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이 생각하는 '인권'이란 '인간답게 살 권리'
교과서엔 전 세계서 가장 '인간답게 살지 못하는' 北 얘긴 없어
'진짜 인권 교육'을 위해서는 北 주민들의 인권 문제도 가르쳐야

조윤희 부산 금성고 교사

1학년 통합사회에 인권 단원이 있다. 학생들에게 인권이 무엇이냐고 묻자 ‘인간답게 살 권리’라고 0.1초만에 답이 돌아왔다. 맞는 이야기다. 연이어 질문했다. 너희들의 인권은 지켜지고 있다고 생각하느냐고 묻자 다들 그렇다고 답했다. 자신들이 누리고 있는 자유와 권리에 대해서는 별반 의심하지 않는 눈치였다.

교과서로 눈을 돌려 살펴보기로 했다. 교과서에서 사회적 소수자를 다루지만 장애인, 외국인 노동자, 노인, 빈곤층 여성까지는 있으나 북한주민의 인권은 다루지 않고 있었다.

그림 1. 인권 보장과 헌법, 교과서 116쪽 일부

국내외 인권 문제의 현실을 살펴보았다. 다행히 북한 ‘이탈 주민’에 대한 언급은 있었다. 
하지만 <세계의 다양한 인권 문제>에서 ‘독재국가의 인권유린 문제’라고 언급만 있지, 어디에도 북한 주민의 인권 문제는 적시하고 있지 않았다. 가르쳐야 할 필요성이 있어 보였다.

그림  IV. 인권 보장과 헌법, 교과서 116쪽 일부
그림 2. 인권 보장과 헌법, 교과서 116쪽 일부

● 북한의 여성과 아동 인권 실태 그리고 오토 웜비어 이야기

“북한 주민들의 인권은 어떤 상황일까요?”
“그렇게 심각하지 않을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거기도 사람 사는 데잖아요, 선생님.”

아이들은 막연했다. 그도 그럴 것이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면 보이지 않을 만큼 지금은 꼭꼭 숨겨져 있으니 아이들은 동계올림픽, 아시안 게임에서 본 단일팀의 모습, 우리 아이돌 그룹들이 북한에 가서 공연을 하고 온 모습을 보고 그것이 북한의 실태라고 여기는듯했다. 그러나 인권을 이야기 하면서 북한 주민 인권을 거를 수는 없었다.

“일단 영상 몇 개만 봅시다.”

통일연구원(KINU)에서 나온 자료를 보여주었다. 모자보건 상태가 열악한 북한의 실태. 먹지못해 빈혈에 걸린 유아들이 거의 절반이며, 유아사망률도 우리의 거의 8배에 육박하는 현실. 이것이 북한의 여성과 아동 인권의 현주소임을 말해 주었다.

그림3  북한 여성·아동 인권 실태영상, 출처. 통일연구원(KINU)
그림3 북한 여성·아동 인권 실태영상, 출처. 통일연구원(KINU)

 

 
그림4.  북한 여성·아동 인권 실태영상, 출처. 통일연구원(KINU)
그림4. 북한 여성·아동 인권 실태영상, 출처. 통일연구원(KINU)

자율학습을 마음대로 ‘선택할 자유’를 아직 얻지 못한 아이들에게 조금 더 현실감 있게 다가갈 이야기가 아마도 ‘자유’일 것 같았다. 그 다음 이야기는 ‘오토웜비어’의 이야기였다.

그림5  오토 웜비어의 생전 인터뷰 영상. 출처. 유튜브
그림5 오토 웜비어의 생전 인터뷰 영상. 출처. 유튜브

멀쩡하게 제 발로 여행을 갔다가 불귀의 객이 되어 돌아온 미국 청년이야기. 아이들도 대부분 기억하고 있었다. 불과 작년 일이니까. 살려달라는 절규의 영상을 보며 아이들은 가슴이 먹먹한지 조용히 영상만 응시하고 있었다. 자유롭게 여행을 할 자유도 얻을 수 없는 나라. 목숨을 걸지 않으면 행동의 자유를 누릴 수 없는 나라에 인권이 있을 것이라 상상하지 말라는 말은 아이들에게 설득력이 있는듯했다.

