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대체로 청소년기에 정치적 이데올로기를 경험한다. 뜻도 모를 반항심으로 부모나 기성세대에 반항하고 국가나 제도를 비판하게 되는 것이 그것이다. 그러한 반항적 경향을 필자의 기준으로는 좌파경향이라고 일컫는다. 물론 대다수의 사람이 마음은 그렇다고 하더라도 행동까지 그러하지는 않다. 아무 생각도 없이 착실히 공부만 열심히 하면서 학창시절을 보내거나 연애가 목적이었던 친구들도 있다. 좌파경향은 정신의 메커니즘이며 이 단어는 단위시간에 영향을 받는다. 만약 그것이 일순간에 행동으로 나타났다면 그것은 경향이라기보다는 발작이다. 극히 소수의 사람들은 자신이 설정한 가치관을 기준으로 오차범위를 넘은 부분에 대하여 비판하거나 반항심을 행동에 옮기는 경우가 있는데, 인내심이 부족한 나머지 발작적인 행동을 보이는 부류가 있다. 그들을 일러 운동권이라고 부른다.

필자의 정치적 성향을 좌파로 분류할 수 있었던 시절은 김영삼 정부 시절에서부터 노무현 정부까지였던 것 같다. 그 이전에는 세상물정에 관심이 없었으므로 이때부터가 사상적 사고를 갖게 된 시기라고 할 수가 있다. 최근 일각에서는 김영삼을 보수의 적통을 이어받았다고 하여 보수로 분류하고 있다. 그러나 필자의 생각으로는 당치가 않다. 김영삼의 좌파본색은 당시의 중앙청 철거사건에서 잘 드러나고 있다. 멀쩡한 역사적 건물을 일제 잔재라고 하여 일거에 철거해버린 사건으로, 정작 후손에게는 그 어떤 판단의 기회도 경각심의 기회도 빼앗아 멸실해버리는 사건이었다. 사적 가치로 따지더라도 수십조의 국고손실이었다고도 할 수가 있다.

형평성을 고려하여 여기서부터는 좌파를 진보로 고쳐 부르기로 하자. 청산, 철폐, 파괴, 철거와 같이 센 발음은 운동권과 진보의 전유물이다. 필자는 운동권을 경멸한다. 김영삼 이후 대선부터는 김대중과 노무현에 투표하였는데 알다시피 두 전직 대통령은 진보이면서도 대학의 운동권과는 약간의 거리가 있는 고졸 출신이다. 노무현의 서거 이후부터 필자는 보수성향을 지니게 된다. 현재 필자의 성향은 선택적 보수이며 선택적 친일이다. 이 말뜻은 본인의 정체가 뚜렷하지 못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이쪽으로도 갔다가 저쪽으로도 갈 수 있는 성격의 소유자로서 좋은 뜻으로는 융통성이 있다는 의미이고 나쁜 뜻으로는 회색분자라는 뜻이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현재의 보수집단과는 완전히 다른 각도에 있다는 것이다.

필자가 싫어하는 진보 논리 중에는 ‘틀림과 다름’의 논리가 있다. 아니 꼭 진보들의 논리라고는 할 수 없으나 그들이 이 언어를 자주 입에 담았기에 하는 말이다. 그들이 말하기를, 틀림과 다름은 생각의 차이, 즉 남들이 틀리게 보이는 것은 남들이 틀린 것이 아니고 나와 다른 것일 뿐이라고 했다. 당신도 옳고 나도 옳다는 뜻이다. 여기서 1인칭은 상대방에 대한 지칭이다. 여기까지는 그 뜻을 나무랄 일이 없다. 조금 깊게 생각을 가져보면 이 행위는 행위자 자신의 모순에 대한 자기합리화작업임을 대충 알 수가 있다. 이미 틀림과 다름을 알고 있거나 실천하고 있다면 굳이 그것을 노래할 이유가 없다.

적폐청산이라는 미명으로 초유의 정권을 휘두르고 있는 요즘 그들은 틀림과 다름의 논리 대신에 말을 바꾸어 ‘옳고 그름과 다름’의 차이를 내세우고 있다. 나와 당신은 다름의 차이이고 내 생각과 당신의 생각은 옳고 그름의 차이라고 한다. NL(자주파=주체사상기반)과 PD(평등파=사회주의기반)는 다름의 차이이고, 김대중과 박정희는 옳고 그름의 차이, 즉 내 생각은 옳고 당신 생각은 그르다는 이야기다. 여기서 1인칭은 자신에 대한 지칭이다. 자신들의 처지에 따라 간교하게 말과 위치를 바꾸어버리는 이 사실만으로도 그들의 행위는 얼마나 모순인가?

나라가 시끄러울 때일수록 '온 국민이 하나가 되었으면'하고 바람을 가지게 된다. 다만 한 가지 조건이 있다. 자신이 생각하는 쪽으로 그렇게 되기를 바란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자신의 이해득실을 생각하지 않고 오직 국가가 잘 되기만을 바라는 것은 그토록 어렵지가 않다. 정권이 바뀐다고 해서 혼자서 당장 손해를 본다거나 국가와 자신 간에 이해관계의 구도가 표면적으로는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세금이 오른다고 자신에게만 부담이 주어지는 것도 아니므로 복잡한 계산이 불필요한 것이다. 그런데 되돌아서서 정치권이 하는 행태를 보면 다시 생각을 고쳐먹게 된다.

국방과 외교는 오로지 대북 위주에다 내부로는 여론정치로 일관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북한 독재자의 인격이 최선의 가치관으로 부각이 되고, 정부 요직은 보란 듯이 학연과 지연, 좌익과 운동권을 망라하고 있다. 시장원리를 무시하고 최저임금을 강제하고 있으며, 세계경제는 호황이라는데 유독 국내경제만 추락하고 있다. 그럼에도 수십 년 갈고닦은 우리의 기술력은 원자력발전소와 함께 폐기되고 있다. 대통령은 어느 집단만의 수장이 아닐 텐데, 왼쪽 귀만 열어두고 ‘촛불혁명’이라든가 ‘불의한 과거’ 등 공간적으로나 시간적으로 편을 가르는 듯한 언행을 일삼고 있다. 그러한 행동은 자신의 충고처럼 국론을 분열시킬 뿐 ‘국익에 전혀 도움’이 되지는 않을 터, 대통령으로서 입이 너무 가벼운 것은 아닌가 생각을 하게 된다.

이창우 독자(정안PCE부설 기술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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