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지주사 전환에 필요한 돈은 무려 30조원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이재용 부회장 결단의 문제"
기업의 지배구조, 나아가 재산권 침해 등 대기업에 대한 심각한 인식의 오류라는 지적이어져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삼성의 지배구조에 대한 압박을 이어가고 있다.

연합뉴스의 2일자 보도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지난달 31일 한국공정거래조정원에서 연합뉴스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공정거래법 전부 개정안과 삼성의 지주사 전환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

공정위가 최근 입법예고한 공정거래법 전부 개정안은 새로 설립하거나 전환하는 지주사의 자회사·손자회사 지분율을 현행보다 10%포인트 올렸다. 상장회사는 30%, 비상장 회사는 50%가 된다.

다시 말해 개정안이 통과되면 삼성이 지주사로 전환할 때 필요한 삼성전자의 지분은 10% 더 늘게 된다. 삼성전자 시가총액이 300조원에 달하는 만큼 추가 지분을 확보하기 위해 필요한 돈은 무려 30조원에 달하게 된다.

그는 이같은 새 공정거래법이 통과돼 시행되면 삼성그룹의 지주사 전환이 물거품이 될 것이라는 지적에 유예기간이 충분히 남아 있다고 말하면서 문제는 '이재용 부회장 결단'이라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삼성그룹의 지주사 전환을 압박하는 개정된 법의 공포와 유예기간 등을 고려할 때 삼성에 남겨진 시간이 3년가량 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법 시행까지는 유예기간이 있는 만큼 지주사 전환 생각이 있다면 얼마든지 바꿀 수 있으며, 기업 지배구조에 대한 전방위적 압박이 기업의 자율성을 심각하게 해치고 있다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김 위원장은 "이재용 부회장의 결단 문제"라고 강조했다.

소득주도성장 정책에 대해서도 의견을 밝혔다. 김 위원장은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폐기로는 갈 수 없다"면서 "다만 정책이 유연하게 조율·보완돼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에서 사람중심 경제가 기본기조로 있는 한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 공정경제라는 3가지 축은 함께 갈 수밖에 없다"면서 "최근 자영업 중심으로 어려운 분들의 어려움이 가중되는 것은 엄중히 받아들이고 대책을 촘촘하게 조율·보완하겠다"고 언급했다.

김 위원장은 "한국 경제가 지난 30년간 해온 것처럼 한정된 자원을 소수 대기업에 집중투자해 낙수 효과를 기대하기보다 사람에 먼저 투자해 기업과 국가 경제의 경쟁력 향상으로 선순환하는 길을 열어가자는 게 사람중심 경제"라고 설명했다.

그는 "붕괴된 중산층과 저소득층의 소득을 끌어올리는 의미의 사람투자가 소득주도성장"이라며 "사람이 가진 경쟁력과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것은 혁신성장, 두 개의 길이 제대로 작동되도록 하는 게 인프라로서 공정경제"라고 말했다.

그는 "사람중심 경제와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라는 세 가지 축에 뭘 바꿔서 넣으라고 하는 것은 문재인 정부의 정체성을 포기하라는 것과 똑같다"고 강조했다. 또 "포용적 성장이라는 개념은 서구에서 아주 일반화된 개념"이라며 "어디에 포커싱 할 것이냐는 나라마다 다를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경제학자 케인스의 유효수요라는 것도 소득주도성장의 한 부분"이라며 "경제학 이론에는 새로운 게 있을 수 없고 결국 그 시대 상황과 경제적 환경에 맞는 이론의 틀을 어떻게 정책화할 것인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같은 김 위원장의 주장에 그동안 전문가들 사이에선 "전 국민을 상대로 검증되지 않은 정책으로 실험을 한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대기업의 낙부효과를 부정하고 저소득층의 소득을 끌어올리자는 취지로 도입된 소득주도성장 정책은 지금껏 전문가들이 예상했던 것처럼 실패라는 평가가 나온다.

홍준표 기자 junpyo@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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