화려하게 한반도 깃발을 흔들며 단일팀을 만들고 환호하는 모습이 북한의 전부일 수 없음을 학생들은 알아야만 했다.

● ‘치킨게임’에 몰린 탈북 종업원들, 칼날 위에 서다

“하나의 사례만 더 봅시다. 2016년 북한 식당 여종업원들이 집단으로 귀순한 일이 있었어요. 그런데 그들의 입국 경위를 조사하겠다는 겁니다. 우리나라 국가인권위원회에서. 그러나 그러면 어떻게 될까요?”

‘탈북’임을 공개적으로 밝히면 북에 남겨진 가족들이 죽고, ‘납치’라고 말하면 북으로 송환되어 그들이 죽게 되는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는 어이없는 상황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이들도 안타까운지 물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국가인권위원회의 ‘그 방식’으론 안 되는 거지요. 인권침해만 일어날 뿐이에요. 이미 탈북을 결심하고 온 분들은 목숨을 걸고 오는 겁니다. 그들을 두 번 죽이는 거에요. 거기서 인권을 말할 수 없지요.”
“저 종업원뿐이 아닙니다. 굶어죽지 않으려고 꽃제비 노릇을 하다 석탄을 훔쳐 암시장에서 음식과 바꿔야 했던 일, 그러다 영양실조로 떨어져 의식을 잃고 열차에 치어 왼쪽 팔과 다리를 잃은 사람도 있어요.”

앞서 목숨을 걸고 탈복을 해온 많은 탈북민들이 지금 실제로 북한 주민들의 인권을 위해 열심히 활동 하고 있으나 정작 우리는 북한의 눈치를 보고 있는 형국이란 말도 빼놓을 수 없었다.

● 북한 주민 도울 예산은 삭감하고 경제 협력 예산은 대폭 증액, 표류하는 북한 인권 문제

인권 침해는 본인들이 그 침해를 피해라고 인식해야만 소수자의 인권문제가 된다고 교과서에는 기술되어 있다. 그러나 태어날 때부터 늘 억압과 침해를 받아온 북한 주민의 경우는 김씨 왕조 체제의 압박 속에서 자유를 단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탓에 자유의 결핍을 인식조차 못한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제 북한에도 ‘장마당’이 생겨나고 인권의식이 생겨나고 있어 어떻게든 북한의 실상을 알려 그들을 도울 장치와 방법이 강구되어야 하는데 우리정부의 예산이 대폭 삭감되었다는 소식이다. 북한인권재단의 운영 기금은 108억 원에서 8억 원으로 대폭 삭감되었고, 남북협력기금은 14.3% 늘려 1조 1004억 원으로 증대되었다고 한다. 이를 두고 ‘북한인권 문제에 등 돌리는 한국 정부’ 라는 쓴 소리도 나온다. 수잔 숄티 디펜스 포럼 재단 대표는 그간 대한민국의 많은 인권 운동가와 탈북민 인권 운동을 위한 인권 운동 분야를 후퇴시키고 있고, 북한의 비위만 맞는 형국이란 비판을 하고 있다는 소리가 들려온다.

일말의 양심이라도 있다면, 스포츠에 남북이 따로 없다는 한반도기를 들고 만면에 미소를 띄고 입장하는 단일팀보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기본적 인권조차도 유린당하고 있는 우리의 동포들에 대해 지금 무엇이 시급한지 경중을 가릴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지금이 '다방면적 교류와 남북간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 등 판문점선언 합의사항 이행을 위해 사회문화교류지원 사업과 경협기반 사업 예산을 증액 편성'할 때인가!

북한 주민들은 자신들의 인권을 위해 지금 싸울 수도 목소리를 낼 수도 없다. 목숨을 걸고 탈출한 탈북자와 한국, 미국 정부만이 북한의 실상을 알릴 수 있는 유일한 스피커임을 통감하고 우리가 그들을 대신하여 소리 내야 하는 것이다.

그러한 현실을 바로 봐야 한다는 ‘진짜 인권 수업’이 작은 교실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조윤희(부산 금성고 교사)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