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미사일 '은하3' 영상과 함께 '김정은, 사회주의 문명 강국 건설 목표로 과학연구 역량 강화" 설명
“김정은 원수님의 리더십 덕분에 우리나라는 발전하고 있습니다” ‘김정은 시대, 새롭게 불어오는 교육의 바람’ '특수학교를 비롯한 엘리트 양성학교에 투자를 집중하는 북한' 등 김정은에 대한 찬양미화 문구 삽입돼 오해 소지
해당 영상은 박근혜 前대통령 국회 탄핵소추안 가결 3주 뒤 통일부 산하 통일연구원에서 제작
부산교육청 관계자 "일부 내용만 보고 편향적이라고 판단해선 안 돼"
학부모 "북한 체제와 김정은 노출 연속으로 거부감을 줄이는 효과가 있을 듯” 우려

부산 덕문고 중앙현관 앞에서 상영되고 있는 북한 교육 영상(제보자 제공)
부산 덕문고 중앙현관 앞에서 상영되고 있는 북한 교육 영상(제보자 제공)

부산의 한 고등학교에서 김정은과 북한 핵·미사일을 미화(美化)하는 것으로 오인될 수 있는 영상을 학교 중앙 현관 스크린에서 상영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펜앤드마이크(PenN)가 3일 독자의 제보를 바탕으로 취재한 결과 부산 강서구에 위치한 D고교는 중앙 현관 스크린에서 '북한의 교육과 문화'라는 제목의 영상을 상영하고 있다. 이 학교는 현재 이른바 '통일연구학교'로 지정돼 있다.

10분 길이의 해당 영상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소추안이 국회에서 통과된 뒤 약 3주 뒤인 2016년 12월 30일 통일부 산하 통일연구원이 제작한 영상이다. 이 영상은 김정은 시대 북한 교육과 문화의 변화를 다루고 있다. 

부산 덕문고 중앙현관 앞에서 상영되고 있는 북한 교육 영상(제보자 제공)

이 영상은 북한 절대 권력 체제의 특징을 분석하고 북한 교과서에 등장한 김정은 우상화 실례를 다루며 북한의 공개재판 현장을 보여주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그러나 영상 곳곳에 북한 김정은과 핵미사일에 대한 미화로 오인될 만한 내용들이 다수 삽입돼 있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북한의 교육과 문화' 화면 캡처

예를 들어 영상 초입에 ‘역사상 유래없는 3대 세습, 그 사회를 살아가는 북한 아이들에 3대를 이어가는 우상화 교육, 김정은 시대만의 달라진 교육의 모습은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까’라는 여성의 내레이션이 나온 직후 “김정은 원수님의 리더십 덕분에 우리나라는 발전하고 있습니다” “존경하는 김정은 원수님께서 이 학교를 설립하셨습니다”라는 북한 남학생들의 대답이 등장한다. 다큐영화 ‘삐라’의 한 장면이지만 해당 영상을 접하는 학생들은 무의식중에 이를 실제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적지 않다.

'북한의 교육과 문화' 화면 캡처

북한 관영 선전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의 영상을 무분별하게 사용한 것도 문제다. 북한의 핵미사일 발사 장면과 함께 붉은 글씨로 쓰인 ‘조선의 그 이름 하늘에 새겼네’라는 문구가 화면 가득 떠오른다. 심지어 “과학기술 강국 인재 강국 건설의 원대한 목표를 달성해 나가며 온 나라의 과학 중시 열풍을 세차게 일으켜 나라의 과학기술을 비약적으로 발전시켜야 나가야 한다”는 김정일의 유훈이 이어진다.

또 지난 2012년 12월 12일 북한이 광명서 3호를 탑재해 발사한 장거리 로켓인 ‘은하 3호’의 모습도 전면에 등장한다. ‘은하’는 북한에서 ‘김정은이 하늘에서 내린 정치가’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붙인 명칭이다. 북한은 은하 3호의 발사에 성공함에 따라 사거리 1만 km 이상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기술을 보유하는 데 성공한 것으로 분석됐다.

영상 중간 중간에 ‘북한 인재 양성의 핵심은?’ ‘김정은 시대, 새롭게 불어오는 교육의 바람’ 등 제목을 배치한 것에 대해서도 북한을 '정상국가'로 간주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북한의 교육과 문화' 화면 캡처

더 나아가 김정은 시대의 교육의 특징에 대해 설명하면서 “김정은은 아버지 김정일의 뒤를 이어 핵 무력건설 병진노선과 함께 경제건설을 채택했다” “이를 추진할 중요 수단으로 새로운 학교 전 의무교육을 12년제로 개편했다. 기존 유치원 높은 반 1년은 유지하고 초등교육인 소학교 과정은 1년 늘리고 중등교육에 해당하는 교육을 초급중학교 3년, 고급중학교 3년으로 세분화했다" "김정은이 말하는 과학기술 강국, 사회주의 문명강국 건설을 목표로 전문화, 과학화를 위해 과학연구 기관의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등의 설명과 함께 북한의 첫 ICBM 로켓인 은하 3호의 모습이 전면에 등장한다. 곧이어 '특수학교를 비롯한 엘리트 양성학교에 투자를 집중하는 북한'이란 타이들이 등장한다. 이러한 화면 구성은 마치 북한이 과학 인재 양성에 노력한 결과 지금의 핵미사일을 보유하게 됐다는 뉘앙스를 풍긴다.  

'북한의 교육과 문화' 화면 캡처
'북한의 교육과 문화' 화면 캡처

부산교육청 관계자는 3일 펜앤드마이크와의 전화통화에서 “해당 영상은 북한에 대한 (학생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통일부에서 만든 영상”이라며 “일부 내용만 보고 편향적이라고 판단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학부모 김 모 씨는 “이런 영상을 대책 없이 학교 복도에서 틀다니 충격”이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김씨는 “전체 내용보다는 순간순간 마주치는 북한 체제와 김정은에 대한 노출 연속으로 거부감을 줄이는 효과가 있을 듯하다”며 “북한선전물을 연구하던 사람으로부터 처음에는 북한 선전물이 너무 유치하고 우습더니 자꾸 반복해서 보니까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서서히 그 선전선동 속으로 공감하며 빠져들게 되어 깜짝 놀랐다는 경험담을 들었다”고 했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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