트럼프 대통령이 유엔총회 연설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리틀 로켓맨’이라고 부르며 표면적 갈등이 고조될 당시 참모들 중 일부는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자극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고 한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롭 포터 당시 백악관 선임 비서관에게 "이것은 지도자 대 지도자, 사나이 대 사나이, 나와 김(정은)에 관한 것"이라며 이 상황을 ‘의지의 대결’로 본다고 말했다고 우드워드는 전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해 등장 인물들은 일제히 책 내용을 부인하는 입장을 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매티스 장관, 켈리 비서실장,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이 낸 성명을 잇따라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올리며 우드워드의 책 내용을 반박했다.

그는 "우드워드의 책은 이미 매티스 장관과 켈리 비서실장이 반박했고 신뢰를 잃었다"며 "인용된 내용은 사기와 대중에 대한 속임수로 만들어졌다. 다른 책, 인용문들과 마찬가지다. 우드워드는 민주당 첩보원인가? 타이밍에 주목한건가?(Notice timing?)"라고 트윗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보수 성향 인터넷 매체 '데일리 콜러'와의 인터뷰에서도 우드워드의 책에 대해 "끔찍한 것(nasty stuff)일 뿐"이라 말하며 "우드워드는 신뢰도에 문제가 많다"고 주장했다.

그는 자신이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폐기를 위한 서한을 작성했으나 게리 콘 전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이 이를 책상에서 몰래 치웠다는 내용에 대해서도 "사실과 다르다. 지어낸 것일 뿐"이라며 "아무도 내게서 뭘 가져가지 않았다"고 말했다.

샌더스 대변인도 성명에서 "이 책은 날조된 이야기일 뿐"이라며 "불만을 가진 많은 전직 직원들이 트럼프 대통령을 나쁘게 보이게 하려 말한 것들"이라고 평가절하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인에게 전례 없는 성공을 안겨주기 위해 관료 절차를 뚫고 나가고 있다"며 "때로는 관습을 벗어나기도 하지만 항상 결과를 얻는다"고 트럼프 체제를 옹호했다.

또 "민주당과 언론계 그들 동료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이 작동하고 있고 이렇게 성공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2020년 대선에서 그를 이길 사람은 절대로-없다"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5∼6학년 수준'이라 말했다고 묘사된 매티스 장관 역시 성명을 내어 "대통령에 대한 모욕적인 이야기들은 결코 내가 하거나 내가 있는 데서 나온 말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롭 매닝 국방부 대변인도 "우드워드는 매티스 장관이나 국방부 내 누구와도 책에 인용된 내용을 인터뷰 또는 논의하거나 확인한 바 없다"고 전했다.

켈리 비서실장은 백악관을 통해 배포한 성명에서 "내가 대통령을 멍청이라 불렀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항상 나의 위치를 알고 있고, 트럼프 대통령과 나는 둘다 이 이야기가 완전히 헛소리(B.S)라는 걸 안다"고 말했다.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대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 암살을 제안했다'는 책 내용에 관한 질문에 "시리아 공격에 관한 모든 대화에 참여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아사드 암살에 관해 언급하는 것은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다"고 답변했다.

내용 자체도 민감한데다가 '밥 우드워드'라는 이름값이 더해지면서 책은 출간되기도 전에 아마존 '톱 셀링' 리스트에 올랐다고 AP통신은 전했다.

CNN은 "밥 우드워드가 묘사한 혼란스러운 백악관 내부 모습은 그간 주류 언론이나 마이클 울프의 책, 오마로자의 회고록 등에 등장한 모습과 놀랍도록 일치한다"며 "이같은 일관성은 이 이야기들이 '사실이다'라는 것 외에 다른 방법으로는 설명할 길이 없다"고 책의 이야기에 힘을 실어주기도 했다.

이세영 기자 lsy215@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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