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난국 해법 제시 없이 '포용적 성장' 내세워...'규제혁신'은 일절 언급 없어
"공정 분배받는 경제" 구상…"변화에 고통 따른다"면서도 "소득 4만달러시대" 약속
"경제 위해 적폐청산 적당히 하자는 건 어불성설…민생·경제·공직사회도 無관용"
한국당 "경제파탄에도 현실 동떨어진 주장 실망…민생·규제혁신法 적극 협조하라"
바른미래 "국민소득 4만달러 허무맹랑한 희망고문일뿐, 민의 수렴 기본자세 결여"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4일 취임 후 첫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수도권에 있는 공공기관 중 '국가균형발전특별법'에 따라 이전 대상이 되는 122개 기관은 적합한 지역을 선정해 옮겨가도록 당정 간에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지방경제에 활력을 줄 특별한 정책도 정부와 협력해서 마련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갑작스럽게 터져나온 그의 이날 발언에 대해 공공기관들은 당혹한 반응을 보이고 있어 상당한 파문이 예상된다.

이 대표는 또 '고용·양극화 쇼크' 논란을 낳고 있는 소득주도성장 정책 노선에 혁신성장, 공정경제를 가미해 "포용적 성장 모델"을 주장했다. 그러면서 "공정하게 분배받고 대우받는 경제, 삶의 전(全) 주기에서 편안하고 안심하며 살 수 있도록 보호받는 사회"를 강조했다. 반면 현 야권(野圈)은 물론 문재인 대통령과 김동연 정부 경제팀, 전임 추미애 지도부에서 자주 화두로 올렸던 '규제혁신'은 일절 거론하지 않았다.

그는 국내 경제 상황에 대해 "가장 큰 문제는 국가와 사회에 대한 불신과 절망이다. 갈수록 굳어지는 사회·경제적 불평등 구조를 해결해 나갈 희망을 갖지 못하고 있다"면서 "경제적 풍요를 넘어 국민 개개인이 살고 싶은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주권자로서 자랑스럽게 참여할 수 있는 민주적이고 유능한 정치, 내 노력과 필요에 비례해 공정하게 분배받고 대우받는 경제, 삶의 전 주기에서 편안하고 안심하며 살 수 있도록 보호받는 사회, 자율과 참여 속에 내 삶이 풍요로운 지역 공동체, 평화와 협력 속에 함께 발전하는 한반도"를 거론한 뒤 "다음 세대에게 물려줘야 할 우리의 약속"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집권 1년여 지나 크게 두드러진 고용·소득분배 지표 악화를 의식한 듯 "변화에는 고통이 따른다. 대한민국이 나라다운 나라가 되기 위해서는 한동안 견뎌내야 할 고통스러운 전환기를 지나야 한다"고 말했다.

사실상 분배중심 정책과 '고통 감내'를 강조하던 이 대표는 '국민소득 4만달러 시대를 열겠다'는 약속을 동시에 내놨다.

그는 "지속적인 성장을 이뤄내려면 우리 현실에 맞는 독창적인 복지·노동모델과 혁신성장모델을 함께 창출해내야만 한다"며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로 이뤄진 문재인 정부의 '포용적 성장 모델'은 대한민국 경제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돼 국민소득 4만달러 시대를 열게 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여기에 (북한과의) 한반도 평화경제 모델이 더해지면 우리 현실에 맞고 독창적이며 지속가능한 성장 모델이 완성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경제성장을 장담하면서도 성장 모델의 새로운 명칭을 내세우고, 구체성이 떨어지는 정치적 수사로 일관했을 뿐이라는 비판이다. 청와대·정부·여당에서 표방했다가 여당 스스로 발목 잡고 있는 격이 된 '규제혁신'은 이날 거론되지도 않았다.

이 대표는 정권발(發) '적폐청산' 구호와 경제성장을 연결짓기도 했다.

그는 "적폐청산과 불공정 해소는 촛불과 국민의 명령인 동시에 선진국 진입을 위한 필수적인 관문"이라며 "경제를 위해 적폐청산을 적당히 하자는 주장은 어불성설"이라고 못박았다.

이어 "반칙과 특권, 권력농단은 자원의 효율적 배분을 왜곡하고 국민들의 경제의지를 훼손시켜 경제성장과 나라발전을 가로막는다"며 "권력형 적폐청산뿐만 아니라 민생·경제적폐와 공직사회 적폐도 강력히 대처하겠다", "부정부패 척결 없이 선진국으로 갈 수 없다. 선진국들은 모두 무관용의 원칙을 적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곳곳에 소득주도성장의 부작용이 나타나 민생경제가 파탄나고 있음에도 현실과 동떨어진 소득주도성장을 역설하고 있다는 사실이 절망스럽다"고 혹평했다.

신보라 한국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오후 논평에서 "지금 대한민국의 성장엔진은 차갑게 식고 있고, 국민소득이 하락하고, 소득격차 또한 크게 벌어지며 부익부빈익빈 현상이 심화되는 등 IMF 이후 최악의 경제위기를 겪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신 원내대변인은 또 "문 대통령의 뜻과 더불어 (이 대표는) 적폐청산이 국민의 명령이고 선진국으로 가는 필수 관문이라 강조했지만, 국민경제 파탄으로 '이제는 경제를 살리라'는 것이 국민의 명령임을 민주당은 알아야 할 것"이라며 "문재인 정부 15개월 동안 모든 문제의 탓을 과거정부로 돌리는 남탓정치는 국민의 신뢰를 얻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진정으로 성장동력을 살리고 공정·상생의 경제, 소수가 부를 독점하지 않고 다 함께 잘사는 경제를 만들고자 한다면 이번 정기국회에서 규제프리존 및 지역특구법,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상가임대차법, 은산분리를 위한 인터넷은행법 등 민생경제를 살리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민생·규제혁신 법안에 적극 협조하는 것이 그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충고했다.

제2야당인 바른미래당은 김수민 원내대변인 논평을 통해 "이 대표의 연설은 교섭단체 대표로서의 연설이 아니라 국정연설에 가까워 경악을 금치 않을 수 없다"며 "'21세기 대한민국에서 국가란 무엇인가?'의 화두로 제시한 것은 국회 차원에서 민생의 고통을 공감하고 분담해나갈 비전이 아니라 국정비전이었다"고 비판했다.

또한 "이 대표는 소득주도성장 등으로 4만 달러 시대를 열겠다고 했다. 포용적 성장 모델이 새로운 패러다임이 될 것이라는 국정의 장밋빛 청사진을 내밀었다. 현실과 너무 동떨어진 비전"이라며 "국민들은 일자리가 없어서 거리를 헤매고 중·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은 영업이 안돼서 문을 닫고 있는 현실이다. GDP 4만 달러는 허무맹랑한 희망고문일 뿐"이라고 혹평했다.

김 원내대변인은 "지금 우리 국회의 당면과제는 치솟는 실업률이 먼저임을 (이 대표는) 까마득히 잊고 있다"며 "진정한 성찰 없이 진정한 협치는 없다. 불가능하다. 이 대표 연설은 일방적 소통이지 성찰이 없다"고 비난했다. 특히 "민주당의 집권이후 계속 문제가 됐던 점은 '싫으면 말고' 식 일방적 통보였다. 그러면서 협치는 계속 말한다. 입만 뻥긋하는 협치"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바른미래당의 기본 원칙은 국회가 민의의 수렴의 장이 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민의를 수렴할 기본자세가 결여된 이 대표의 연설에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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