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진권 칼럼] 세금으로 부동산 가격 잡을 수 없다
[현진권 칼럼] 세금으로 부동산 가격 잡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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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부동산세제 만든 노무현 정부의 실패에도 교훈 얻으려 하지 않아
실수요와 투기수요라는 '선악의 구분'이 아닌 '기꺼이 지불하려는 의사'로 판단해야
전 세계 어디에서도 부동산 세제로서 부동산 가격을 잡았다는 실증결과 없어
현진권 객원 칼럼니스트
현진권 객원 칼럼니스트

여당과 정부에선 부동산 가격안정을 위해서 종합부동산세 부담을 강화하려 한다. 문재인 정부는 부동산 안정화를 위한 여러 가지 정책을 추진했지만, 부동산 가격은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다. 지금까지는 부동산 보유에 대한 부담을 높이기 위해 종합부동산세를 인상했지만, 이제는 부동산 가격안정을 위해 종합부동산세를 높이겠다는 의도다. 그러나 정책은 목표와 수단 간 정확한 인과관계를 파악해야 실패하지 않는다. 종합부동산세 부담을 높이면 부동산 가격을 잡을 수 있는가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한다.

현 정부의 종합부동산세를 통한 부동산 가격 안정화 정책은 과거 노무현 정부와 똑같은 사고에서 나왔다. 부동산 가격폭등은 공급에 비해 수요가 높다는 경제적 해석에는 문제가 없다. 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해선 공급을 늘리거나, 수요를 줄여야 하는 게 시장원리에 맞는 정책 해법이다. 과거 노무현 정부 때부터 좌파적 사고의 정책 입안자는 수요억제 정책을 채택했다. 그러나 문제는 수요를 정의롭게 억제하기 위해 수요자를 두 그룹으로 나누어 ‘선과 악’이라는 프레임에 가뒀다는 점이다. 이들에게 선한 수요는 ‘실제 수요’이고, 악한 수요는 ‘투기 수요’다.

이 같은 시각에서 현 정부 정책 방향의 공통점도 악을 응징한다는 것이다. 실제수요는 가구당 한 채이고, 비교적 저가 주택을 의미하고, 투기수요는 가구당 두 채 혹은 세 채 이상이며, 고가 부동산으로 정의한다. 이런 투기수요를 억제하기 위해선 보유에 따른 경제적 부담을 높이는 것이고, 그 수단이 ‘종합부동산세’다.

현 정부의 종합부동산세 부담강화 정책이 부동산 가격안정에 효과적일 것인가를 알려면, 노무현 정부의 정책효과를 분석해 보면 된다. 종합부동산세제는 노무현 정부에서 만들어졌다. 당시 종합부동산세제를 통해 부동산 가격을 잡아보겠다는 의도와는 완전히 다르게 강남의 집값은 폭등했다는 사실은 이미 다 알려져 있다. 그다지 오래되지 않는 과거에 같은 철학에서 비롯된 정책실험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현 정부는 교훈을 얻으려 하지 않는다. 투기수요가 부동산 가격 폭등의 주범이니 투기 수요자들의 세 부담을 높이면 가격이 안정될 거라는 과거 정권의 실패한 정책을 맹신하고 있다. 똑같은 실패를 예측할 수 있다.

이런 잘못된 정책 믿음의 몇 가지 오류를 보자. 먼저 부동산 수요를 실수요와 투기수요로 구분하는 건 불가능하다. ‘수요’의 다른 의미는 ‘기꺼이 지불하려는 의사(willingness to pay)’이며, 지불형태는 사람마다 제각각이다. 사람 얼굴이 모두 다르듯이, 부동산 선택유형도 그렇다. 이러한 수요형태를 1가구 1주택, 30평 이하 등으로 표준화해서 수요를 선과 악으로 구분할 수 없다. 정부가 투기 수요꾼으로 규정한 집단은 사악한 사람이 아니라 한평생 같은 집에서 살다 정년퇴직한 평범한 이웃일 수 있다. 주택가격은 본인의 의지와는 다르게 결정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결국 수요자는 그냥 기꺼이 지불하려는 의사가 있는 집단으로만 규정하면 되지, 절대 선과 악으로 구분해선 안 된다.

둘째, 종합부동산세를 인상해도 가격이 안정되지 않는다. 종합부동산세는 매년 부담하는 세금이지만, 집 가격은 집 가치를 반영하는 스톡(stock) 가격이다. 그래서 이론적으론 종합부동산세를 강화하면, 매년 부담할 종합부동산세 부담의 현재 가격만큼 주택가격이 낮아진다. 그러나 이때 가정은 종합부동산세 부담이 임차인에게 전가되지 않을 때이다. 만약 인상된 종합부동산세가 임차인에게 전가되면, 부동산 가격에는 변화가 없어진다. 이보다 더 심각한 부작용은 정부가 세금 인상으로 수요규제 정책을 펴면, 시장에선 한정된 공급으로 인해 부동산 가격은 오를 수밖에 없다는 예측이 팽배해 진다. 그래서 세금이 오르게 되면, 거래가 없어지는 이유도 미래 가격인상에 대한 믿음이 깔리기 때문이다.

전 세계 어디에서도 부동산 세제로서 부동산 가격을 잡았다는 실증결과는 없다. 우선 부동산 세금은 지방정부의 재원확보를 위한 수단이며, 지방정부 간 경쟁하는 조세 정책이다. 지방정부마다 가지는 고유의 정책은 부동산 세금을 통해서 이루어지고 주민들로부터 평가받기 때문이다. 부동산 가격이 오른다는 것은 수요에 비해 공급이 낮다는 의미다. 공급은 정부의 규제만 없다면 자발적으로 생겨난다. 수도권에만 적용되는 온갖 형태의 규제, 특히 재개발 규제는 자발적 공급을 억제한다. 정부 독점권으로 공급이 묶여 있는 상황에서 수요만 세금으로 억제하려는 정책은 절대 성공할 수 없다. 물론 세금이 인상되는 단기 상황에선 효과가 있을지 모르지만, 그만큼 시장은 움츠러들고, 정부개입의 부작용으로 부동산 가격폭등 현상은 지속적으로 일어날 것이다.

여당과 정부에 권하고 싶다. 종합부동산세 강화를 포함한 부동산 가격안정 정책에 대한 최고 스승은 노무현 정부 때의 정책 실험이므로, 이를 먼저 공부하고서 정책을 펴기 바란다.

현진권 객원 칼럼니스트(前 자유경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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