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직제상 안보실장이 비서실장보다 위…任, 4.27회담때도 수행원 맨앞 서
2차 대북특사단 이끄는 대신 한발 물러서 "마중물 역할 충실해달라" 당부

직접 '9.5 대북(對北)특별사절단'을 이끌 가능성이 거론되던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이 일단 한발 물러섰지만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을 수석으로 한 특사단을 막후에서 '훈시'해 논란이다. '대통령의 그림자'여야 할 비서실장이 청와대 직제상 의전서열이 더 높은 안보실장을 독려하고, 북한 비핵화를 직접 목표로 거론하지 않은 채 '시대사적 전환'을 내세웠다. 한편으로는 직접 국민들에게 특사단 응원을 요청했다.

사진=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 페이스북
사진=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 페이스북

임종석 비서실장은 3일 페이스북을 통해 "특사단이 다시 평양에 간다. 우리 스스로 '새로운 조건과 상황'을 만들어야 한다는 간절함을 안고 간다"며 "문재인 대통령의 가을 평양 방문 일정을 확정하고 오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또한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조기 방북과 북미(미북)간 비핵화 대화의 진전을 위한 마중물 역할도 충실히 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임 실장은 또 "냉엄한 외교 현실의 세계에서 미국의 전략적 인내와 동의 없이 시대사적 전환을 이룬다는 건 사실상 가능하지 않다"면서 "그래서 문재인 정부는 전례없이 강력하고 긴밀하게 미국과 소통하고 협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하지만 지난 1년여간, 결국 내일을 바꾸는 건 우리 자신의 간절한 목표와 준비된 능력임을 새삼 깨우치는 시간이기도 했다"고 했다. 발언으로 미루어 대미(對美) 협력보다는 설득에 무게를 실었고, 그 과정이 순탄치 않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임 실장은 "우리가 스스로 할 수 있는 만큼 내일은 다르게 시작된다"며 "무거운 짐을 지고 가는 특사단을 많이 응원해주시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대북특사단은 정의용 실장과 서훈 국가정보원장, 천해성 통일부 차관, 김상균 국정원 2차장, 윤건영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 등 5명이다. 평창 동계올림픽 폐막 직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고 돌아왔던 지난 3월 특사단과 구성이 동일하다.

직제 불문 청와대 2인자로 불리며, '판문점 선언 이행추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임 실장이 당초 2차 특사단 수석으로 거론됐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미국으로부터 이른바 '중재외교'에 대한 불만을 여러 경로로 접하고 있는 청와대로선 친북반미성향 '전대협' 출신 임 실장을 발탁했다면 부담이 커졌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자료사진=연합뉴스
자료사진=연합뉴스

임 실장은 지난 4월27일 오전 군사분계선을 넘어 판문점 남측으로 내려온 김정은 측에게 수행원을 소개하는 자리에서 인사들 중 가장 먼저 나서 주목을 끈 바 있다. 수행원들 맨 앞에 선 임 실장 뒤에 조명균 통일부 장관, 강경화 외교부 장관, 송영무 국방부장관, 서훈 국정원장, 정 실장, 정경두 합참의장, 주영훈 청와대 경호처장,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 조한기 청와대 의전비서관 순으로 섰다.

의전서열로만 치면 수행원 중 정의용 실장이 가장 먼저 인사에 나서야 했지만 임 실장이 가장 앞줄에 섰다. 그는 '김정은 여동생' 김여정에게 먼저 다가가 악수를 청하기도 했다.

또한 최근 한 언론은 "지난 2월 김정은의 특사 김여정의 방한 때 이례적 장면이 있었다"며 "청와대 기념촬영에 문 대통령의 스태프인 임 실장이 문 대통령 바로 옆에 선 것. 그리고 마지막 날 만찬을 통일부 장관이 아닌 임 실장이 주재한 점" 등을 지적했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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