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북 비핵화 대화 교착 국면에서 문재인 정부가 또다시 중매를 자처하고 나섰지만 대북특사 파견이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자칫 한미동맹만 악화시키고 북한의 입장만 강화시켜 미국의 북한 비핵화 노력을 방해하는 결과를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대북 특사단은 5일 북한 김정은이 주장하는 ‘선 종전선언 채택 후 비핵화 조치 이행’ 안을 들고 평양으로 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김정은의 비핵화 초기조치 구두 약속 ▲9월 중순 평양에서 남북 정상회담 개최 ▲9월 하순 유엔 총회에서 3자 또는 4자간 종전선언 ▲북한의 비핵화 초기 조치 이행 등을 북한에 제안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폼페이오 장관의 4차 방북 취소로 미북간 비핵화 협상은 잠정 중단된 상태다. 워싱턴에서는 싱가포르 비핵화 합의를 지키지 않는 북한에 대한 불신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 북한은 싱가포르 합의에 따라 미국이 먼저 종전선언과 평화조약을 통해 북한의 체제 안전을 보장하고 대북제재를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북한은 미국으로부터 이 같은 양보를 얻어내기 전까지 핵 프로그램의 구체적 명단을 미국에 제출하는 것 같은 초기 비핵화 조치의 이행을 전면 거부하고 있다.

심지어 북한은 미북 간 관계를 발전시키려는 트럼프 대통령과 상반된 의견을 가진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존 볼턴 국가안보 보좌관을 비난함으로써 트럼프 대통령을 그의 행정부로부터 분리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까지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북한 비핵화에 대한 구체성이 결여된 엉성한 싱가포르 합의문이 이처럼 미국과 북한 양쪽이 서로 상반되는 주장을 하게 만들었다고 지적한다.

한편 미국의 강경파들은 평양은 수십 년 묵은 오래된 협상 전략인 시간끌기로 돌아갔다고 지적한다. 김정은이 마치 관중의 주위를 돌린 후 속임수를 쓰는 마법사처럼 미군 유해 송환을 해주거나 별로 중요하지 않은 핵 실험장을 폐쇄하면서 워싱턴의 주위를 딴 데로 돌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트럼프 행정부에 ‘지금은 플랜B를 시행할 때’라고 강조한다.

즉 트럼프 행정부가 다시 한 번 CVID원칙을 천명하고 북한에 핵시설과 핵무기의 구체적 재고량과 핵물질에 대한 완전한 핵신고서를 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북한의 핵 신고 데드라인을 설정하고 북한에 만일 거짓 신고서를 제출할 경우 중대한 결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음을 경고하라고 주장한다.

북한이 선의의 표시로 미국이 즉시 핵시설에 접근하도록 허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북한의 서해 엔진 시험장과 풍계리 핵 실험장이 영구적으로 폐기됐는지 확인하기 위해 미국 조사관들이 이들 장소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미 의원들은 북한 비핵화 조치가 이뤄지기 전까지 최대 압박을 유지하고 주한미군 철수는 북한과 협상 불가라는 데 동의한다. 그러나 대북 제재 완화 시점과 주한미군 감축 논의 시점에 대해서는 다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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